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디스의 새 앨범 <LIT>을 재생하는 순간, 기시감이 스친다. 그것은 앨범의 사운드적 질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앨범이 취하고 있는 태도와 구조적 아이러니가 칸예 웨스트의 명반 <The Life of Pablo>(TLOP)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앨범의 프로듀서 세우와의 음감회에서 이 앨범을 고른 것은 기실 칸예를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 걍 할 뿐이야 display를
뭐야 무신론자 앞에 예수
So lie or 해 경배를 It’s LIT " - <LIT>
TLOP가 종교적 숭고함과 세속적 욕망, 즉 '추구해야 하는 이상'과 '추구하고 있는 현실' 사이의 아이러니를 앨범 커버에서부터 음악 전반에 걸쳐 다이내믹하게 전시했다면, <LIT>은 그 전장을 예술가 개인의 내면과 한국 사회라는 구도로 치환한다.
이 앨범에서 칸예의 《Ye》, 특히 'All Mine' 같은 트랙이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는 앨범 곳곳에 도저해 있는 천박하고 투박한 가사들에 눈살을 찌푸릴지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풀어내는 방식은 결코 현학적일 수 없다.
" 액수가 늘수록 섹스가 늘어
섹스가 늘수록 액수가 줄어
액수가 줄수록 섹스가 줄고
섹스가 줄수록
내놔 돈, 내놔 떨, 내놔 pussy " - <내놔>
정제된 언어와 은유는 이성(Reason)의 산물이다. 반면, 실재(The Real)와 무의식은 날것 그대로의 욕망이자 혼돈이다. 저스디스는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포장 없이 끄집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련됨을 거세했다. 그 거친 언어들은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무의식의 심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가장 적확한 도구다. 그 투박함이야말로 이 앨범이 가진 리얼리티의 정수다.
청자가 그 자극적인 기표(Signifier)들에 휘둘리지 않고 그 이면을 응시하는 순간, 앨범의 메시지는 비로소 선명해진다. 그것은 바로 '불온(不穩)'함이다.
한국 힙합, 나아가 한국 사회는 여전히 '불온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발화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트랙 'Home home'의 가사를 굳이 영어로 적어 내려가야만 했던 그 상황은, 역설적으로 그가 마주한 사회의 경직성을 방증한다. "이 사회에서는 나의 진짜 이야기를 모국어로 적을 수 없다"는 무언의 항변처럼 들리기도 한다.
저스디스는 이 앨범을 통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논리가 아닌 물성(Physicality)으로 그 벽을 밀고 나간다. 사회가 규정한 금기와 예의범절이라는 껍데기에 가래침을 뱉으며, 그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살아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 김수영, <시여, 침을 뱉어라>
저스디스의 <LIT>은 이 명제에 대한 2025년의 응답이다. 그는 남들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거부하고, 기꺼이 불온한 전위가 되기를 자처했다. 나는 그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Can't Quit This Shit) 이 숨 막히는 Home을 가출하고("2005년에 난 집 나갔지", <씹새끼>), 그가 더 지독하게, 더 더럽게 침을 뱉어주기를 희망한다.
"이 자유를 위한 선은 어디까지
난 아마 사람이 죽을 수도" - <Don't Cross>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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