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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 - 개미를 소설로 읽어보자(리뷰 이벤트)

title: Eminem (MTBMB)우주b행2024.05.16 23:49조회 수 561댓글 0

개미는 취해있다. 금에.

 

시멘트로 외피를 감춘, 돌출된 개미굴이 오늘도 입을 벌려 개미를 뱉어낸다. 그는, 자신을 응시하는 잘 익은 달을 탐욕스럽게 쏘아본다. 달의 테두리가, 개미에겐 아버지의 목걸이로 보였다.

 

핸드폰이 울린다. 위치가 어딘지 독촉하는 문자. 자신의 목적지로 향해야 한다. 길을 더 잘 더듬을 수 있도록, 눈을 손으로 씻어내며, 개미는 멈췄던 발걸음을 뗀다.

 

이자카야에 들어서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빽빽하게 들어찬 군집들.

 

이게 얼마만이야?” “앨범 잘 들었어” “곡 좋던데?”

 

으레 들려오는 인사말이 개미의 귀를 침투한다. 개미의 입은, 그의 속내완 달리 웃음이란 자동 반사에 최적화되어있다. 악수를 받아주는 와중에, 그의 더듬이는 손목에 다가오는 시선들을 포착한다. 개미는, 빼앗기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때였다. 가증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 것은.

 

이야 얼굴이 훤칠해졌네? 빨리 앉아 한잔하자.”

 

저기 있다. 베짱이 역할은 베짱이만 할 수 있다고 개미를 비웃던 개미 새끼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개미의 방식으로 베짱이의 영역에 자리 잡은 그는 앞에 서 있는 개미의 손목을 가만히 응시하며 속으로 그때 받았던 비웃음을 돌려주었다. 자리에 앉아 잔에 담긴 쓰디쓴 설탕물을 시원하게 받아넘긴다. 승전보를 대신한 자그마한 자축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개미들은 슬그머니 식탁 위에 자신의 것인지 여왕의 것인지 모를 성과를 화두로 꺼내기 시작한다. 번쩍이는 차키가 개미의 눈에 포착되자, 그는 그 자리에서 젓가락으로 가증스러운 저들을 찌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런 개미의 심정은 상관없다는 듯이, 번쩍이는 차키를 앞에 둔 개미 옆의 또 다른 개미는 개미굴을 새로 장만했다며 개미에게 메스꺼움을 더해줬다. 개미는, 일갈을 토해내고는, 개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먼저 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심코 돗대를 꺼낸 개미는 담배 연기 너머 아른거리는 희뿌연 파도에 젖어 들었다.

 

개미는 취해있다. 분노에.

 

저 바다 건너 떠나가 버린 그녀는 무엇이 불만이었을까. 개미는 자신이 금에 취한 것은 그녀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잘 벌어왔던 거 같은데, 소홀했다니. 가사를 적는 작가의 입장이 되었음에도 해석하기 어려운 암호문을 다시금 붙잡고 끙끙대고 있을 찰나에, 전화기의 울림이 그의 의식을 문장의 바다 저편에서 건져내 현실로 데려왔다.

 

보아하니 술자리가 무사히 쫑난 모양. 동창들과 간단하게 인사하고 톡방을 나가려던 개미는 눈에 보인 어떤 익숙한 이름을 보고 얼어붙었다. 형이 먼저 해봤다며, 분수를 알라던 그 새끼의 연락이었다.

 

앨범 잘 들었어. 멋있게 살아남았구나. 근데 듣다 보니 너가 오해를 한 게 있는 거 같아서 그거는 말하고 싶었어. 난 너를 위해서 그런 말을 한 건데 니가 상처를 받았다니 좀 섭섭하네. 이제라도 내 장난에 대한 오해는 풀고, 종종 연락하자.”

 

개미는, 그 즉시 전화를 걸었다. 입에 총을 물고.

 

정적 속에, 신호음만 몇 분간 애처롭게 흘렀다. 도착할 곳을 잃은 채 입가에 머무른 그의 총탄처럼. 응답하지 않는 핸드폰을 쳐다보던 개미는 이내 고개를 젓고는 자신을 기다리는 개미굴로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이런 세상에 몸 조심하지 않고 왜 이렇게 늦게 오니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어미는 어느새 거실에 나와서 개미의 얼굴을 보고 무뚝뚝한 마중 인사를 건넨다. 거실에는 칼부림 뉴스를 보도하는 건조한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주무시지 그러셨어요, 저 먼저 잘게요.”

 

개미는 어미의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고 착잡해한다. 초침이 째깍대는 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급박하게 들린다. 개미는 문득 시계를 박제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손목의 보석은 동료를 갈구하는 듯 서늘하게 빛나고 있다.

 

아버진 주무세요?”

 

아버지의 안부를 여쭙는 개미의 언급에 어미는 한숨을 내쉰다.

 

그 양반 코 고는 소리에 깨서 나왔다. 저리 코 골다가 죽는 거 아닌지 원.”

 

무슨 말씀이세요 엄마, 코를 골다 죽는다니.”

 

장난스럽게 받아친다고 지은 웃음에 비릿한 속내가 섞여나온다. 개미는 그것을 느끼고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초침이 재깍 흐르는 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천천히 들린다. 손목의 보석은 고고히 빛난다.

 

개미는 취해있다. 모순에.

 

시간을 부릴 여유가 있었다면 이런 끔찍한 모순을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개미는 자신을 옥죄는 듯한 빚을 원망하며 침실로 들어간다.

