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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의 장, ‘모두의 마이크’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4.01.03 00:19추천수 17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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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장, ‘모두의 마이크’

대중들에게 ‘힙합’이란 두 글자조차 생소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90년대 중후반, 한국 힙합의 현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몇몇 골수 팬들이 입을 열지 않으면 씬의 소식을 알 길이 없었으며, 그나마 PC통신이란 매개체가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해주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힙합의 성지’라 불리우며 ‘마니아들의 집결지’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신촌의 클럽 MP(마스터 플랜)에서 또 하나의 생소한 문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난 지금도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MP에서의 예정된 무대가 모두 끝났고, 등을 돌려 클럽 입구를 나가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함께 공연을 관람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은 미동도 없는 채로 텅 빈 무대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공연은 분명 전부 끝났는데? 갸우뚱거리며 고개를 다시 돌리는 순간, 한 남자가 마이크 하나를 쥐고 무대 위로 올라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한참 뒤에나 알아챘지만 그것은 그동안 외국 방송에서만 언뜻 봐왔던 ‘프리스타일 랩’이라는 것이었고 마치 끝말잇기 하듯 끊이지 않는 랩을 뱉어내던 그가 바로 얼마 전 15주년 앨범을 발표한 가리온의 MC 메타(MC Meta)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의 프리스타일은 문장 끝에만 살짝 운율을 맞추던 초보적인 라이밍에 불과했고,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구성도 많았지만, 당시에는 내가 힙합 음악 자체를 처음 접했을 때만큼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수십여 분 동안 혼자서 쉬지 않고 랩을 이어갔다는 점이었는데, 간혹 음향 문제로 비트가 멈춘 적막 속에서도 그의 랩은 끊기는 법이 없었다. 관객석에서도 그 장면을 부담없이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MC 메타의 ‘흥’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짐작해볼 때 그런 시간을 위한 보수가 따로 있을 리 만무했을뿐더러, 표정과 손짓만으로도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듯한 즐거운 느낌이 그대로 전달될 정도였으니까. 그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프리스타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치 않았을 수많은 관중 앞에서 펼쳐지는 그의 배짱 넘치는 무대는 그 순간을 함께했던 이들에게만 공유된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예정된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지는 MC 메타의 프리스타일 타임은 포스터에는 나와 있지 않은, MP를 자주 들락거리는 관객들에게는 이제 너무나 당연스럽게 여겨지게 된 ‘숨은 코너’로 자리 잡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무대에 함께 서는 멤버가 점차 늘기 시작했는데 그 대상은 함께하던 동료 뮤지션들뿐만이 아니었다. 공연을 보러온 일반 관객들 중에서도 프리스타일 랩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즉석에서 무대에 올렸다. 그들의 실력과 경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용기 내어 무대에 올라왔지만 이내 부끄러워하며 몇 마디 뱉지도 못하고 내려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깜짝 놀랄 만큼의 출중한 스킬을 뽐내는 이들도 있었다. 누가 올라오든 메타는 격려와 함께 분위기를 돋구었고, 그때 참여한 몇몇은 지금 한국 힙합의 건실한 MC들로 성장했으니 결과적으로 당시 MP는 신인 발굴의 등용문 역할도 겸한 셈이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이후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이 ‘국내 최초 오픈마이크’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난 2013년, 그동안 힙합 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뮤지션들의 실력과 음악의 퀄리티는 물론이요, 무엇보다 힙합이라는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그야말로 ‘개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게 바뀌었다. 음악 시장은 디지털로 완전히 재편되었고, 대부분의 소식을 스마트폰과 컴퓨터 앞에 앉아 접하는 온라인 시대가 되었다. 공연 문화의 발전도 함께 진행되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당시 MP와 같은 분위기를 재현하는 곳은, 시도는 있었지만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와중에 그런 느낌을 ‘제대로’ 되살리고 싶어 시작한다는 '모두의 마이크'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그 첫 회가 열리는 가리온의 소속사 피브로스 사운드(P-Bros Sound)의 연습실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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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게 가능할까? 되면 좋을 텐데..’라는 다소 무거운 심정으로 찾아간 연습실의 첫 인상은 깔끔하고 아기자기했고, 피브로스 사운드의 성격상 힙합 고유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지만 협연을 하거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무대가 만들어지자 MC 메타의 샤우팅을 신호로 하나둘 앞에 나가 랩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두의 마이크' 첫 회는 기대 이상의 성공적인 모임이었다. 공간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왔주었고, 쉴 타임을 따로 낼 수 없을 정도로 앞에 나가 랩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런 분위기가 처음이기에 다소 어색할 수도 있는 관중들의 긍정적인 호흡도 큰 에너지가 되었다. 적지 않은 긴장감을 안고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보여주려는 용기에 낮은 감탄사를 연신 흘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친구들에게는 그동안 이런 공간이 얼마나 고팠을지 생각하니 괜히 안쓰러운 마음까지 더해졌다. 간간히 90년대 MP의 무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조금 더 세련되고 조금 더 오픈된 장소로 바뀌었을 뿐, 그곳에는 여전히 MC 메타가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이런 공간을 목말라 했던 어린 친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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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된 '모두의 마이크', 이 모임이 앞으로 어떠한 형식으로 진행될지, 어떠한 결과를 보여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발전되어 ‘제 2의 MP’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지속성’이다. 하나의 플랫폼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영역을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주도하여 그야말로 ‘꾸준히’ 이어가야만 한다. 주변의 도움과 참여, 주도하는 이들의 열정이 장기간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저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남기 쉽상이라는 건 굳이 따로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부분이다. 다행히 가리온은 MP 때의 경험과 더불어 씬에서의 상징성을 겸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을 접목시키려는 대중음악 비평가 김봉현을 비롯해 제반 사항을 책임질 회사(피브로스 사운드)와 함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환경은 갖춘 셈이고, 이후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이 모임의 성격을 좌우하게 될 확률이 높다.
 
