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Loss]가 발표된 지 2주가 지났다. 앨범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사람들의 기대치도 엄청났거니와 드레이크(Drake)와 21 새비지(21 Savage)의 합작인 만큼 관련 뉴스들이 현재도 쏟아지고 있다.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Her Loss]를 둘러싼 8인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앨범을 감상함에 있어 약간의 재미를 더 할 수 있길 바란다.
스키 베이비 (Suki Baby)
가장 먼저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킨 건 커버 아트였다. 대문짝만 하게 자리한 얼굴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고, 온라인에서는 여성의 정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렇게 밝혀진 그녀의 정체는 퀴아나 야스카(Quiana Yasuka). 스키 베이비(Suki Bab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모델 겸 네일 스타일리스트, 스트립 댄서이자 3D 디자이너이다. 그렇다면 드레이크와 21 새비지는 왜 스키 베이비를 선택했을까? 사실 커버 아트를 선정한 이는 두 주인공이 아니라 앨범 제작에 크게 기여한 릴 야티(Lil Yachty) 였다고 한다. 그는 스키 베이비에게서 꾸밈없는 날 것의 매력을 느꼈다고.
릴 야티 (Lil Yachty)
몇 달 동안 둘의 우정이 이리도 끈적했나 싶을 정도로 드레이크와 붙어 다녔던 릴 야티. 그들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 앨범 커버를 고른 이가 릴 야티였고, “Major Distribution”에 등장하는 애드립의 주인공 역시 그였다. 뿐만 아니라 릴 야티는 [Her Loss] 수록곡 중 네 트랙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 “BackOutsideBoyz”, “Privileged Rappers”, “Pussy & Millions”, “Jumbotron Shit Poppin”이 그가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트랙들이다. 이 정도면 릴 야티를 [Her Loss]를 만든 제3의 멤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1 새비지의 현저히 적은 분량을 감안했을 때 더욱 그렇다.
21 새비지 (21 Savage)
21 새비지는 언제나 드레이크와 좋은 합을 선보였다. 2017년 발표한 “Sneakin’”을 시작해 “Jimmy Cooks”로 홈런을 치기까지, 그는 드레이크에 밀리지 않는 기량을 보여줬고, 가끔 능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합작 앨범에서 드레이크보다 21 새비지의 퍼포먼스를 기대한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치에 엇나가게 앨범이 공개되자 실망의 반응이 몰려왔다. 작품 내 그가 차지하는 분량이 26%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 한편, 이번 합작은 21 새비지에게 어마어마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나 보다. <2016 XXL 프레시맨(2016 XXL Freshmen)>과 나스(Nas)를 거론하는 등 이곳저곳에서 쏟아지는 그의 거침없는 발언은 현재 진행형이다.
메건 디 스텔리온 (Megan Thee Stallion)
9번 트랙 “Circo Loco”에서 드레이크는 두 명의 래퍼를 디스했다. 그중 하나가 메건 디 스텔리온. 그녀를 디스한 라인은 아래와 같다.
This bitch lie ‘bout getting’ shot, but she still a stallion.
이 X년은 총 맞았다고 구라를 까, 섹시하긴 하지만.
Shorty say she graduated, she ain’t learn enough.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배운 건 없어 보이네.
Play your album, track one, ‘kay, I heard enough
니 앨범 들어봤는데, 1번 트랙, 오케이 다 들었어.
총을 맞았다는 이야기는 같은 캐나다의 래퍼, 토리 레인즈(Tory Lanez)와의 이슈에서 비롯된 걸로 추측된다. 또한 작년 12월, 메건 디 스텔리온의 대학 졸업이 화제가 됐었고, 올해 8월 정규 2집 [Traumazine]을 발표했음을 고려하면, 그녀를 향한 저격이 분명해 보인다. 이에 메건 디 스텔리온은 분노의 트윗을 적어 내렸는데,
내가 총 맞은 걸 클라웃 빠는데 쓰지 마, 이 X새끼들아! XX 언제부터 여자가 총 맞는 게 쿨한 농담이 되어버린 거냐? 남정네 새끼들, 특히 랩하는 남정네 새끼들 XX이야! 옷이나 신발 브랜드 보이콧할 준비는 되어 있으면서 동네 친구가 흑인 여성을 학대했다는 소식에는 개같이 달려드네. 이 X같은 일이 사실로 밝혀지면 기억해라. 네년들이 신명 나게 물고 빠는 래퍼가 여자한테 총 쏜 새끼 뒤에 떡하니 서 있었다는걸.
이후 릴 야티가 나서 해당 구절이 메건 디 스텔리온을 디스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주일 후, 12명의 사회 운동가, 언론인, 하원 의원 등이 그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거기에는 힙합 내 여성 혐오를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까지 드레이크는 아무런 의사 표명도 하지 않았으며, 토리 레인즈는 어깨를 들썩이는 이모티콘만 게시할 뿐이었다.
칸예 웨스트 (Kanye West)
“Circo Loco”에는 오랜 앙숙을 향한 디스도 담겨 있다. 최근 드레이크와 칸예 웨스트 사이에는 화해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으나, 여전히 일정 부분 이상의 앙금이 남아있던듯싶다.
