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G8ZoxXxvcE?si=1G_B0UrbCl6YYngI
<들어가며>
첫 정규 앨범 『AI, THE PLAYLIST』가 리스너들 사이서 호평을 받은 뒤부터, 『Maiden Voyage Ⅲ』, 『L I F E』, 『Cliche』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오던 키드밀리가 2023년 정규 2집인 『BEIGE』를 선보였다.
https://youtu.be/P0WdYtzpz3w?si=piRsZr-JP6vO2xC6
자신이 원래 좋아하던 본연의 '음악'을 하고 싶어, 마치 '태어나자 마자' 가장 먼저 보는 색인 피부의 'BEIGE' 같은 본연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BEIGE』는, 2020년 『BEIGE 0.5』에서의 본인의 여러 시도를 거치며, 3년이 지난 뒤 하나의 완성된 음악으로써 공개되었다.
'ron Interlude'는 '간주곡(interlude)'으로서, 앨범에 첫 시작을 담당하는데 키드밀리의 정규 앨범에 첫 시작 곡이지만, 키드밀리가 아닌 'ron'이 음악을 주도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과거 『Maiden Voyage Ⅱ』에서 'DSEL interlude'를 앨범에 넣어, 마치 공연 중 초대 아티스트가 나와 무대를 채우고, 그 뒤 본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의 준비 시간을 갖는 느낌을 내는 구성의 '간주곡(interlude)'을 'BEIGE'에서 여러 차례 선보이고 있다.
<노래 분석>
기억을 나도 안 보이게 숨겨뒀지
응어리는 전부 물이 되어
남아있는 불을 껐지
남이 된 어저께의 나와 작별인사를 해야해
but i promise not gonna be a polly
인트로(intro)부분은, 키드밀리인지, ron 목소리에 튠을 껴서 마치 키드밀리 처럼 들리게 하는 지 혼동이 되는 부분이다. 이는, ron interlude를 1번 곡으로 배치한 의도처럼, '키드밀리에 앨범을 틀었는데, 키드밀리가 아닌데?'라는 효과를 주기 위해, 인트로를 후에 이어지는 ron의 본 벌스와 다르게 구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기억을 나도 안보이게 숨겨뒀지/응어리는 전부 물이 되어/남아있는 불을 껐지'라는 다소 시적인 구절이다.
이때의 기억은 '나도 안보이게 숨기고 싶은' 것으로, 키드밀리 개인이 지우고 싶은 안 좋은 과거를 의미하는 듯하다. '응어리는 전부 물이 되어'에서, 이러한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 만들어낸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물'이 된다. '물'은 자유롭게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며,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담아두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남아 있는 불을 껐지'에서, 앞에 물과 불이 연결된다. '남아있는 불'은 이러한 과거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불러낸 '화'를 의미하지만, 이것 역시 이러한 과거를 흘려보내는 마음으로, 자신 안에 화를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불을 껐지'에서 마치 양초에 붙은 불을 끄듯 '후'하는 소리를 넣은 것 또한 인상적이다. '남이 된 어저께의 나와 작별인사를 해야해' 역시, 이러한 과거의 안 좋은 자신과 이별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https://youtu.be/G7u8IZykpQI?si=P8FVoYJR8MEHGtBK
이후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오며, 키드밀리에서 'ron'으로 벌스가 옮겨간다. 이때의 피아노 소리는 저스디스의 'Home. 1' 후반부에 피아노 소리를 샘플링 한 것인데, 'Home. 1' 역시 일종의 '간주곡(interlude)'으로 기능한 지점에서, 간주곡 안에 또 다른 간주를 넣은 재미있는 구성이다. 이후 기타 소리와 함께 'ron'의 벌스가 시작된다.
fxxk that sxxt i'm not a polly
왜이리 다들 편 들려 벌리지 입을 너무 skunky
난 원했어 그저 love and peace
근데 내게 왜 pistol이 있어
싸움은 필연적이였나
'polly'로 시작된 'ㅗ/ㅓ' 모음의 라임과 'peace/pistol'에 라임이 인상적인 ron의 도입부이다. 이전 키드밀리 가사에도 언급된 'polly'는 명확한 의미가 있는 단어는 아니다. 'polly'는 동명의 노래인 Nirvana의 'Polly'라는 노래처럼' '여성의 이름'을 뜻하기도 하고, '앵무새'를 의미하기도 하며, 혹은 '낙관주의자'라는 의미의 'pollyana'에 줄임말일 수 있다. 키드밀리와 ron 두 사람 모두 'polly'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polly'를 힙합에서 의미하는 부정적인 대상을 여성형에 빗대어 표현한 말(즉, p_sh에 순화어)로써 사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앵무새'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혹은 '낙관주의자'처럼 모든 것을 긍정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의미 등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된다.