난 단 한 번 지켜본 이 모임에 굳이 힙합 문화의 코어니 뭐니 하는 거대한 의미를 들이밀고 싶진 않다. ‘힙합이 길거리에서 시작되었으니..’ 하는 류의 이야기들 말이다. 작게는 그동안 갈고 닦은 랩을 뽐내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고, 나아가 실력 있는 이들의 등용문이 됨과 동시에 비슷한 미래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한 네트워킹 명소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모니터 앞에서 소통하는 것과 직접 부딪혀 느껴보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내가 관객이고 내가 공연자가 된다. 지켜야 할 형식도 거의 없고 따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만큼의 특별한 부담도 없다. 게다가 지금 당신들의 롤모델이 된 선배들이 직접 걸어온 이미 ‘인증된 길’이다. 힙합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여 이런 현장을 한 번만이라도 몸소 겪었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주최자, 참여자 모두 굳이 어떤 위대한 사명감을 가져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니라, 비슷한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편안한 자리로 나아가길 바라며 어떤 형태가 되었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모두의 장’으로 자리 잡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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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마이크' 관련 10문 10답 (with 가리온 & 김봉현)


1. 먼저 '모두의 마이크' 소개와 취지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메타: '모두의 마이크'는 말 그대로 모두가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보자는 의미예요. 한국에서 힙합 문화를 사랑하고 랩퍼가 되고 싶어 하는 분들은 많은데 본인들의 랩을 소개하고 들려줄 수 있는 기회들이 지금은 온라인 말고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온라인에서의 활동들이 기반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나와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랩을 해보자 이거죠. 우리 스스로가 입증하고 검증해 보자. 그런 취지예요. 물리적인 공간에서 서로 랩을 하고 서로 호흡하는 그런 지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 때는 그게 클럽 MP(마스터 플랜)였었고, 거기서 매주 모여서 공연을 하거나 프리스타일을 했는데.. 저희는 그 과정을 통해서 성장을 했었거든요. 근데 그런 성장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없다는 게 현재 한국 힙합 씬의 성장세를 봤을 때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은 움직임이나마 이렇게 시작해 보게 된 거예요.



