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범] Buddy - Ocean & Montana
01. Find Me02. Guillotine03. World of Wonders04. A Lite05. Love Or Something
버디(Buddy). 낯선 이름이다. 누군가는 한국인의 학창 시절을 지배한 메신저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낯선 이름은 새로운 가능성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컴튼 태생의 버디는 생소한 음악가지만, 작년 말부터 부쩍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6년 11월 발매된 싱글 “Shine”은 애플 뮤직(Apple Music)에 의해 많은 주목을 받았고, 최근 발표한 EP [Ocean & Montana]는 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프로듀서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와 힘을 합쳐 전곡을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과연 애플 뮤직은, 케이트라나다는 그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본 걸까.
사실 그는 6년 전부터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래퍼였다. 우연한 기회에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를 만났고, 그 길로 퍼렐 윌리엄스의 레이블 역할도 하는 아이 엠 아더(i am OTHER)와 계약을 맺을 만큼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덕분에 계약 이후 내는 곡은 모두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2011년에 발표한 싱글 “Awesome, awesome”은 자타공인 최고의 프로듀싱 팀 넵튠즈(Neptunes)가 곡을 썼고, 이듬해 공개한 “Staircase”는 퍼렐 윌리엄스가 프로듀싱하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4년에 낸 믹스테입 [Idle Time]에는 로빈 시크(Robin Thicke),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애셔 로스(Asher Roth), 쿨키즈(The Cool Kids) 등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 Buddy - Find Me
하지만 믹스테입을 기준으로 거의 3년 만에 발표한 [Ocean & Montana]의 외양은 과거와 적잖이 다르다. 흔한 피처링 하나 없다. 물론 케이트라나다라는 프로듀서의 이름값은 무시하기 어렵지만, 과거 프로듀서진에 비하면 특출나지는 않다. EP를 발매했다는 홍보가 많이 이뤄진 편도 아니었다.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정식으로 발매하면서 사운드클라우드에도 무료로 공개하는 대인배적인 면모도 보였다. 음악을 마주하는 태도가 달라진 듯한 모습이다.
음악 내적으로 살펴보면 몇 가지 특이점이 눈에 띈다. 우선, 그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다른 래퍼들처럼 스토리텔링에 힘을 쏟지도, 아티스트의 면모를 뽐내지도, 화려한 히트 넘버를 만들려고 굳이 애쓰지도 않았다. 그보다 첫 번째 트랙 “Find Me”부터 마지막 트랙 “Love Or Something”에 이르기까지 그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랩 스킬을 보여주는 데 많은 힘을 쏟는다. 이를테면, “Find Me”에서는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을 냉소적인 태도와 함께 싱랩에 가까운 방법으로 표현하다가도, 이어지는 “Guillotine”에서는 쉴새 없이 몰아치는 퍼커션과 드럼 박자에 랩을 짧게 짧게 쳐낸 후 소울풀한 보컬을 소화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World of Wonders”에서는 여성에게 구애하면서 넬리(Nelly)의 히트곡 “Flap Your Wings”의 후렴을 브릿지에 절묘하게 끼워 넣는 위트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 덕분에 다섯 곡 모두 서로 다른 개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동시에 낯선 래퍼 버디는 신인 래퍼라기보다는 꽤 유능하고 실력을 갖춘 음악가로 변모한다.
♬ Buddy - World Of Wonders
흥미로운 점은 EP의 내용과 형식을 버디와 케이트라나다가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작업은 케이트라나다가 준 비트들에서 버디가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서 랩을 쓰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는 건 두 아티스트의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의미이기도, 나아가 버디라는 래퍼의 가능성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버디가 3년간 음악에 천천히 접근한 이유는 래퍼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버디를 찾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일상의 파편을 담듯 각 곡을 각기 다른 문법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나, 집 앞 교차로의 이름을 빌려 타이틀을 지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단순해 보이는 EP의 내용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포인트다. 또, 버디가 앞으로 어떤 태도의 음악을 낼지 엿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어쩌면 [Ocean & Montana] EP는 유망주 딱지를 벗지 못했던 버디에게 꽤 중요한 디딤돌이 될지도 모르겠다.
글 | 김현호(Pepnorth)
피가되고 살이되는 리뷰네요 저한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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