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비주얼 - Sam Brown
1. Sam Brown? 가수 아닌가?
샘 브라운(Sam Brown)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가 바로 'All that I have is all that you’ve given me'로 시작하는, 굉장히 슬픈 노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섹시한 음악이랍시고 써대는 "Stop"이다. 하지만 오늘 얘기할 사람은 그 샘 브라운이 아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남자는 뮤직비디오 감독이다. 사실 샘 브라운은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활동하는 감독이라 크게 유명하지 않을 뻔 했다. 하지만 몇 작품만으로도 크게 관심을 얻고 상까지 받는, 효율적으로(?) 인기를 얻는 감독이다. 대체 무슨 작품을 했길래 그러냐고? 우선 당신이 아는 뮤직비디오, "On To The Next One", 그리고 '올해의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Rolling In The Deep"이다.
Adele - Rolling in the Deep
2. 추상적 이미지의 형상화
샘 브라운의 뮤직비디오 표현 방식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다. 어떠한 스토리가 아닌 마치 기호학적인 것들을 표현하듯이 몇 가지로 대체되는 그 ‘느낌’ 그대로를 눈 앞에 보여준다. 영상에서 등장하는 상징물들은 곡과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를 쓰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그렇지 않다. 짧은 시간이라는 제한을 가지고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데 있어 그는 스토리는 포기하고 짧은 임팩트 중심으로 가는 듯 하다. 뮤직비디오 내에 주로 등장하는 드러머, 여성, 댄서, 의자 등 몇 가지 소재가 샘 브라운의 트레이드마크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자주 등장하는 탓에 작품들이 비슷하다는 느낌도 있다. 때문에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평도 들을 수 있을 법 하다. 게다가 색감이나 구도도 주로 쓰는 유형들이 있으며, 세상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마음대로 그리는 것이 인상주의 화가들의 풍경화를 보는 느낌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의 작품을 움직이는 그림이라고 표현한 만큼 그는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들을 동시에 보여준다. 짧은 숏의 연속이 아니면서도 속도감과 다채로움을 선사하며, 영상에 있어 프레임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장면 자체를 연출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보여준다. 동시에 구도를 크게 이용하는 것도 특징이며 독특한 줌과 카메라 이동 역시 그가 가진 장점이다. "On To The Next One"에서는 흑백이면서도 빛나는 화려함, 단색이 가질 수 있는 깔끔한 멋을 잘 이용하였고, 다소 추상적이면서도 힙합 특유의 스웩을 충분하게 뽐내는 뮤직비디오였다. 특히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하는 차, 여자, 돈과 같은 것들이 등장을 하되 다른 표현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다(특히 미발표 재규어를 선보인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들 때문에 제이지가 프리메이슨(Freemason), 혹은 일루미나티(Illuminati)가 아니냐는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의 말에 따르면 모든 상징물들은 감독이 직접 결정했다고. "Rolling In The Deep"에서도 마찬가지로 조금 복잡하면서도 단정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춤추는 소녀와 큰 방, 드러머, 깨진 그릇과 비닐로 덮인 공간은 그냥 수동적으로 즐기지 않고 뭔가 ‘음’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Jay-Z (Feat. Swizz Beatz) - On to the Next One
3. 어쨌거나 굉장히 세련되었다
그가 만든 뮤직비디오는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TV CF를 보는 듯도 하다. 실제로 샘 브라운은 TV CF를 만드는 감독이기도 하다.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의 ‘Like A Star' 역시 그의 작품이며, 영국의 알앤비 싱어 브린 크리스토퍼(Bryn Christopher)의 ‘Smilin’도 익숙한 느낌의 색감이다. 물론 그가 흑인 음악 아티스트만 맡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음악을 맡기 때문에 음악 자체에 대한 편협한 컨셉이나 이미지 없이 신선한 영상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의 "You’re Beautiful",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Wheels"가 있다. 클레어 맥과이어(Clare Maguire)의 "Ain’t Nobody" 역시 샘 브라운 특유의 영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신들의 전쟁', '백설공주'의 감독 타셈 싱(Tarsem Singh) 역시 이러한 비주얼 기법을 영화에서 선보이고 있는데, 그도 R.E.M.의 "Losing My Religion"을 포함한 다양한 뮤직비디오와 각종 CF를 맡았던 바 있다. 둘 다 추상적인 표현, 그리고 비주얼 중심의 비디오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타셈 싱의 경우는 추상적인 상징물들을 쓰면서도 독특한 스토리를 담아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아방가르드한 것들이 대중적일 수 있다는 것이 예술의 오묘한 매력이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분명히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글 | Bluc
헐 on to the next one 이분이었군요
on to the next one 귀에 잘 안감겼는데 뮤비보고 질질쌈 ㅠㅠ 이거보고 jay z 입은 아우터 완전 갖고 싶었는데 ㅠㅠ
아.....이런글 정말 좋아요. 사랑합니다 bluc님 >_<
///ㅅ///
Hype Williams, Motion Family 도 그렇고.. 뮤직비디오 관련해서는 읽을만한 컨텐츠가 거의 없었는데
엘이에서 이런 글 올려주시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잘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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