2.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지금 당장 체계화하긴 힘들겠지만 생각해둔 그림이라든지.

메타: 누구나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어저께 쓴 가사 가져와서 뱉어도 되고 프리스타일을 해도 되고 랩이 아니라 아카펠라로 연설을 해도 상관없어요. 마이크 앞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힙합을 보여주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랩을 하고 돌아가면서 계속 이어가는 모양새가 될 거고 저희는 진행 차원에서 어느 정도 맡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오셔서 "이런 것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건 어떤가요?" 같은 의견을 함께 모아서, 앞으로 이 모임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은 거예요. 한 마디로 딱 얘기하면 '수련장'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 '수련장'을 통해서 저희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건 힙합퍼들이 양산되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랩을 위한 랩퍼들이 아니라 힙합을 인지하고 힙합에 애정을 가지고 힙합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랩을 하는 랩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지금은 예측하기 힘든 좋은 가능성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불한당 멤버들이 가끔씩 와서 보고 좋은 인재들을 찾을 수도 있는 거고, 때에 따라서는 회사와 계약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가능성들까지 다 포함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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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이 '모두의 마이크'는 주로 어떤 분들이 주도하여 하는 건가요? 그리고 각자의 역할은? 

메타: 가리온과 김봉현 씨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이야기를 해왔던 거고, 저희는 아마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거 같구요. 그 외에는.. 지금 한국 힙합 씬이나 랩퍼들의 성향,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좀 편협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근데 랩이라는 게 굉장히 다양한 표현들과 형식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 오는 분들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부분들을 아마 김봉현 씨가 많이 제안을 해주실 거 같아요.

김봉현: 일단 공간에 대해서 좀 말씀드리면, 지금 힙합 공연들이 전체적으로 잘되고 있고 그런 만큼 공연장 같은 공간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냥 사랑방이라고도 할 수도 있고 살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꼭 랩을 직접 하지 않아도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차 한 잔 하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없잖아요. 이 공간이 그런 역할을 좀 했으면 좋겠고, 여기 온 사람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저도 참여를 한 거고요. 힙합이 왜 장르적으로 멋있고, 그 장르의 특성이 무엇인지, 그게 꼭 사운드적인 특성이 아니라 애티튜드 부분일 수도 있고.. 이런 여러 가지 인문학적인 걸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여기서 같이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제가 작년에 김경주 시인과 함께 '이브닝 라임'이라는 시와 랩의 교감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라임어택(RHYME-A-)과 소리헤다가 참여해서 김경주 시인의 시를 재해석해서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라임어택의 가사를 시인이 낭독하는 그런 작업을 했었는데요. 전 이 공연 브랜드를 꾸준히 가져갈 계획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함께할 랩퍼들을 찾아왔고, 가리온은 예전부터 랩의 문학성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기 때문에, 랩과 문학을 아우르는 작업도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3. 그렇다면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여기에 올 때 어떤 준비를 해오면 좋을까요?

메타: 뱉을 가사가 있으면 가져와도 되고 프리스타일을 해도 되고, 그냥 내 스타일과 내 감정을 마이크 앞에서 그냥 보여주면 돼요. 프로듀서는 와서 본인의 비트를 들려줘도 돼요. 기본적인 장비가 세팅이 돼 있고 DJ 손(DJ Son)이 함께할 예정이니까 프로듀서들은 USB에 비트를 넣어온다든가 하시면 돼요. 



4. 역시 실력은 상관이 없을 거 같은데..

메타: 네. 오히려 이런 곳에서 랩을 한 번도 안 뱉어보고 온라인으로만 하시는 분들께 꼭 권하고 싶어요. 모니터에 랩을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나와서 마이크를 쥐고 사람을 보면서 랩을 하는 걸 겪어보게 하고 싶어요.

