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두하 / 2019-02-19
http://m.rhythmer.net/src/magazine/feature/view.php?n=18591
기믹 래퍼들에 대한 리드머의 칼럼입니다.
맨스티어로 뜨거운 지금 이 시기에 다시 읽어볼 내용이라 생각이 듭니다.
아래에 링크의 칼럼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 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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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미국 힙합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바로 솔쟈 보이(Soulja boy Tell’em)다. 시작은 브렉퍼스트 클럽(The Breakfast Club) 라디오와의 인터뷰였다. 이날 솔쟈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드레이크(Drake), 타이가(Tyga) 등을 언급하면서 본인이 그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랩퍼라고 밝혔다. 이유는 꽤 구체적이다. 일례로 칸예의 최근 행보와 의류 사업을 디스하며 게임 콘솔 사업을 하고 있는 자신이 더 창의적인 아티스트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가 드레이크를 ‘낳았다.’라고 언급하는 장면은 밈(Meme)이 되어 수많은 패러디 영상을 낳았고,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에서 이를 풍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솔쟈는 각종 인터뷰와 파파라치 영상을 통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신곡 “7 Rings”가 자신의 곡 “Pretty Boy Swag”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등, 본인이 현세대 아티스트들에게 미친 영향을 끊임없이 과시했다. 이에 믹 밀(Meek Mill)이나 에이셉 라키(A$AP Rocky) 같은 랩퍼들이 리스펙트를 보내며 그의 화제성은 계속되었고, 이 기세를 몰아 워너/샤펠 뮤직(Warner/Chappell Music)과 음반 계약을 채결하기까지 했다. 마치 힙합 씬 전체가 솔쟈 보이의 계획대로 되는 듯한 연초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대부분은 솔쟈 보이의 언행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화제성은 오로지 ‘밈’으로써 소비되는 중이다. 애초에 그가 “Crank That(Soulja Boy)”이라는 곡으로 인기를 얻은 것도 독특한 댄스가 화제를 모으면서부터였다. 곡의 완성도가 좋거나 랩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솔쟈 보이는 최초로 ‘밈’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랩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다시 ‘밈’으로써 화제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결국 힙합 씬에서 그를 아티스트로서 진지하게 여기는 이는 드물다는 이야기다.
한국 힙합 씬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바로 마미손이다. 그는 작년 핑크색 복면을 쓰고 [쇼미더머니 777]에 참가하여 장르 팬들로부터 주목받았다. -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 그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쇼미더머니]의 참가자들과 프로듀서,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가 내세운 기믹에 기꺼이 속아줬고, 여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가자로 출연한 기성 랩퍼들보다 더 많은 분량을 챙긴 그의 존재는 한국 힙합 자체가 되어버린 [쇼미더머니]가 얼마나 기형적인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미손이 본격적인 ‘밈’으로써 떠오른 건 방송 출연 이후다. 오디션 2차 관문에서 탈락한 그는 방송과 프로듀서들을 악인으로 설정해 정면으로 겨냥한 “소년점프”를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했다. 그의 캐릭터와 방송의 위상을 전복시키는 조롱 섞인 가사, 그리고 피처링으로 참여한 배기성의 시원시원한 후렴이 어우러진 이 곡은 순식간에 [쇼미더머니]보다 더 큰 화제로 떠올랐다.
곡 자체의 완성도는 조악했다. 그럼에도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건 마미손과 “소년점프”가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밈’이었기 때문이다. 엠넷(Mnet)은 이를 놓치지 않고 전작들보다 화제성이 떨어졌던 [쇼미더머니 777]의 파이널 무대와 ‘마마(Mnet Asian Music Awards)’에 그를 출연시켰다. 방송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마미손과 솔쟈 보이가 ‘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씬의 태도다. 미국 힙합 씬에서 솔쟈 보이를 진심으로 진지하게 여기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씬의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여전히 정규(Full Length) 단위의 앨범이 커리어를 이어가는 기반이고, 완성도 높은 앨범의 유무가 그 아티스트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화제가 된다고 해도 좋은 작품을 내놓지 못하면 씬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고 커리어를 이어가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 힙합 씬의 상황은 다르다. 장르 팬들의 가시권에 들고 씬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완성도 높은 앨범을 내놓는 것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논란으로 화제를 키우는 것이 훨씬 른 방법이다. 그만큼 씬의 기반이 취약한 탓이다. 마미손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소년 점프” 이후 기성 랩퍼들의 곡에 피처링하며, 씬에서 진지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2019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과 ‘코리안 힙합 어워드 2019(Korean Hiphop Awards 2019)’에 후보작으로 지명된 것은 이러한 흐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에선 ‘올해의 노래’,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에, 후자에서는 ‘올해의 힙합 트랙’ 부문에 올랐다. 이로써 ‘밈’에 머물렀어야 할 마미손이 씬과 평단의 인정 아래 2018년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곡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는 평단마저 장르 음악 시장을 허술한 잣대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국 힙합 망해라’라며 한국 힙합을 조롱했던 이가 씬을 대표하는 위치에 등극한 순간, 그 시장은 스스로 농담거리라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의 존재는 매우 흥미롭다. 그는 작년 데뷔 EP [UNEDUCATED WORLD]와 활발한 피처링 활동으로 장르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음악이나 캐릭터는 마약, 총기처럼 한국에서는 생경한 힙합의 특정 요소를 패러디하고 과장하는 코믹함을 기믹으로 설정한 것이다. 말 그대로 그의 존재는 힙합의 ‘패러디’, 혹은 ‘밈’ 자체라고 할만하다. 월드 스타 힙합(World Star Hiphop) 유튜브 채널에 종종 올라오는 ‘대디 롱 넥 앤 와이드 넥(Daddy Long Neck & Wide Neck)’ 같은 힙합 패러디 코믹 캐릭터와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 힙합 씬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는 아티스트로써 진지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는 여러 베테랑 랩퍼들과 작업하고 수퍼비(Superbee)가 설립한 신생 레이블 영앤리치(Yng&Rich) 레코드에 합류하며 장르 팬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루키가 되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내놓는 작업물의 수준이 기성 랩퍼들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발표한 새로운 EP [Hoodstar]는 대표적이다.
