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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st? Mixtape / <X> (pH-1, 2020)

title: 털ㄴ업 (1)lignis2024.07.29 12:06조회 수 490추천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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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pH-1, 2020.5.8 발매)

 

트랙리스트

1. 사인회 (feat. 키드밀리)(prod. 그루비룸)

2. OKAY (feat. 사이먼 도미닉, 머쉬베놈)(prod. 그루비룸)

3. PACKITUP! (prod. BMTJ) [TITLE]

4. BLAME MY CIRCLE (feat. 저스디스, 오왼)(prod. 그레이)

5. Telefono (feat. 김하온, 우디고차일드, 박재범, 식케이)(prod. WOOGIE)

6. 센 척 (prod. 그레이)

7. ANYMORE (feat. 애쉬 아일랜드)(prod. 그레이) [TITLE]

8. I CAN TELL (feat. 브래디스트릿, 버벌진트)(prod. Mokyo)

9. MORAGO (feat. 블라세, 쿠기)(prod. 슬롬)

10. DRESSING ROOM (prod. Mokyo)

 

앨범 소개: 'X', THE WORST MIXTAPE by pH-1

 

 아티스트가 자신의 앨범을 발표할 때, 본인의 창작물을 '최악'이라고 칭하는 경우는 매우 극히 드문 케이스다. 수많은 시간과 무수한 노력을 쏟아서 만든 트랙들을 모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공개할 때, 상당수의 창작자들은 결과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그렇기에 자신의 앨범을 최악이라고 규정하는 케이스는 둘 중 하나다. 완전히 궁지에 몰렸을 때 어거지로 미완의 작업물들을 긁어모으는 임시 방편의 결과거나, 혹은 작품을 발매한 상황에서 본인이 의도한 아예 다른 목적이 있거나.

 

 pH-1이 국내 힙합에서 본격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약 2010년대 중후반부터였다. 딩고 프리스타일의 초창기 협업 프로젝트였던 하이어뮤직의 <iffy>(식케이, pH-1, 박재범 참여)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입에 이름이 오르기 시작했고, 2018년 하반기에 참여한 <쇼미더머니 777>에서 코드 쿤스트 & 팔로알토 팀에 합류해 합작한 단체곡 <Good Day>(팔로알토, pH-1, 키드밀리, 루피 참여)가 음원 차트의 최정상에 오르며 pH-1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 때 pH-1의 이미지는 부드러운 바이브를 지닌 싱잉 래퍼 정도의 입지였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pH-1은 비교적 다른 색채의 길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2010년대 후반의 음원 시장은 점점 차트에 대한 공신력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음원 차트가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파악하기 좋은 지표로 쓰이기도 하지만, 약 2010년대 중반 정도까지는 과거 가요 TOP10의 느낌으로 가수의 인지도를 크게 알릴 수 있는 지표가 여러 음원 사이트들의 차트였다. 하지만 약 2018년을 전후로 해서 물증은 없지만 심증으로는 차트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잃게 만든 음원 사재기가 연쇄적으로 파동을 일으켰고, 이에 대중과 아티스트 양쪽 다 차트와 사재기 의심 진영에 비판과 불만을 표했다. 그리고 국힙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앞쪽에 하이어 뮤직이 있었다. (<고등래퍼 2>가 끝나고 김하온이 하이어에 합류한 시점에서 식케이가 '붕붕'의 음원 차트 2위를 캡쳐하면서 사재기 의심 음원이었던 차트 1위 노래를 모자이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pH-1은 가사에 있어서 본인의 신념을 드러내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래퍼기도 하다. 그래서 <X>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솔로 트랙 'PACKITUP!'에서 사재기 의심 음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제목에 쓰인 표현 'Pack It Up'은 일종의 관용구적 표현으로 '짐을 싸서 떠나다' 정도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음악 판에서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해 이득을 보는 이들은 아티스트로 칭하고 싶지 않으니 빨리 여기에서 짐을 싸고 나가라는, 꽤나 강경한 태도라고 볼 수 있겠다.