나찰: 랩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무대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닌데 몇몇 친구들을 보면 이런 것들을 두려워한다는 느낌이 가끔 들 때가 있어요. 랩을 한다는 행위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 조금 더 커뮤니케이션이 됐으면 해요.

메타: 나찰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제는 랩퍼들이 무대가 아니면 올라갈 곳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모여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원래는 MP를 다시 가져오고 싶었어요. 근데 저희가 아직 그럴 만한 여력은 안 되고.. 그래서 이 공간이 나중에는 밖으로 빠져나가서 예전 MP처럼 매주 정기적인 공연이 열리는 형태로 성장을 하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의도라고 볼 수 있어요.

김봉현: 한 마디 첨언하자면.. 신인이 자신을 홍보하고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많냐 적냐는 사실 관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어요. 요즘은 누구나 믹스테잎을 만들어서 올릴 수 있으니까 굉장히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사실 그게 다는 아니예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온라인으로 믹스테입 올리는 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전부라거나 유일한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믹스테입도 올리고 이런 공간에도 와서 다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실력 보여주고 교류하고 스스로 인맥 만들고...많은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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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냥 구경만 오는 것도 상관없나요? 무료라고 들었는데 그냥 먹을 거 사와서 옆에서 두런두런..

메타: 그럼요. 그냥 구경만 하러 오셔도 돼요. 먹을 거는.. 여기에 자판기 있어요. 그 자판기를 활용해주시면 여기 사장님이 좋아해주실 거예요. (웃음)



6. 혹시 장르의 제한이 있나요? 일단은 힙합만?

메타: 일단은 그렇죠. 지금 갑자기 록 하는 분이 오셔서 하면 곤란하니까.. (웃음)



7. 그렇다면 '모두의 마이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능한 현실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이야기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예를 들면 나중에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본다든가, 공연을 열어본다든가, 아니면 ‘가리온 크루’ 아니면 뭐.. ‘마포구청 크루’ 같은 것도..

메타: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었어요.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올 수도 있고요. 또는 봉현 씨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각해둔 컨셉과 잘 부합하는 랩퍼들을 '힙합초대석(팟캐스트 라디오)'에 초대해 함께할 수도 있겠고요. 또는 불한당 멤버들과 연계 작업을 해본다든가, 아니면 가리온 3집에서 참여를 제안해본다든가, 그런 것들까지도 다 가능한 얘기죠.



8. 예전의 MP에서는 '신인발굴'의 역할도 겸할 때가 있었잖아요. '모두의 마이크' 역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메타: 그럼요. 저는 사실 여기서 인맥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나쁜 의미의 인맥이 아니라, 여기서 그런 게 형성이 됐으면 해요. 신인 프로듀서들이 와서 자기 작품에 어울릴 만한 MC를 찾는다든가.. 그게 온라인상에서 서로 누군지도 모르는데 쪽지 주고 받는 것 보다는 훨씬 믿음이 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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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렇군요. 이 모임을 이어가다보면 여러 변수들이 생기겠지만 제가 지금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지속성'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기본적으로 스케줄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발전하려면 장기적인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이 모임을 계속 이끌어갈 사람들이 꼭 있어야 된다고 보는데..

메타: 저희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죠. 시작을 이렇게 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갑자기 한 달 하고 말고.. 이러면 안 되겠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희들만이 아니라 이 부분에 자연스럽게 규합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런 것에 있어서 가장 빠르고 가장 가능성이 있는 건 저희 크루(불한당)가 될 수 있겠죠. 어떨 땐 가리온이 아닌 피타입(P-Type)이 진행을 할 수도 있겠죠. 어떨 때는 라임어택이, 어떨 때는 마이노스(Minos)가.. 이런 식으로요. 어떻게 될지는 더 해봐야 알겠지만 사실 저희는 이렇게 하는 것 자체도 이미 늦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일단 시작을 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거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10. 이 '모두의 마이크'에 올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그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부탁드릴게요.