앨범을 채운 유튜브 타입 비트 프로듀서들의 비트는 한국 기성 프로듀서들의 것과 비교해봐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불어 힙합의 외형적 모습을 패러디한 그의 가사 또한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가사의 클리셰를 그대로 차용하고 휘발성이 강한 한영혼용으로 점철된 기성 랩퍼들의 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한국 힙합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씬이 어느 수준에 머물러있는지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힙합을 의도적으로 패러디한 밈에 가까운 캐릭터가 진지함을 내세운 아티스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한국 힙합을 거대한 농담처럼 느껴지게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미손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경우는 결국 한국 힙합 씬의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앨범의 완성도나 아티스트의 실력보다는 방송에 출연하고 화제성을 키우는 것이 개개인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씬을 지탱하는 데에 가장 큰 필요조건이 되었다. 이는 [쇼미더머니]에 잠식되어버린 한국 힙합의 현실이다. 파이가 커졌다며 환호하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한국 힙합은 진지함보다 농담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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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가 마미손과 언에듀케이티드키드의 성공을 한국 힙합씬의 기반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한 것처럼
맨스티어의 등장과 이에 뒤따르는 갑론을박 역시 한국 힙합씬의 기반이 약하다는 방증으로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한국힙합은 대중이 기믹을 순수하게 기믹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실패했어요.
기믹에 대한 비판을 하면 누군가는 '영화에서 막 살인하고, 범죄 저지르고 그래도 사람들이 그걸 진짜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힙합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감흥을 위한 예술적 시도일 뿐이다 라고 말하죠. 어쩌면 맞는 말입니다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래퍼들이 실제로 자기 가사에 쓴 내용(마약, 여자, 폭력 등의 기믹)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건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몇몇 배우나 감독도 유사한 사건사고를 일으키거나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배우나 감독들은 영화 외적으로 자신들이 그런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기믹'을 수행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또한, 배우들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밝혀지면 무수한 카메라 앞에 서서 머리를 숙이기도 합니다. 그 이후 다시 본업에 복귀하게 되더라도 꾸준히 대중 앞에서는 저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래퍼들은 사건사고를 일으킨 후에도 '반성 쇼'를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냥, 계속 음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힙합 팬이 아닌 사람들은 사건사고를 저지른 래퍼들이 사건사고 이후에 어떤 음악적 행보를 보이는지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힙합이란 장르가 연기나 예능처럼 '본업을 잘 해서 이미지를 개선'시킬 만큼 대중친화적이지도 않구요. 래퍼들이 왜 당당하게 돈자랑을 하는지 왜 욕망을 그렇게 가감없이 드러내는지 대중은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힙합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거기서 끝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업보입니다.
진짜 계속 생각했고 얘기했던거... 왜 언에듀 호미들은 빨면서 맨티는 찍어내려는지... 같은 기믹인데 왜 잣대가 다른가요
추천합니다 언에듀가 성공했는데 맨스티어는 왜?
추천합니다 언에듀가 성공했는데 맨스티어는 왜?
맨스티어의 영상이나 노래는 사실 이미 존재하는 기믹 래퍼들의 문법을 그대로 복사해서 유머를 추가한 것 뿐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를 풍자라고 느낍니다. 이미 기믹 래퍼들의 가사와 행동이 '정말로' 바보같다고 생각해왔으니까요.
한국힙합 팬들이 기믹 래퍼들의 음악을 즐기는 맥락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은 거죠.
대중이 기믹을 기믹으로만 받아들였다면 맨스티어의 등장은 그냥 재미있을 뿐인 흔한 기믹래퍼 1 추가에 불과했을 겁니다.
그렇죠… 맨스티어를 컨셉질하는게 구리다고 까는게 어이가 없을 뿐
제가 그 얘기 했더니 언에듀는 바닥에서 부터 힘들게 랩 했다고 실드치던..
😂😂
진짜 계속 생각했고 얘기했던거... 왜 언에듀 호미들은 빨면서 맨티는 찍어내려는지... 같은 기믹인데 왜 잣대가 다른가요
아무래도 등장한 맥락과 타깃이 다르긴 합니다.
언에듀의 등장은 '나는 이 정도의 기믹까지 쓸 수 있다'는 패기, 즉 '리얼'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장르적 문법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면 그만'이라고 리스너들에게 주장하는 맥락이었다면
맨스티어의 등장은 '저 힙찔이들 병신짓좀 봐라'의 맥락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맨스티어의 타깃에는 힙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이 포함되어 있고, 언에듀 호미들의 타깃은 기믹을 이해할 수 있는 힙합팬들이죠
그래서 힙합의 '멋'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뷰티풀너드가 국힙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타깃인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데 반감을 갖고 그들이 힙합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타 래퍼와 협업을 진행한다거나 진지하게 맞디스를 낸다거나 하는 모습에 헷갈리게 된 거죠. 맨스티어의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 힙합씬에 염증을 느낀 힙합팬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간과했어요
언에듀 호미들은 힙합 문화에대한 존중이고, 맨티는 힙합문화에 대한 조롱이니까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게 당연한거에요.
예를들어 국뽕컨셉의 개그는 한국에서 예능프로그램으로 웃을수있지만, 국까컨셉 예능프로그램은 당연히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올수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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