 

 let’s take it back to the days in new york 처음 랩을 시작할 때 부 터 생각한적 한번 없는 차트 순서 지금도 그에 대한 건 변함 없어 물론 근데 가끔 둘러보면 나도 좀 생겨 의혹 really? why him? 내 기준에 빵점인 곡이 상위에 개개인의 취향이 다른 건 나도 알아 그걸 존중은 해 but come on, why him?

 i don’t really get it but it’s how it is 답이 없는 질문 나나 정신차리길 음악은 둘째 이미지만 좋으면 돼 앨범 구려도 피쳐링 만 좋으면 돼 없는 총 smoking bongs 뭔가 있는 척 know some real trappers out there but you ain’t one 아 참 인스타그램 에서 너 분탕질 좀 하지마 네 팬들 운다

- <PACKITUP!>

 

 보통 앨범의 중심 생각을 대표하는 곡이 타이틀로 선정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가사의 경향에서 pH-1이 본작을 최악의 믹스테이프라고 설명한 이유와 그 흐름에 대해서 이해가 갔다. (비록 다른 아티스트의 예시인 동시에 늘 본인은 부정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 톤으로 부드러운 노래를 부르던 어느 안경 쓴 래퍼는 분홍색 복면을 뒤집어 쓴 후에야 기존의 자신이 갖고 있던 색채와 완전히 다른 날것의 음악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경우처럼 아티스트의 색채는 대중에 의해서 한 번 고정되면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키드밀리 역시 이런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Cliche>와 같은 앨범을 내게 됐고, 빈지노는 여러 차례 더 이상 과거의 <Smoking Dreams>나 <Always Awake>와 같은 청춘찬가를 불러달라는 팬들의 요청에 오글거려서 만들 수가 없다는 답변을 내렸다. 이센스 역시 <The Anecdote>와 <이방인>에서 비롯된 염세적인 허무주의의 프레임에 관해 원래 자신은 재밌게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인터뷰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전례를 통해 보면, pH-1이 말하고자 했던 'THE WORST MIXTAPE'라는 표현은 대중이 기대하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바이브를 벗어나서 다소 날카롭고 매서운 트랙들로 앨범을 냈기 때문에 나온 수식이었다. 달리 말하면 '(부드러운 싱잉 트랙을 기대하던 여러분의 생각을 벗어난) 최악의 믹스테이프' 정도의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실제로 본작이 발매된 2020년 후에 pH-1은 피쳐링이나 협업 싱글에서는 기존의 부드러운 음악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솔로로 발매한 싱글이나 EP 단위 이상의 작업물에서 pH-1은 기존의 프레임에 가까운 부드러운 음악을 만들지만은 않았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이뤘던 정규 2집 <BUT FOR NOW LEAVE ME ALONE>(2022)이나 국내 힙합에서 있었던 여러 이슈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한 싱글 <Used To Be>와 같은 곡들이 대표적이다. 흔히들 아티스트의 성공적인 커리어에는 대중들 사이에서 히트할 수 있는 이미지를 채택한 다음 부흥 후에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가 필요하다. 이 중 pH-1의 커리어에는 자신이 워스트라고 칭한 본작 <X>가 과도기를 대표하는 작업물이 되겠다. 이러한 변화에 리스너와 평론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넓어진 pH-1의 스펙트럼에 호평했고, 이에 타당한 근거와 자신을 얻은 pH-1은 지금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음악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When swings and my brother started beefing 내 마음엔 수백 가지 복잡한 느낌이 들었네 모두가 알지 Sik, he my day 1 Started H1GHR MUSIC, 서로가 많이 배워

 You know I got his back when it came down to loyalty 하지만 동시에 내 눈앞에 보여진 모습은 조롱 받는 OG, I lowkey got sad At the fact that no one gave him the credit for his legacy

 승자가 없는 싸움엔 아무도 돈을 내고 싶지 않아 해 But who am I to speak 일단 나부터 잘하고 변해야 해

 - <Used To B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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