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친구들이 꼭 앨범을 왜 내야 하냐고 하던데

단편 영화와 장편 시리즈 영화 같은 걸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편 영화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장편 시리즈 영화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져 올 때 받을 수 있는 감정은 다르니까요

씬에서 한 자리 확실히 차지한 사람이랑 만년 슈퍼루키랑 차이가 전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이센스, 저스디스, 화지, 팔로알토, 딥플로우, 빈지노, 창모, 키드밀리 이런 굵직한 이름들은 비록 커리어가 휘청하는 시기가 있더라도 좋은 앨범을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리스너들이 씬의 중심 내지는 좀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고,

쇼머니에서 좋은 모습 보여줬고 어떤 면에서는 위에 언급된 이름보다 나은 점을 보여줬어도 앨범으로 큰 임팩트를 못 남기면 자리도 못 잡고 잊히거나 큰 인정을 못 받는 느낌을 받았어요.(이쪽은 이름 언급하는 게 더 실례라…ㅎ)

그래서 래퍼 오래 하려면 결국 앨범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앨범이 싱글보다 우월하진 않지않나요

각자의 음악 감상의 방식이지

꼭 앨범을 내야하는것도 뭐 당연히 아니고 이해 못하는 사람한테 앨범이 더 훌륭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생각합니당

다만 저 같으면

걔가 자주듣는 장르 명반 하나 추천해주고 별 다르게 느낀거 없으면 걍 싱글로 들으라 할것같네요

아티스트에게 있어 명함

사실 상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싱글만 내면서 활동해도 되긴 합니다

대부분의 대중은 결국 차트인한 싱글을 들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만 보면 앨범도 길어봐야 ep 정도로만 만들면 되지

풀렝스 길이의 앨범을 내는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규앨범 제작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상업적인 시각 외에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당연히 아티스트 본인의 음악적 창작욕구 실현입니다

많은 뮤지션들은 단순히 잘 팔리는 음악 외에, 소위 말하는 명작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이건 사실 음악 이외의 모든 창작 분야에 해당되는 현상이기도 하고요

두번째는, 이게 아마 더콰가 쓴 표현일텐데 인상깊어서 인용해보자면

음악 씬에서의 일종의 명함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단순 숫자로만 보자면 정규 앨범의 숫자가 그 뮤지션의 짬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또한 언제 마지막으로 앨범을 냈느냐가 사실상 그 뮤지션의 현역 여부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딘과 같은 경우는 싱글을 내는 족족 히트를 시켜도 리스너들에게 정규 하나 없는 뮤지션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단순히 상업적인 측면에서만 따지자면 아이유같이 앨범 수록곡들을 줄줄이 차트인 시키는 뮤지션들도

사실 앨범 제작보다는 정기적으로 싱글만 내서 꾸준히 차트인 시키는게 보다 더 이득입니다

하지만 아이유도 꾸준히 정규 앨범을 만들죠

이 친구도 결국 뮤지션으로서의 창작 욕구가 있는 겁니다

또한 예전 10대 시절의 1집 신인 아이유와

미래의 10집 가수 아이유라는 타이틀은 그 무게감부터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이지이스닝을 주로 하는 사람이라면 싱글이나 앨범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죠 그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요

다만 음악을 더 헤비하게 듣는 사람들은 아티스트의 기량을 훨씬 잘 보여줄 수 있는 정규 앨범에 가치를 두고, 또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이 보통 더 공신력?을 가지니까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정규 앨범이 큰 역할을 하지 않나 싶어요.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축구로 비유해보면

싱글은 패널티킥을 멋있게 차는 거고 정규 앨범은 90분 풀타임 경기를 뛰는 게 아닐까 싶네요. 월드컵 때만 축구 보는 사람들은 유튜브 쇼츠에서 패널티킥 레전드 모음집 같은 것만 봐도 와 기가 막히네 축구 잘한다 할 테고 축구 매니아들은 패널티킥 잘 차봤자 90분 풀타임 잘 뛰는 걸 훨씬 축구 잘한다고 여길 테니까요.

풋살 vs 축구

야이 빡대가리 새끼야 중식 코스요리가서 짜장면은 언제주나요 하는 개븅신그튼놈아

그럼 가수가 공연할 때 한 곡만 부르고 사라지고 1시간 짜리면 새꺄 한곡만 연속으로 부르까? 여지껏 히트했던 거 짬뽕해서 부르까?

돈 10만원 주고 시간 짜내서 왔는데, 우려먹기 하면 욕 먹어 안먹어 그럼 아쎄이로 쭈욱 불러야되지?

근데 그 곡이 기승전결 궁합이 맞아야 하지? 삽입만 죽어라하는 너가 니 전여친한테 차였듯이 그렇게 궁합안맞아서

깨지면 안되잖아?

라고 전해주세요

안내고 의문을 가지지 마라 일단 내고 생각해라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좋으니까

근데 뭐 꼭 낼필요 없기는 하죠

꼭 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힙합 아티스트가 앨범을 냄으로써 이루게 되는 점들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힙합은 단순히 사운드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음악성을 평가받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싱글의 길이는 짧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리스너 입장에서는 들을 곡들이 많은 게 좋고 보통 싱글을 여러 개 연속해서 내지는 않으니까 곡이 많이 수록된 앨범을 선호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힙합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팬들은 기다렸는데 싱글 하나만 나오면 기대감이 떨어지니까요. 그냥 일반 대중들은 싱글만 내도 신경 안 쓰겠지만 기다리는 팬 입장은 내 아티스트의 더 많은 곡들을 듣고 싶다는 면에서 다른 것 같아요. 앨범 단위로 들으면서 아이돌 그룹에서 최애 멤버가 계속 바뀌면서 덕질에 더 몰입하게 되는 회전문 현상이 일어나듯이 최애곡이 계속 바뀌면서 그 앨범을 더 좋아하게 되고 더 애정을 가지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술하는 사람이라하면 본인 작업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창작자로서 재미를 느끼겠지만

작업물을 대중에게 내보이고 그에 대한 평가에서 오는 리턴역시 작품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함.

그게 음악가들이 앨범을 만드는 이유 아닐까요?

메뉴 하나와 파인다이닝의 차이가 아닐까요

ㅈㅅ항데 앨범 안내도대요 자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