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센스(E SENS) - 알아야겠어 『이방인』 (분석 + 리뷰 = 감상문)

https://youtu.be/MPHm_bH4NaI?si=Cx1y1zFzhAzBM9iT

<들어가며>

 『이방인』의 2번째 곡은 '알아야겠어'이다. 래퍼 'oygli'는 '한국에서 가장 nasty하게(띠겁게) 랩하는 사람'이자 '와 이렇게 랩하면 띠꺼워지는구나'라고 감탄하고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래퍼로 '이센스'를 꼽는다. 이러한 이센스의 'nasty'한 랩이 유독 돋보이는 곡이 바로 이 '알아야겠어'이다. '알아야겠어'에서도, 이전 곡인 'Cold World'에서 보여주었던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그의 특유의 랩 스타일로 이어간다.

https://youtube.com/shorts/COZxY9kh1CA?si=kDB-tuFQKvSeJP1D

<노래 분석>

『이방인』의 앨범 커버처럼, 매우 어두운 터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반 소리가 들린다. 이후 드럼과 함께 이센스의 랩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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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의 신음, 환상 갖다 파는 티비들

그 틈에 낀 나의 믿음은 모두를 위한 게 아냐 이기적이지

내 욕심은 나의 반을 채우고 있어 부모 피 반씩 섞인 내 피는

약이 녹은 채 같이 흐르고 있고 치료가 필요하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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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 티비들, 믿음, 욕심은' 과같이 ㅣ 모음과 ㅡ 모음으로 라임을 맞추며, 어두운 비트에 맞추어 이센스 특유의 랩이 어우러진다.

'가난한 자의 신음'은 「Cold World」에서도 이야기했던, 많은 돈이 아닌, 자기 밥벌이를 위한 수준의 돈을 벌기도 버거운 상황에 대한 묘사이다. 이와 반대되는 '환상 갖다 파는 티비들'이라는 점은, 미디어를 통해 묘사되는 '풍요로운 삶'을 의미한다. 이센스는 '그 틈에 낀 나의 믿음은'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두 간극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돈'과 가난에 대해 이야기하며, 'TV' 속에 보이는 풍요로운 삶이 허구임을 이야기하지만, 자신 역시 TV에 출현했던 연예인이자, 나름의 성공을 거둔 음악가이기에, 자신은 이러한 '가난한 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환상 속'을 사는 'TV 속 모습'과도 같지 않은, 중간에 자신이 위치함을 스스로 인지하는 모습이다.

'나의 믿음은 모두를 위한 게 아냐 이기적이지'라는 대답 역시 솔직하다. 일종의 '공인'으로서, 공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 의무가 어느 정도 있는 '연예인'은, 실제 특정 행위에 대해 인터뷰할 때, 자기 스스로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했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센스는 '나의 믿음은 이기적'이라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내 욕심은 나의 반을 채우고 있어'는 '욕망'이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그 사람이 권력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니체'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센스가 음악적 창작을 하게 하는 원동력 역시, 그가 가진 '욕심'이라는 욕망이 작용한 결과이다. 이 욕심이 '돈'에 대한 욕심인지, 혹은 '천재 음악가'로서의 명예욕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있지 않다. '욕심이 반을 채우고 있다.'라는 표현과, 「Cold World」에서 '일'을 하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비추어 볼 때, 이 욕심이 '돈'에 대한 욕망보다는 '음악적 성취'에 대한 욕망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즉, '음악인'으로서의 음악적 성취가 이러한 자신의 창작에 기여한다는 의미이다.

'부모 피반씩 섞인 내 피는'라는 「The Anecdote」에 '난 아들 엄마와 아빠의 아들'이라는 구절이 떠오르게 한다.

'약이 녹은 채 같이 흐르고 있고 치료가 필요하대 지금'은 실제 대마초 흡연으로 1년 6개월에 실형을 받았던 이센스가 직접 언급하니, 더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구절이다. '약이 녹은 채 흐른다.'라는 전에 '부모 피반씩 섞인 피'와 연결되어, 혈관 속에 흐르는 약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치료가 필요하대 지금'은 이러한 과거의 이센스의 모습과 겹침과 동시에, 노래 전반에 어두운 분위기와 연결되어 'nasty'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하 내 인생은 조금 꼬였었지만 사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난 그냥 게임으로 보고 덤벼 내 첫판의 목표는 2 million

하 내게 선생은 없어 꼰대들 전부 혓바닥만 길어져 사기쳐

I made it rain on'em나 때문에 누군 화가나고 누구는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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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가 전환되며, '내 인생은/걍 게임으로/내게 선생은 없어'처럼 라임의 음절이 더 길어진 형태로 라임과 플로우의 변화가 생긴다.

