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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In The City Of New York - #0. 프롤로그

title: [회원구입불가]Kayla2014.09.19 13:42추천수 22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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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City Of New York - #0. 프롤로그



'뉴욕(New York)'. 글자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보통 사람들에게 뉴욕을 물어보면 주로 휘황찬란한 타임스퀘어(Times Square)의 전광판들, 브로드웨이(Broadway)의 역동적인 움직임, 끝이 보이지 않는 마천루와 거리를 쏘다니는 노란 택시들, 그리고 스타일리쉬한 모델들과 번쩍이는 패션쇼 등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힙합엘이에서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의 머릿속의 존재하는 뉴욕도 그럴까? 우리가 생각하는 뉴욕이란 왠지 전형적인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New York, New York"의 빅 밴드 사운드보다는 DJ 프리미어(DJ Premier)가 돌리는 거친 믹싱 비트와 함께 싱크되어 등장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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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대도시권 지도.


 


이 시리즈에서 말하는 '뉴욕'은 지리적으로는 뉴욕 대도시권(City of Greater New York)으로 맨해튼(Manhattan)을 포함한 주변 5개 지역인 브루클린(Brooklyn), 퀸즈(Queens), 브롱스(Bronx), 스테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를 포함한 곳을 말하며,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로 그 '뉴욕'의 이미지를 담을 예정이다. 여기서의 뉴욕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와 나스(Nas)의 고향, 그리고 힙합의 고향인 뉴욕이다. 거대한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이 높게 떠오르는 곳, 브라운 스톤(Brownstone:갈색 벽돌로 지은 미국 동부의 복층식 가정 주택)이 촘촘히 붙어있는 슈거힐(Sugarhill)의 좁은 길에서 심장을 울려대는 붐뱁 비트가 나오는 곳, 그런 비트를 듣고 어느새 몰려든 윤기나는 검은 피부와 까슬한 머리를 가진 소년들이 함께 어깨를 들썩이는 곳, 한쪽에서는 아프로 헤어스타일에 큰 링 귀걸이를 한 깊은 눈의 여성이 조용히 쳐다볼 것 같은 곳, 그 속에서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와 DJ 쿨 허크(DJ Kool Herc), 우탱 클랜(Wu-tang Clan) 등 수많은 힙합 음반계의 거물들이 태어나 자라나고 그들의 커리어를 시작해 전 세계로 꽃피워나간 곳. 바로 그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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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할렘(Central Harlem)의 116th 스트릿과 레녹스 애비뉴 (혹은 말콤 엑스 블러바드).




힙합의 역사는 미국, 혹은 뉴욕의 역사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길지는 않다. 그래서 힙합 문화를 이해하고 그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뉴욕 내의 흑인 역사와 문화, 이 도시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어찌 보면 그냥 힙합 명소 블로깅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으로는 이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음식을 먹고, 또 어떤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살아왔는지를 보고, 이런 세부적인 삶의 기반들이 뉴욕 출신 힙합 뮤지션들에게 준 영향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힙합 음악이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뉴욕에 오랫동안 부흥했던 재즈(Jazz), 훵크(Funk), 알앤비(R&B), 소울(Soul)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필연적이고, 뉴욕 내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정치인들과 사회운동에 관해서도 언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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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할렘의 그래피티.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뉴욕에서의 삶이 멋지고 빛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전 세계 상위 1%에 드는 부자들이 옆 동네처럼 드나드는 곳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흑인들이 자신의 권익 신장을 위해 긴 세월을 바쳐 싸워온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시의 화려함만큼 빈민가의 고통은 더 깊고 잔인하며 섞여들듯 섞이지 않는 각 인종 간의 공존, 반목과 화합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바로 이곳, 뉴욕이다. 할렘(Harlem), 브루클린, 브롱스 출신으로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흑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기부했으며 그에 인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흔히 존재하는 게토(ghetto) 지역들은 예전과 달리 많은 발전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개발이 진행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은 위험한 지역이 있고, 그런 점 때문에 멋지고 빛나는 뉴욕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는 부분이 있으리라는 것은 미리 예고하고 싶다.


판자촌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눈물은 흘려도 다시 그 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것처럼, 빈민가에서 성장해 큰 성공을 이룩한 흑인들은 자신에게 커다란 부나 명예를 안겨줄 수 없는 보통 수준의 이방인이나 타 인종들에게 다소 배타적일 때가 많고, 뉴욕 출신으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히 강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일반 흑인 음악 애호가들이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힙합과 관련된 유명한 장소나 바, 레스토랑, 공연장, 스트릿 샵 등을 소개하는 톤으로 가되, 이방인이자 아시안 거주민으로서 이들의 문화와 정서에 섞여들 수 있는 부분,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또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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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에서 브루클린으로 이어지는 익스프레스 라인 2,3번 지하철.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그리고 뉴욕이 주는 환상과 현실 속에서 한동안 삶의 줄다리기를 해 온 입장으로서, 힙합 문화의 찬란한 결과물이 제이지(JAY Z)와 알리샤 키스(Alicia Keys)의 "Empire State Of Mind"라면, 그들이 매일 맞서게 되는 진실한 일상의 이야기는 스파이크 리(Spike Lee)의 영화 <Do The Right Thing>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로 맞닥뜨려지는 차이 때문에 혹시 많은 독자가 정서적인 차이를 느낄 수도 있지만, 뜻밖에 여러 방면에서 미국 흑인들과 한국인들은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 더 넓은 시각에서 보아달라고 미리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섬나라의 지배에 맞서 싸우던 시기에 미국 흑인들도 노예 해방 이후 짓밟힌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다는 점, 빈곤과 기아를 탈출하고 번영을 이루어 내어 하나의 인간으로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 그러한 고통으로 가슴에 맺힌 한이 있다면, 또 그만큼의 흥도 있어 예체능에 관련된 재능이 뛰어난 점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더 넓은 의미로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뉴욕 출신 힙합 아티스트들의 가사와 음악이 좀 다르게 들리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런 도움을 위해서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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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너의 꿈을 지지한단다.




시작은 뭐 대단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이 시리즈보다 더 거창한 것은 바로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이미지다. 최대한 문화와 역사적인 관점에서 발전된 힙합 문화와 뉴욕이라는 멋진 도시를 연결해서 전달하겠지만, 힙합 문화의 거친 부분이 취재하는 데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저 여행자의 시각으로 흥미롭게 보여주는 선에서만 진행할 예정이다. 방문자들이나 이방인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동네에서 힙합 유적이랍시고 사진을 찍다가 강도를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엘이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파프롬 홍대' 시리즈가 우리의 도시에 들어온 힙합 문화를 보여준다면, [In The City Of New York]은 형제자매 시리즈로서 정통 힙합 문화가 발생한 도시를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니 일단은 그저 재미있고 흥미롭게 보아주셨으면 좋겠고, 시리즈를 읽고 정말 뉴욕을 방문해서 힙합의 발생지인 1520 세지윅 애비뉴(Sedgwick Avenue)를 혈혈단신으로 방문하려 하는 이가 있다면 제발 그러지 말 것을, 먼저 나와 함께 할렘을 방문한 후 재고해 달라고 강력히 부탁한다. 그리고 장소 추천과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글, 사진 | Kay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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