 

생각을 비우기 위해 침대에 누웠으나 뱀의 혓바닥은 개미의 뇌를 계속 어지럽힌다.

 

유산은 어디에 쓰지? 시계 또 바꿀까? 아니면 여자? 혹은 돈 필요없다고 인터뷰할 강남 집?

 

한 번 솟아오른 욕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난다. 돈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라는 부자들의 그 가증스러운 말을 자신이 뱉을 생각에 개미는 문득 흥이 나서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친구의 가족사진을 본다. 그 가정 속에 자신을 배치한 자신의 이상향을 그리며 고간을 적신다. 일이 끝난 후 황망해진 개미는 더듬거리며 침대맡에 둔 성경을 잡고 달을 보며 기도를 올린다. 뱀의 혀를 거둬주소서.

 

번데기의 껍질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개미는 취해있다. 꿈에.

 

땡볕은 너무도 따스하다. 미니카 박스 안에 숨어서 숨소리를 죽이기엔 부적절할 정도로. 이제 명치를 얻어맞을 차례. 꿈인데도 아픔이 느껴진 듯하다. 그땐 얼마나 매콤했는지. 입을 막던 손을 떼자 어느샌가 부러진 자전거 자물쇠가 쥐어져 있었다. 개미의 꿈은 진행속도가 빠르다. 이윽고 거리에 퍼질 익숙한 에쎄원 향기. 그 누나군. 거칠어진 숨소리. 개미의 첫 여자. 개미는 비좁은 개미굴로 들어선다.

 

안타깝게도 첫 여인은 어느샌가 사라진 채 거울만 덩그러니 남아 개미를 응시하고 있었다.

거울은 개미를 보여주지 않았다. 개미가 있어야 할 곳엔 빈 배달 박스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윽고 박스들이 켜켜히 쌓이더니 거대한 개미가 되었다. 거대한 개미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핸드폰을 주웠다. 어미의 낡은 핸드폰 속 마른 개미의 사진이 보인다. 문득, 아프지도 않은 가슴을 손으로 부여잡는다. 핸드폰을 던져 거울을 산산조각낸다. 거울이 서있던 곳엔 어느새 또 다른 입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개미는 다시 한번 비좁은 개미굴로 들어선다.

 

식은땀을 흘리며, 개미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개미는 취해있다. 허망함에.

 

개미는 동기부여 유튜브 숏츠들을 재생한다. 낮은 곳에 행복이 있다고 떠드는 그 값싼 말들을 읊는 사람들의 옷 브랜드가 나이키인 것을 확인하고, 혀를 차며 음소거를 한다.

 

개미는 방을 나서며 반추한다. 돈이 모자란가? 모자라서 더욱 더 많은 금을 갈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허망함의 정체는 허기일 텐데, 개미의 생각은 목과 손목에 위치한 빛의 자기주장에 타들어갔다.

 

일어 났냐? 미안한데 나 좀 도와다오

 

아비의 부름에 개미는 발을 옮겼다.

 

이거 폰 위치 추적 설정 되니? 좀 해주렴

 

뜬금없는 부탁.

 

잃어버리신 것도 아니잖아요? 갑자기 왜...”

 

잃어버릴 거 같아서. 기억을

 

개미는 말문이 막혔다. 요즘 들어 자주 영정사진을 찍자는 말을 꺼내왔던 아비였기에, 개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말없이 폰 설정을 도와드릴 뿐. 고인 눈물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젓던 개미는 문득 밑창이 뜯어진 수많은 신발들을 보고 허망함의 정체를 깨닫는다. 죽음이란 그 단어가 가만히 아가리를 벌린 채 대기하고 있음을. 아비의 좌표를 경찰분들이 계산하는 모습을 보기 전에 차라리... 개미는 생각을 끊고 한나라는 이름을 상기시킨다. 이미 지어둔 딸의 이름을.

 

딸이라. .

 

개미는 취해있다. 약에.

 

우울증에 잠식되었던 그 시절의 그녀와 약속했었던 그 이름. 돋보기로 햇빛을 맞는 개미마냥 몸을 비틀거리던, 가끔씩 문을 열면 선홍빛 레드 카펫과 함께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그녀. 목덜미를 선뜻 내어주면 무는 시늉을 하며 웃던 그 헬쓱한 얼굴이 매력적이던 그녀. 왜 하필 한나였을까. 그녀는 그 이름을 통해 희망을 부르짖은 걸까.

 

개미는 그녀와 함께 세상을 조소하던 과거의 자신을 조소한다. 그러다가 이런 엉뚱한 생각이 퍼뜩 개미의 머리를 스친다. 여자가 은근 많았군.

 

한나란 이름이 끌어들인 주마등을 헤메다 보니, 개미는 어느샌가 회사에 도착한다. 어린이가 된 아비의 카톡이 울리고 있었다.

 

아들 바빠?’

 

톡을 확인하고 컴퓨터를 켜고 파일을 흝어본다. 유작이 될 노래들은 바탕 화면에 배치되어 있다. 개미는 안심하고, 그 익숙한 봉지들과 함께 눈을 감는다.

 

개미는 취한다. 죽음을.

 

개미는 승리했다. 시간에.

 
 
 
오늘 막 쓰기 시작해서 쓰다보니 탈고도 못 해서 뭔가 전체적으로 힘이 빠져버렸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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