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lated Peoples - Directors Of Photography
01. Intro02. Directors03. Cut My Teeth04. Defari Interlude05. The Dark Room (Feat. Vince Staples)06. Good As Gone07. Show Me The Way (Feat. Aloe Blacc)08. Figure It Out (Melvin's Theme)09. Let Your Thoughts Fly Away10. Century of the Self (Feat. Catero)11. @mrevidence Interlude12. The Reversal13. Opinions May Vary (Feat. Gangrene)14. Trouble15. L.A. River Drive (Feat. Sick Jacken)16. The Bigger Picture (Feat. Krondon)MP3 Edition Bonus Tracks17. Times Squared18. Hallelujah (Feat. Fashawn, Rapsody, Domo Genesis, Vinnie Paz & Action Bronson)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요한 이름이 있다. 바로 다일레이티드 피플스(Dilated Peoples)와 알케미스트(The Alchemist)다. 둘은 리쌍과 정인처럼 잘 모르는 이들이 한 팀으로 착각할 정도로 많은 곡을 함께했다. 그들의 앨범부터 시작해서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도 함께 참여했고, 올해 초 에비던스(Evidence)와 알케미스트는 스텝 브라더스(Step Brothers)란 이름으로 [Lord Steppington]을 발매하기도 했다. 알케미스트야 현존하는 프로듀서, DJ 중 가장 활발한 사람이고, 에비던스는 [Cats & Dogs]나 위에 언급한 스텝 브라더스의 앨범으로 근황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라카(Rakaa)나 DJ 바부(DJ Babu)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렇게 잠잠했던 다일레이티드 피플스가 약 8년 만에 새 앨범 [Directors Of Photography]를 발표했다. 물론 이번에도 알케미스트는 몇 곡을 함께 했다.
데뷔 앨범 [The Platform]부터 지금까지 다일레이티드 피플스의 앨범은 몇 가지를 공유한다. 이런 점은 이번 앨범에도 이어진다. 첫 번째는 참여하는 프로듀서와 이들이 사용하는 악기나 샘플들이다. 프로듀서들은 TR-808 드럼 머신이나 화려하거나 키치한 멜로디로 이루어진 유행과는 달리 올드한 드럼의 질감을 최대한 살리고 신디사이저 대신 피아노, 베이스, 브라스 등의 악기를 사용한다. 앨범에서 가장 귀를 잡아끄는 곡인 제이크 원(Jake One)의 "Show Me The Way"도 신디사이저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앨범이 진행되는 속도다. 흔히들 킬링 트랙이라 말하는 화려한 스킬과 빠른 전개로 이루어진 곡은 대부분 앨범마다 한두 곡씩은 꼭 있는 법이다. 듣는 이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완급 조절은 필수적인 부분이고,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순간 속도를 확 높인 후 다시 평소대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앨범은 공식을 따르지 않고 곡의 속도를 비슷하게 유지한다. 이러한 공통점은 어떻게 보면 앨범을 지루하게 만들고 듣는 이의 집중도를 확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앨범은 다채롭다. 에비던스와 DJ 바부, 알케미스트가 만든 트랙이 나온 후에 에비던스는 데파리(Defari)를 참여시킨 "Defari Interlude"로 분위기의 변화를 암시한다. 이어지는 "Dark Room"을 시작으로 DJ 프리미어(DJ Premier)와 제이크 원의 곡은 점점 더 진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어지는 다이아몬드 디(Diamond D)와 오 노(Oh No)의 곡으로 무거운 분위기는 앨범 전체에 자리잡는다. 이렇게 변한 분위기를 에비던스는 "@mrevidence Interude"를 통해 한 번 더 뒤집고, 이후에는 DJ 바부가 앨범의 주도권을 잡는다. 이런 진행 안에서 프로듀서들은 이전 곡과 비슷한 악기 구성에 몇 가지를 추가해가며 각자의 질감을 최대한 살린다. 킬링 트랙 역시 하나의 곡이 튀어나오기보다는 비슷한 BPM을 유지하면서 곡의 구성을 조금 더 빡빡하게 만든다. 앨범의 중반쯤을 넘어서며 듣는 이의 집중도가 떨어질 때쯤 나오는 "Show Me The Way"나 "Figure It Out (Melvin's The Theme)"가 그렇다.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각 멤버들은 피처링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DJ 바부는 곡의 제목과 분위기, 참여한 아티스트의 이야기에 맞춘 스크래칭을 올리며 단순히 조력자의 역할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를 담당한다. DJ 바부가 짜놓은 각본 안에서 작정한 듯이 뛰노는 라카의 랩은 여전히 묵직하고, 에비던스와 랩을 주고받을 때 이런 점은 극대화된다. 에비던스 역시 프로듀싱과 랩, 양쪽에 참여하며 전체적인 앨범 구성을 만든다. [Directors Of Photography]라는 제목처럼 세 멤버가 각자 다른 지점에 주력하며 앨범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앨범에는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나 알로 블랙(Aloe Blacc) 등이 참여했다. 이는 영화에서 강한 존재감의 조연을 등장시키며 또 다른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외에도 MP3 버전에만 존재하는 "Hallelujah"에는 패숀(Fashawn), 랩소디(Rapsody), 도모 제네시스(Domo Genesis), 비니 패즈(Vinnie Paz)와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을 참여시키며, 영화에 삽입된 쿠키 영상(본영화가 끝난 뒤 보여주는 보너스 영상)처럼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유행을 이해하고 맞춰 변하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음악에 대한 신념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DJ가 중심에 존재하거나, 인트로, 인터루드를 구성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앨범이 몇이나 될까? 듣는 이가 이런 구성의 앨범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크게 와 닿지 않거나, 리뷰에 호평만을 담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혹은 별점과 리뷰를 보고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향수에만 의지하지 않고 세련된 사운드로 앨범을 만들었고, 어느덧 베테랑이 된 이들이 꾸준히 시장을 지켜봤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또, 개인적으로 [Expansion Team]과 비교할 정도로 탄탄한 앨범 구성도 갖췄다. 다일레이티드 피플스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있는 앨범을 듣다 보면,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이들이 왜 잠잠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ㅣ GDB/AN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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