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lHU8dEbDmdA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뮤지션에게 투잡(Two Job)이란 불가피한 상황일 것이다. 음악을 하면서 발생하는 부가 비용들을 충당하기엔 스무 살 초반을 스쳐 지나가는 청춘들은 너무나도 어리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쉬는 일 없이 '남들 잘 때 작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도 하다. 누군가의 가사를 인용하자면, '알바와 음악 사이의 밸런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이는 데뷔 믹스테이프 [Maybe It's Cold]를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마친 래퍼 '태평'에게도 동일했다.
5곡 분량의 앨범을 듣다 보면, 가진 것 하나 없는 무(無)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래퍼 지망생 김호진에서 어느샌가 세상을 향해 뎀프시롤을 휘갈기며 도깨비시장을 벗어나 힙합씬으로 첫 발자국을 내딛는 태평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제목 [Maybe It's Cold]에서 알 수 있듯, 본인의 처지인 '아마추어'를 변형해 영어로 직역해낸 재치는 앨범분위기 전체를 관통한다. 특히 타이틀곡 <도깨비시장키드>는 커리어 시작을 앞둔 예술가뿐 아닌 사회 초년생 모두에게 공감을 받아낼 만한 유머스러우면서도 씁쓸한, 블랙 코미디적인 성격이 돋보인다. 더불어 앨범에 존재하는 캐나다 유학 후 무작정 한국에 돌아와 꾸준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래퍼 '던밀스'의 이름은 휴학생 김호진이 아닌 래퍼 태평으로서의 시작과 꽤나 맞닿아 보이기까지 한다.
던밀스 피쳐링 이외에 태평이 소속된 힙합 크루 '럼퍼스룸(Rumpus Room)'의 두 멤버인 '오얏 정(Oyat Jeong)'과 '윕(WIP)'의 피쳐링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래퍼를 꿈꾸기 시작해 어느덧 정식 데뷔를 기다리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이기에, 두 사람이 써 내려간 진정성 있는 가사는 본 앨범의 몰입을 돕는다.
음악을 하는 모든 이들에겐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왔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지나온 모든 이들에겐 성공에 대한 야망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Maybe It's Cold]는 그러한 감정을 상기시켜 준다. 추운 겨우내 한 몸 녹이지 못한 채 작업과 알바에 급급했던 아마추어를 거쳐, 따뜻한 봄을 맞이함과 동시에 음악으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태평의 시작에 박수를 보낸다.
- 힙합 에디터 윤재빈, Riddler
Credit
1. NOTHING (feat. Oyat Jeong)
작곡: 태평
작사: 태평, Oyat Jeong
피쳐링: Oyat Jeong
2. 550 (feat. WIP)
작곡: 태평
작사: 태평, WIP
피쳐링: WIP
3. 도깨비시장키드
작곡: 태평
작사: 태평
4. 브루스 웨인 (Prod. Don Mills)
작곡: Don Mills, 태평
편곡: 태평
작사: 태평
5. 뎀프시롤 (feat. Don Mills)
작곡: 태평
작사: 태평, Don Mills
피쳐링: Don M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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