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혁신성, 유기성, 곡마다 퀄리티, 완성도, 서사, 개성, 영향력
앨범을 평가하는 그 어떤 요소에서도
"이건 좀 꿇리는데...." 싶은 게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에킁에서 킁을 빼고 프리더비스트를 넣어야 한다, 뭐뭐를 넣어야 한다 식의 주장이 많은데
결론적으로 나는 이게 킁이 다른 앨범에 비해
무게감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의심함
이번 글에서 그 '무게감의 부족'이라는 것에 대해
몇 가지 개인적인 추측을 내비춰봄
1. 다른 앨범들만큼 힙스터스럽지 못함
비록 킁이 예술을 하려는 앨범이라지만
우리가 "대중적이다"를 말할 때 대부분...
"잘 먹히는 멜로디를 지녔다"
...라는 뜻을 지녔음을 생각하면
킁은 굉장히 대중에 가까운 앨범일 수밖에 없음
예상컨대 우리가 힙합 뉴비에게 킁을 추천해줄 때, 아마 "킁은 라이트 리스너도 추앙할 수 있을 법한 앨범이다!!!" 라는 생각에서 추천해줄 수밖에 없지 않나 싶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킁을 계기로 앨범 단위 감상을 시작했다는 얘기가 많고.
하지만 가벼운 리스너들이 "킁은 GOAT다"라고 추앙할수록
킁은 투메 중 투메가 되어서
무게감이 떨어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힙스터들의 심리고
이 힙합엘이는 힙스터들이 모이는 곳임
2. 직관성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호소력의 부족
킁은 비유, 은유, 중의적 의미, 등등 문학적인 장치로
가사적 완성도를 이룩한 앨범이지만
그 과정에서 직관적인 호소력을 많이 상실한 앨범이 아닌가 싶음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프리더비스트가, 에넥도트가, 코리안 드림이 풍기는
그 지독한 사람 냄새 호소력의 냄새를
킁에서는 그만큼 못 느끼기 때문에
심리적인 무게감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음
3. 싱잉랩 자체가 무게감 있는 힙합은 아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위 요소들은 다시 말하지만 추측에 불과하지만
만약 이 요소들로 인한 무게감의 부족이 킁의 저평가에 기여한다면
킁은 과소평가된 앨범이지 과대평가된 앨범이 아님
평론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부분은 없으니까
저는 킁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본문 읽으면서 1번3번 이유는 이해가 잘 됐어요. 그런데 2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엘이가 힙스터들이 모인 곳이라면 킁의 문학적 장치를 오히려 좋아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생각하는 힙스터의 이미지는 직관적인 것보다 감춰져있는 문학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당연히 문학적 요소에 마음 끌리는 리스너도 있는 반면 수많은 리스너들은 아무래도 호소력 있는 음악에서 더 소울과 감동을 느끼고 무게감 있다, 라며 평가를 올릴 것 같습니다. 워낙 리얼함을 중시하는 장르기도 하고, 실제로도 킁 vs 에넥도트, 프리더비스트, 무엇에서 더 울림을 느꼈냐 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추측합니다. 저는 그 울림의 부족이 무게감의 결여로, 그래서 여타 힙합 앨범들과 3대 명반이다! 라고 했을 때 킁이 끼어있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고 보는 거구요. 그와 별개로 킁의 문학적인 가치란 리스너들에게 직관적으로 와닿을 만큼 감정적이지 않아도 객관적인 경이로운 예술적 가치로서 인정받고, 그리하여 킁이 가사를 잘 쓴 앨범이라고 수많은 힙스터들에게 평론적으로 칭송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발매 당시의 상황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여러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앨범 한 장에 많은 게 걸려있던 vj, 이센스와 달리, 씨잼은 비교적 무난하게 발매되어 당시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던 거 같네요. 프더비가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