'내 인생은 조금 꼬였었지만 사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표현을 통해, 이센스는 자신의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첫판의 목표는 2 million(200백만)' (200백만 달러는 현재 환율 기준, 한화로 '27억'에 해당한다.)

'그냥 게임으로 보고 덤빈다.' , '내게 선생은 없고 전부 혓바닥만 길고 사기 친다.'라는 공격적인 표현과 어두운 비트, 거기에 이센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세상'과 '사람'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인간상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히 그려진다.

https://youtu.be/SqkcVMa-_58?si=3KUaipZuZ6wfVtUH

지금 상태는 sober 제대로 해보려는 중 우린 올해를 조져

블랙 레인지 로버, 바로 새삥으로 일시불 선택권이 없던

어린 그놈이 이렇게 커있네

날 염세적이라 말하는 건 이해가 부족한 거지 난 실패와 성공 둘 모두와 친해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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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er'는 '술 취하지 않은', '냉철한, 진지한'의 의미로, 현 상황에서 이센스의 감정은 '술김'에 나오는 우발적인 감정이 아님을 드러내며, '제대로 해보려는 중 우린 올해를 조져'라는 표현에서, 1년 6개월 복역 이후, 돌아온 이센스의 다짐을 드러낸다.

『이방인』 발매 당시, 이센스는 면허가 없었는데, '레인지로버를 샀다'라는 구절을 넣은 이유를, 본인 스스로가 비치는 이미지에 대한 반발로써 넣었다고 밝혔다. 즉, 실제 면허가 없어 차를 구매하고 운전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차를 바로 살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삶이라는 표현이자, 자신이 '염세적(세상을 싫어하고 모든 일을 어둡고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거나 '금욕주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낼 의도로 해당 가사를 썼다고 밝혔다.

이는 바로 뒤에 이어지는 '날 염세적이라 말하는 건 이해가 부족한 거지'와 연결 지어 보면 그 의미가 드러난다. 특히 '난 실패와 성공 둘 모두와 친해 이젠'에서는, 과거 슈프림팀 활동 시기에 짧은 기간에 동나이대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던 시기처럼 '성공'도 경험해 보았고, 대마초로 인하여 1년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하는 '실패'를 동시에 겪어, 세상을 더욱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그의 태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알아야겠어 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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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은 '알아야겠어 그 기분'이 반복되어 나온다. 이때의 '그 기분'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마치 아무렇지 않게 '차'를 사고 돈을 마음대로 쓰는 'TV 속 환상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하며,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신음하는 가난한 자의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보기에 염세적으로 보이지만, 이센스는 단지 자신이 경험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에 '감정'과 '사고'에 대한 그의 궁금증을 이야기하는 대목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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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살지 못해 이 끝에 뭐가 있나 보고 와야겠어

손에 쥐어 봐야겠어 몰라도 된다는 게 뭔지 알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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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스 2가 시작되며, '못해'부터 시작하여 '겠어'로 라임을 맞추며 벌스 2가 시작된다.

'비우고 살지 못해'는 위에서 언급한 이센스가 부정하는 태도인 '금욕주의'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센스는 '내 욕심은 나의 반을 채우고 있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그에게 이러한 욕망은 본인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이 끝에 뭐가 있나 보고 와야겠어'라는 태도에서, '욕망'을 덮어두고 사는 것이 훨씬 편안고 안정적일지라도, 본인 스스로가 이미 세계에 의문이 있을 때, 그것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성격임을 잘 드러낸다.

'손에 쥐어 봐야겠어 몰라도 된다는 게 뭔지 알아야겠어' 역시 이러한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그는 단순히 '좋은 거 아니야 몰라도 돼'라는 말을 듣고서, 포기하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의문을 품었을 때, 그 의문에 답을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 해당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어떤 게 더 좋은지, 느껴봐야 그중에 하날 고르지,

