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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 [NOWITKI]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3.13 23:16조회 수 1917추천수 6댓글 2

이제껏 빈지노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데뷔 초창기부터 크게 변함이 없다는 것이 내 감상이다. 애초에 빈지노 주변의 환경이 바뀌면서 음악에 담기는 내용이 바뀔지언정,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의 진정성은 변함이 없던 것이다. 그도 그럴게 청자들에게 큰 공감대를 세워준 [Lifes Like], [24:26]의 뒤편에는 어디까지나 빈지노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명분이 존재했다. 그가 여태껏 내놓은 작품들의 가사말에 청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이전, 작사의 근간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우선적으로 담겨있다는 소리이다. [12]가 처음 나올 당시의 괴리감은 달라진 빈지노의 모습이지, 빈지노의 작사 실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빈지노가 갈고닦은 랩 퍼포먼스 위로의 독특한 고유의 작사 법은 그야말로 특별한 것이 아닌가. 그것이 빈지노와 여타 래퍼들과의 차이를 만드는 개성이자 장점이었다. 외골수로 보이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흥행할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말이다. 그런 면에서 [NOWITKI]는 여전히 빈지노다운 장점이 물씬 드러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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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NOWITKI]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함 역시도 이전 작품들과는 한 층 달라 보인다. 시미 트와이스와 피제이 등의 프로듀서를 뒤로하고 새로운 인디 프로듀서진을 맞이하며 음악 스타일이 바뀐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빈지노가 살아가는 환경이자 음악적 이야기를 꾸리는 방식조차 바뀌었다. 군대를 다녀오며, 결혼을 하는 등의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은 필시 [NOWITKI]에서 보여줄 이야기에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련의 흐름 사이로 빈지노가 선택한 표현의 방법은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흐름을 따르는 작사 방식으로 나타난다. 덕분에 뇌 속을 마구 헤집어 놓은 듯한 추상적인 가사말들이 의뭉스러운 감정을 자아낼 뿐이다. 게다가 그 의뭉스러운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빈지노의 랩 퍼포먼스로 그리고자 한 이야기들이 보이니, 과연 그 부분이 [NOWITKI]가 즐겁게 들릴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NOWITKI]의 감상점은 빈지노가 일상적으로 마주했던 나날들을 관조하며 모호한 풍경처럼 묘사함에 달려있다. 그것이 익살맞은 빈지노의 플로우에 달렸던지, 다수의 프로듀서가 빈지노에게 어울리는 색감을 제공했던지, 어찌 되었건 어느 순간에 들어서며 양쪽의 파형은 착 맞아떨어지는 협연으로 완성됨이 놀랍다. 일례로 “침대에서/막걸리” 처럼 두 개의 다른 정반대의 곡이 뒤섞였으나, 빈지노의 가사말과 랩 퍼모먼스의 존재로 인해 둘 사이의 어색함은 현저하게 감퇴하는 형태기 때문이다. 사실 더욱 놀라운 점은 위의 사례가 앨범 전체적으로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비트가 존재함에도, 다양한 플로우와 서로 맞물리며, 결과적으로 [NOWITKI]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되었다. 실제로 [NOWITKI]를 살펴보는 단상에는 ‘어떻게 다양한 음악들이라 불릴 수 있는 요소들이 모였음에도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는가’ 따져보는 일이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Trippy”와 같은 유튜브 타입 비트 곡이 존재한다면, 250이 제련한 “Lemon”이나 “Crime”, “단 하루”가 있으며, 이외에도 각종 프로듀서들이 참여하며 작곡한 음악들이 한 앨범에 융화되어 녹아있다. 다양한 구성물은 빈지노의 편곡과 그의 다양한 랩 퍼포먼스 아래에서 하나의 무대로 군집했고, 그 결괏값으로 나타난 것이 [NOWITKI]다. 이 설명조차 두루뭉술하다면, 빈지노는 그가 말한 대로 하고 싶은 음악을 거리낌없이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앱스트랙, 익스페리멘탈, 재즈, 심지어는 록까지 가리지 않는 자유도 위에는 어디까지나 빈지노의 지휘봉이 존재했다.

