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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6월 2회차

Melo2017.06.19 22:24추천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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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6월 2회차


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6월의 두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일곱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예인 - Rose of Sharon


예인(YEIN)은 특별하다. 음색도, 표현하는 감성도 모두 흔한 느낌이 아니다. 얼핏 들으면 김정미나 김추자와 같은, 과거 신중현이 제작한 여성 솔로 가수를 연상케 하지만, 그것과 온전히 같거나 유사하지는 않은 것이 특징이다. 직접 곡을 쓰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매력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표현해내는 결 자체가 충분히 매력 있다. 뮤직비디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다 볼 것을 권한다. 영상으로 음악을 연주한 듯, 곡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앨범 [5]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볼 것을 권한다. 비록 다섯 곡이지만 나름의 구성이 있으며, 나른하고 차분하면서도 그 안에 묘한 긴장이 담겨 있다. - bluc







이달의 소녀/김립 (LOOΠΔ/Kim Lip) - Eclipse


몰랐는데, 아이튠즈를 확인해보니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노래였다. 나온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으니 정말 한 달 내내 들은 것이다. <이달의 소녀(LOOΠΔ)>를 이야기할 때는 뮤직비디오를 빼놓을 수 없는데, 김립(Kim Lip)은 <이달의 소녀>가 지금껏 선보인 색깔과는 정반대로 도발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내세운다. 또한, 김립의 대표색이 빨강인 만큼, 의상과 뮤직비디오 오브젝트, 곡의 소스 하나하나까지 레드라는 콘셉트와 잘 어우러진다. 아마도 이 뮤직비디오로 <이달의 소녀>에 관심을 가진 이가 꽤 되지 않을까. 이 곡이 왜 힙합엘이에 올라왔냐고 묻는다면, "Eclipse"는 이센스(E-Sens)의 [The Anecdote]의 프로듀서인 다니엘 '오비' 클레인(Daniel 'Obi' Klein)이 만들었고, 같은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 "Twilight"는 AOMG의 차 차 말론(Cha Cha Malone)이 프로듀싱했다는 말로 우겨보겠다. - 심은보(GDB)







히피는 집시였다 (With 김오키) 지네 


올해의 연말 결산을 예상해보건대, 6월은 알앤비/소울이 강세를 보였던 달로 남을 것 같다. 진보(Jinbo)와 수민을 비롯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작품을 들고나와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기 때문이다. 히피는 집시였다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팀이다. 프로듀서 제이플로우(Jflow)와 보컬 셉(Sep)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기본적으로는 얼터너티브 알앤비(Alternative R&B) 음악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레퍼런스 논란에서 완전히자유로울 정도로 확실한 특색을 갖고 있다. "지네"로만 봐도 셉의 가사나 보컬은 물론,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세계관을 한국의 도심을 배경으로 담아낸 뮤직비디오 등 많은 부분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후반부의 이펙트를 적용된 셉의 보컬과 김오키의 색소폰 연주는 함께 어우러지면서 듣는 이를 이지러지게 한다. 한국적인 것을 도모한 정말 새로운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궁금하다면 꼭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해보길 바란다. - Geda







John Williams - Satin Doll

<라라랜드 인 콘서트> 한국 투어가 폭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예상했다.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가 오리지널 팀과 내한하여 지휘한다고 홍보했으나, 지휘자가 대체되었으며 국내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는 내용을 티켓 오픈 직전에 정정했다. 이건 마치 국내의 아마추어 록 밴드가 비틀즈(The Beatles)의 곡을 커버하며 비틀즈 투어를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해당 공연의 티켓 판매를 책임지는 건 클래식이나 재즈 애호가가 아닌 상대적으로 음악가의 네임벨류에 무감각한 일반 대중들이란 점을 이용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그들마저도 감지할 만큼 연주가 엉망이었다고 하니, 그 한심한 전략마저 실패한 셈이다. 이 소식을 듣고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Unforgettable]을 꺼내서 한동안 들었다. <스타워즈>와 <해리포터>, <쥬라기 공원>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그가 세계적인 팝 오케스트라인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30, 40년대 재즈 명곡들을 연주한 앨범이다. 이 시점에서 왜 이 앨범을 언급하냐고? 할 거면 이렇게 제대로 하라는 말이다. - 류희성







진보 - 나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난 금요일 발매된 진보(Jinbo)의 [KRNB2 Part. 1]을 두 손 두 발 다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2012년, 무료로 공개됐던 [KRNB]가 그의 정규 앨범들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기 때문이다. 앨범에는 케이팝 혹은 한국 가요라는 범주로 묶이는 과거의 노래들을 진보 식 알앤비로 독창성 있게 재해석한 버전들이 넘실댔다. 시기적으로 따지면 디트로이트 사운드에 가까운 [Afterwork]와 첨단(?)의 사운드로 무장한 [Fantasy] 사이에 발매되어 소리와 정서 모두 러프함과 세련됨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투애니원(2NE1)의 "아파 (Slow)"를 리메이크한 "나빠"는 그 메리트가 절정에 다다른 수록곡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는 선우정아의 가사가 전형성을 탈피하고, 투애니원의 이율배반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 '상처받고도 애원하는 여성'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원곡이 매력적이다. 하나, 남성의 시각에서 쓰인 "나빠"도 이에 못지 않게 '애절함'이라는 감정적 흐름이 뚜렷하다. 무엇보다도 이 곡이 나오고 나서, 두 달 뒤에 엄청난 감정 소모 끝에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었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뮤직비디오 속 진보처럼 롱코트를 입고 손에 입김을 호호 불며 그녀를 기다렸던 그 한겨울의 내 모습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 Melo







Migos - Call Casting


뒤늦게 미고스(Migos)의 매력에 빠졌다. 아니 정확히는, 시험 기간으로 인한 여러 밤샘이 이들에게 빠지게 했다. 밤샘 후 잠깐의 쪽잠을 취하고 억지로 눈을 뜰 때면,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자연스럽게 미고스의 "Call Casting"을 틀었다. 귀에 착착 감기는 테이크오프(Takeoff)의 훅과 자연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차진 더블링은 부두술사의 주술처럼 내 몸을 일으켰다. 비단 테이크오프 뿐이랴. 트랩 리듬 속에서 유연하게 랩을 선보이는 콰보(Quavo)와 'Woo Woo Woo Woo'와 같은 추임새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오프셋(Offset)은 억지스러운 기상으로 말라버린 나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리듬을 타게 했다. 원치 않는 올빼미 짓(?)으로 힘든 기상을 반복하고 있는 이들에게 마취제 같은 노래가 될 수 있기에,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대학생들의 기상송으로 적극 추천한다. 세 멤버가 선보이는 리드미컬하고 유려한 랩이 분명 당신을 춤추게 할 것이다. - Loner







Chris Martin and Ariana Grande - Don't Look Back In Anger (One Love Manchester)


지난 4일 열렸던 자선 콘서트, 원 러브 맨체스터(One Love Manchester) 무대 중 가장 감동적인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맨체스터 테러가 일어난 이후 추모광장을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Don’t Look Back in Anger”가 추모곡처럼 불렸다.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영국의 국민 밴드였던 오아시스(Oasis)를 대신해 콜드플레이(Coldplay)의 보컬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이 곡을 소화했다. 희생자들을 위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에도 혹시나 있을 또 다른 테러에 대비한 헬리콥터가 떠 있는 모습이 마음 아프지만, 이 곡이 영국인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역시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 가장 힘 있다. 이날만큼은 “Don’t Look Back in Anger”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곡이었다. - Urban Hippie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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