Linking with the opps, bitch, I did that for J. Prince.
적과 손을 잡았지, 새꺄, 다 제이 프린스를 위해서였어.
Bitch, I did it for the mob ties.
새꺄, 갱들 간의 관계를 위한 거였다고.
힙합 레이블 <랩어랏(Rap-A-Lot)>의 설립자인 제이 프린스(J. Prince)는 릴 웨인(Lil Wayne)에게 드레이크를 소개해 준 장본인이다. 또한 칸예 웨스트와 드레이크의 화해를 주선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는데 말인즉, 은인의 체면을 위했을 뿐 모든 게 가식이었다는 이야기. 칸예 웨스트를 둘러싼 반유대주의 논란과 드레이크가 유대인임을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칸예 웨스트는 여전히 드레이크를 사랑한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알렉시스 오해니언 (Alexis Ohanian)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초거대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창업자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의 남편이다. 드레이크는 12번 트랙 “Middle of the Ocean”를 통해 그를 디스했다.
Sidebar, Serena, your husband a groupie.
잠깐만, 세레나. 네 남편은 빠돌이에 불과해.
He claim we don’t got a problem but
그는 우리 사이에 별문제가 없다 했지만
No, boo, it is like you comin’ for sushi.
아냐, 자기야. 너가 스시를 먹으러 오는 것과 같아.
이들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세레나 윌리엄스와 알렉시스 오해니언이 처음 만난 시기인 2015년 즈음, 드레이크와 세레나 윌리엄스는 잠시 열애설에 휩싸인 바 있다. 둘이 친밀한 모습을 보이며 키스를 하는 듯한 사진이 유포됐고 장소는 일식당 <노부(Nobu)>였다. (“No, boo”는 이와 관련된 워드 플레이) 그녀의 남편을 ‘유명인과 육체적 관계를 맺어 유명세를 떨치고자 하는 존재’로 치부한 것. 알렉시스 오해니언은 드레이크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가 계속 승리하는 이유는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기 위해 가차 없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을 위한 최고의 빠돌이가 되는 것을 포함해서'와 같은 트윗으로 응수했다.
드램 (DRAM)
4번 트랙 “BackOutsideBoyz”의 후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Tried to bring the drama to me, he ain’t know how we cha-cha slide.
일을 벌이려고 했지만, 걘 우리가 어떻게 미끄러져 나가는지 모르네.
해당 라인이 겨냥한 대상은 "Broccoli"로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드램. 그와 드레이크의 불화는 “Hotline Bling”에서 시작됐다. 2015년, 드램은 “Hotline Bling”이 자신의 트랙 “Cha Cha”를 베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구절은 이에 대한 7년 만의 반격인 셈. [Her Loss]가 발표되자 드램은 5년 전, 드레이크에게 달려들었지만 보디가드 뒤로 꽁지를 뺐다는 주장과 욕설을 곁들인 영상 편지를 게시했다.
아이스 스파이스(Ice Spice)
드램과 함께 “BackOutsideBoyz”로 디스를 당한 아이스 스파이스는 드레이크의 샤라웃으로 주목받은 래퍼다. 기존의 NY 드릴과 달리 잔잔한 플로우를 전개하는 그녀를 두고 신선하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맥아리 없고 지루하다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녀를 향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의식한 걸까? 자신의 초대로 아이스 스파이스가 토론토를 방문한 직후, 드레이크는 그녀의 SNS 계정을 언팔로우했다. 아이스 스파이스는 <BET>와의 인터뷰에서 영문을 모르겠다고 토로했지만 돌아온 건 '그녀는 랩할 때 10점이야, 닥치고 있으면 더 좋고'라는 드레이크의 디스뿐이었다. (아이스 스파이스는 이에 '적어도 내가 10점이라는 거네'라며 소심하게 응수했다.)
번외) 페이크 프로모션
[Her Loss]를 홍보하기 위해 드레이크와 21 새비지는 수많은 매체와 협업했다. 발표 직전 업로드한 <NPR 타이니 데스크(NPR Tiny Desk)>, <하워드 스턴 쇼(The Howard Stern Show)> 출연 영상으로 시작된 프로모션은 "On BS"와 "Privileged Rappers"의 라이브를 각각 <세러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s)>, <컬러스 쇼(Colors Show)>에서 진행했고, 종국에는 매거진 <보그(Vogue)>의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가짜다. 그들은 언급한 매체들 중 어떠한 회사와도 협업하지 않았으며, 모든 프로모션은 두 래퍼가 독단으로 제작한 페이크였다. 이에 <NPR 타이니 데스크>처럼 실제 협업을 원한다며 긍정적 메시지를 보낸 곳이 있는가 하면, <보그>처럼 이를 '기만적인 홍보'라고 평하며 400만 달러(한화 약 54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Editor
Destin
노이즈마케팅 범벅이네 ㅅㅂ ㅋㅋㅋㅋㅋ
해명을 야티가 하냐고ㅋㅌㅋㅋ
존나 부러운 삶이다 어떤 인생일까
그냥 엘이 켰을때 갑자기 이 앨범커버 나오면 나올때마다 놀라요
새비지 파트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쉬운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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