나찰: 그냥 오시면 됩니다. 얼마 전 힙플쇼에서도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랩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일단 뱉어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뱉는 것 자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예술성이라는 게 가미가 돼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일단은 와보라고 하고 말하고 싶어요. 

메타: 저도 학교 같은 곳에서 트레이닝을 할 때 보면 많은 랩퍼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나 정도면 본격적으로 뭘 시작해도 되는 실력인가?'예요. 그건 사실 되게 상대적인 거잖아요. 예술에는 절대 기준이 없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건 확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저희가 무슨 라이센스 같은 걸 발급하면서 '당신은 당장 믹스테입 1장 정도는 내도 괜찮습니다' 이럴 순 없잖아요.(웃음) 그런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본인이 확인해볼 수 있는 공간이 여기니까, 일단 와서 보고 '아 저 정도면 나도 올라갈 수 있겠다'라는 걸 느끼고 그 다음 주에 와서 바르면 돼요.(웃음) 그리고 만약 그 다음 주에 자기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났다 싶으면 더 노력하게 될 테니까요. 온라인보다는 이런 곳에 와서 직접 보고 본인이 체감하는 게 제일 확실해요.

김봉현: 저는 요즘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힙합에 관심이 많아요. 거창한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왜 힙합이라는 음악이자 문화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되짚어보면서, 다른 음악이나 문화와 구별되는 힙합의 고유한 멋과 매력을 자기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살아가는 거죠. 매주 '모두의 마이크'에 와서 어울리다 보면 그런 걸 저절로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rap is what we do, hiphop is how we live'라는 문구를 더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관련링크 |
'모두의 마이크'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everymic
김봉현 트위터: https://twitter.com/kbhman


글, 인터뷰 | heman
사진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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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1.4 00:44
    정말 너무너무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리온형님들 최고에요!
  • 1.4 00:53
    멋지네요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 1.4 01:54
    이런 걸 누가 돈주는 것도 아닌데 기획하시고 힘쓰신 가리온 님들이 정말 대단하고 힙합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1.4 02:22
    One Luv!
  • 1.4 03:55
    swag
  • 1.4 11:51
    힙합 아버지 턴업
  • 1.4 11:51
    힙합 아버지 턴업
  • 1.4 12:47
    진짜 가리온은 대박이다
  • 1.4 13:14
    계속 지속되어서 제2의 mp가 되길
    swag!!!!!
  • 1.4 14:00
    오 제가 찍힌 사진도 있네요 신기신기
  • 1.4 14:15
    내가 1회때에도 있었지만 정말 현장의 메타형님은 정말 대단했고 가리온 자체도 대단하고 김봉현씨, DJ 손 모두 대단했습니다. !!! 그리고 첫 모임에 모였던 분들도 대단했습니다.
    한국힙합의 장이 이런 진실된 문화의 장에서부터 다시금 뿌리깊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 1.4 16:42
    집앞이네요... 오늘저녁에 가야겠다
  • 1.6 13:54
    멋지다.
  • 1.6 14:27
    멋지네 이건 주최일이 정해져 있는건가요?
  • 1.7 01:21
    장소가 어디지? 진짜 가야겠다
  • 1.7 01:29
    2회는 언제하려나ㅠㅜ 아직 1회밖에 안한거 맞죠?
  •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글쓴이
    1.7 02:08
    * 현재는 매주 토요일 마포구청역 근처 피브로스 사운드에서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고, 지난 주말에 2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 날짜/장소 및 기타 공지에 대해서는 본문 하단에 첨부한 링크를 통해 정기적으로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을까 싶네요.
  • 1.10 10:44
    @HiphopLE
    감사합니다 ㅎ
  • 1.7 22:28
    최고다
  • 1.11 16:02
    갑니다
  • 1.11 20:29
    진짜의미잇는 프로그램이네요! 역시 가리온형님들respect!
  • 1.27 21:17
    나두 가봐야겠다 여러분 페이스북 위에 주소 참고하시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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