이후 '평화와 사랑'을 바랐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움'이 일어났다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해당 상황에서의 '싸움'이 '총격전' 같은 싸움일 수도 있고, 혹은 힙합 신 내에서의 '정치질'을 비유한 표현일 수 있다.
if i'm lookin for Wally
but Wally never leave a track
다 필요없는 걸 배웠고
돈땜에 잃어버린 친구도 원래 안 그랬어
순수함은 가면으로만 보이네 you gotta pay for it
i miss when i was dummy
like i do never for money
월리(Wally)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월리를 찾아서'에 월리를 의미하며, 흔히 '사람 이름'으로 사용된다. 'Wally'에는 '멍청한 사람'이라는 뜻도 섞여 있는데, 뒤에 이어지는 '돈 땜에 잃어버린 친구'와 연결 지어 보면, 돈에 얽매이기 이전에, 순수한 시절에 자신(혹은 그때의 친구)를 'Wally'로 비유한 듯하다. '월리는 흔적을 남기지 않지(but Wally never leave a track)'라는 표현은, 이러 순수한 시절에 대한 흔적이 없어져 찾기가 힘듦을 의미하기도 하며, 혹은 자신을 '월리'에 비유하여 '나는 절대 음악(track)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내포한다.
'나는 내가 멍청이(dummy)였던 때가 그립다. (i miss when i was dummy)' , '마치 절대 돈을 위해 하는 게 아닌 것처럼 (like i do never for money)'라는 표현 역시, 돈 때문에 변해버린 자신과 자신의 친구 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는 구절이다.
funny fact, there's no Wally (재밌는 사실은, 월리는 없어)
world is kind a void but it's all full (세상은 공허하지만, '폴리들'이 가득하다.)
cause of the pollies
money doesn't make sense of hapiness (돈은 행복을 의미하지 않아)
we gotta know this sxxt (우리는 이것을 깨달아야해)
even though people tryna defame you (비록 사람들이 너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한다 해도)
they know nothin (그들은 아무것도 몰라)
찢어지는 듯한 베이스 소리와 딜레이(delay)가 걸린 ron의 목소리가 남으며, 곡 분위기가 반전된다. '월리'는 없고 '폴리'만 가득하다는 라임을 맞춘 ron의 이야기에서, '월리'는 '돈'에 얽매이지 않던 순수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폴리(polly)는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월리에 반대되는 돈에 함몰되어 있는 이들을 의미한다. ron은 '돈은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money doesn't make sense of hapiness)'는 얘기를 통해, '돈'에 얽매이지 않던 순수했던 '월리(Wally)'로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fxxk that sxxt, i'm not a polly (xxx, 나는 폴리가 아니야)
i just wanna live as dummy (나는 그냥 멍청이처럼 살고 싶어)
다시 기타 소리가 들어오며 원래의 비트로 돌아온다. 마지막에서도 ron은 'polly'로 이야기되는 '돈'에 함몰되어 사는 삶이 아닌, '멍청이(dummy)'처럼 순수하게 음악만을 추구하며 살기를 희망하며, 곡이 마무리된다.
<총평>
'ron interlude'는 자신의 공연 중 특별 아티스트 초대 무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하여, 삽입된 곡으로, 이러한 타 아티스트의 곡을 정규 앨범의 첫 번째로 놓은 지점이 흥미롭다. 키드밀리는 '키드밀리의 정규 앨범을 기대한 사람들이, 키드밀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로 앨범이 시작되면 신선함을 느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이러한 앨범 구도를 잡았고, 이는 뒤에 이어질 'BEIGE theme'이라는 강렬한 곡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완벽한 시작을 알려준다. ron의 파트 외에도, 마치 씨잼과 같이(키드밀리는 이 말을 안 좋아할 듯하지만..) 한국어임에도, 영어처럼 들리는 도입부 구성에서 키드밀리의 음악성을 한층 보여주면서, 뒤에 이어질 곡들에 기대감도 높여준다.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514065020
감사합니다!
허얼 home샘플 나오기 전 부분 키드밀리였어요? 전 여태 ron인줄... ron 노래를 한 번도 못 들어봐서 몰랐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사실 ron 노래를 많이 들어보진 않아서, 처음에는 '지미 페이지'인 줄 알았어요 ㅋㅋ 잘 읽어주셨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키드밀리 작사에도 이름 없는거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ron 혼자 부른거같아요 목소리도 ron 인거같고
그러게요.. ron인지 키드밀리인지 오락가락 하는데, 첫 벌스 목소리나 랩하는 방식이 키드밀리 같아서, ron이 가사를 쓰고, 키드밀리가 랩만 얹은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네요..
키드밀리 콘서트 라이브 한거 보면 ron 맞는거같아요 목소리도 빼박 ron이고...
벌스는 ron이 맞는데, intro 부분 (Home 샘플링 전까지)은 키드밀리 같은데요.. 라이브도 보면, 인트로 부분에서 ron이 인트로를 직접 부른다기 보단, 더블링치는 수준으로 랩하는 것 같아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데 인트로 부분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는 않네요..
암만 들어도 론 목소리에 그냥 튠 많이 깐거 같은데...앨범 믹싱 다 한 세우가 베이지 해체분석할때 론인터루드 듣고 썰푸는거 들어도 론 얘기뿐....
론 목소리에 튠을 깐거 같기도 하네요.. 세우 풀영상 14:00분 부터 보면, 인트로 이후에 home 1 샘플링 하자는 의견을 '키드밀리'가 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거 보면, 인트로 부분은 키드밀리가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긴 해요, ron 목소리에 튠을 껴서, 키드밀리인지 헷갈리게 하려고 한 걸 수도 있지만요...
저도 음악 사운드적인 지식이 많이 없어서, 확실하게 알 수는 없네요! 해당 사항을 반영해서 글을 수정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굿👍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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