미리 저울질하는 성격이 아냐 얻은 뒤 앞에 늘어놓고 따져 볼 일

이미 갖고 태어난 돈 자랑하는 꼴은 보기 역겨운 짓

말 많은 놈이 하는 싸구려 조언도 기분 더러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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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모음이 강조가 되며, 라임 구조가 바뀐다. 위에 대목처럼, 이센스는 '미리 저울질하는 성격'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체험을 하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는 성격인 그는 '얻은 뒤 앞에 늘어놓고 따져 본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이전 가사인 '내게 선생은 없어 꼰대들 전부 혓바닥만 길어져 사기 쳐'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남들보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감수성이 다르고, 예민한 이센스에게는 '남들이 나는 이랬어'라고 말하는 감정도 본인에게는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남들이 느끼는 감정을 신뢰하지 못하고, 본인 스스로가 그 경험을 해보기를 원한다. 이것이 '어떤 게 더 좋은지, 느껴봐야 그중에 하날 고르지'라는 그의 답변으로 이어진다.

이후 묘사되는 '갖고 태어난 돈 자랑하는 꼴'과 '말 많은 놈이 하는 싸구려 조언'은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진 이센스가 싫어하는 대상들이다. 두 대상 모두, 다른 사람과 자신이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판단하고 조언이라고 하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상들이며, 이센스는 이 두 대상에게 '역겨운', '기분 더러운'이라며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사람 꽉 찬 서울시에 몸뚱이 하나와 은행에 돈 오십

그거보다는 비쌌던 이 도시의 삶, 난 그 지하에 처박혀있기 싫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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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장면은, 이센스가 처음 상경했던 때로 전환된다. '사람 꽉 찬 서울시'에 '오십만 원'을 달랑 두고 서울에 왔던 이센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서울에서 '50만 원'은 반지하 방에 한 달 월세밖에 되지 않는다.(물론 그때 시세와 지금은 다르긴 하다.) '그거보다는 비쌌던 이 도시의 삶'이라는 표현은, 자신의 수중에 든 50만 원으로 서울에서 살기 힘들었던, 가난한 시절에 대한 묘사이다. '난 그 지하에 처박혀있기 싫었지' 역시, 돈이 없어 '반지하(혹은 그보다 더 아래)' 방에 세 들어 살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그 컴플렉스가 내 엔터테인먼트

예 팔아먹기엔 너무 개인적이라던 사장들아 잘 봐

너네들이 키운다고 하는 애들이 원해 이걸

하는 거 없이 뒤 받치는 척 하는 양아치 하고 뭘 나눠

우린 따로 가 뚫린 길이지 0에서 100까지 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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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컴플렉스 내 엔터테인먼트'라는 기막힌 비유가 나온다. 자신이 서울로 상경하여, 가난하게 살던 시절의 기억과 그때의 컴플렉스를 담은 음악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고, 성공을 가져오는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이센스에 비유이다. '팔아먹기엔 너무 개인적이라던'이라는 그의 개인적인 기억은 『The Anecdote』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의 어린 시절, 가난한 상황에서의 자신이 느낀 열등감, 아버지가 부재한 상황에 대한 감정, 방송 생활을 하며 뒤에서 본 '어두운 면'등 자신의 개인적이면서 솔직한 감상을 펼친 『The Anecdote』는 한국 힙합 신에 길이 남을 '명반'이 되었다. '너네들이 키운다고 하는 애들이 원해 이걸'은 이러한 『The Anecdote』를 듣고, 이센스에게 빠지고 감명받은 래퍼 유망주들이 많은 현실에 대한 이센스의 냉소적인 비웃음에 태도이다.

'하는 거 없이 뒤 받치는 척 하는 양아치 하고 뭘 나눠'는,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해 '상업성'을 따지며, 아티스트를 통제하고, 아티스트의 수익마저 때가는 '회사'에 대한 그의 노골적인 비판이 담겨 있다.

'우린 따로 가 뚫린 길이지 0에서 100까지 4초'는 이러한 태도로 음악을 대하는 회사와 자신이 맞지 않으며, 오히려 그 회사를 떠나서 자신이 음악적으로 성공을 가져온 상황에 대한 묘사이다.

<총평>

 「알아야겠어」는, 건반과 드럼 비트로 이루어진 다소 어두운 비트 위에, '세상' 과 '돈' 만을 중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센스' 본인을 자기들이 판단해놓은 기준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해.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에 가사와 함께, 이센스 특유의 'nasty'한 랩이 어우러지며, 세상에 대해 반항적인 이센스 만의 독자적인 분위기와 세계를 완성하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해당 곡의 분위기와 랩은 이센스만이 소화할 수 있다고 느껴질 만큼, 비트와 가사, 랩, 목소리 톤마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곡이라 생각된다.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514646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