휘두르는 지휘봉 사이에서 몰입의 요소들은 빈지노가 겪은 일상적 이야기와 감정이 주축이 된다. 당장에 인트로 격의 "Stinky Kiss"는 그의 애인과 겪은 일화를 담은 듯하며, "여행 Again"은 그야말로 개인적 여정을 담았다. 그런가 하면 본인의 군 생활을 꽉 차게 담은 "Camp", 닥치는 대로 "바보같이"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김정미의 "햇님"을 편곡해 산소에 다녀온 이야기를 꾸린 "Sanso (Interlude)"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추상적이나 일상적인 문체로 뽑혀 나와 빈지노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형상한다. 설령 빈지노의 작사법이 이제는 청자의 공감대를 쉽게 형성하기 어려울지라도, 세밀하게 짜아올린 가사들이 빈지노만의 일기장을 본 듯한 감상을 이끌어 낸다. 18개의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진 하나의 일기장은 파편화되고, 난해하며, 어지러울지라도, 빈지노라는 주체는 번듯하게 드러나니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일기장과도 같은 가사에도 설득력을 부여하는 변칙적인 랩 퍼포먼스 역시 유려하고 자유롭다. 능청스러운 플로우가 있다면, 폭발적인 랩 역시도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은 랩과 싱잉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예도 선보이니, 이제껏 랩으로써 이 정도의 독특한 만족감을 주는 래퍼가 있었나 싶은 생각조차 든다. 애초에 일련의 흐름조차 기이한 랩으로 산산이 쪼개어 버리는 "Gym"이란 곡으로 끝나는 앨범에 무언가의 구속감은 필요 없을 지도 모를 일이겠다. 빈지노가 추구한 방향만큼의 자유로운 형태의 랩 구성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마음껏 발산하니 말이다.

작품 내의 피쳐링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적재적소에 심은 Oygli와 김심야의 인상 깊은 벌스가 존재하며, Y2K92, 250, Cautious Clay, 백현진과 같은 백그라운드 보컬과 작곡이 감칠맛으로 자리 잡았다. 여러 피쳐링진들은 어디까지나 빈지노라는 화자의 이야기를 보충하는데 그친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즉, 주된 앨범의 흐름을 뺏지 아니하며, 빈지노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구심력이 있었다.

[NOWITKI]를 하나로 묶는 단어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송캠프를 주축으로 이뤄진 다양한 프로듀서의 만남, 랩과 싱잉을 넘나드는 기교, 7년간의 일생을 일축한 다양한 이야기들까지 하나같이 자유롭기 그지없다. [Lifes Like], [24:26]의 넘치는 청춘도 없고, [12]의 자수성가한 아티스트도 어느덧 모습을 감추었지만, [NOWITKI]의 변화는 그럼에도 여전히 빈지노이며, 여전히 자유로운 선상을 달린다.

사실 혹자가 난해하다는 감상을 남길지라도, [NOWITKI]에는 거창한 대주제가 없다. 앞서 말했듯이 본작은 빈지노가 보낸 일상이 담겨있는 일기장이자,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일기장 속에도 한국 힙합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감정, 변칙적인 플로우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간단한 방법론과 같은 것들이 양껏 담겨있기에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게다가 자유로움이 물씬 느껴지는 앨범에 자유로움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역량은 쉬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농담이 가득한 현장, 난해한 하나의 일기장, 이상한 매력이 가득한 작품으로도 볼 수도 있겠다. 허나, 내게는 그 무엇보다 빈지노스러운 작품이란 감상이 가장 먼저 드니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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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3.13 23:50

    무엇보다 가사를 너무나도 잘 쓴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되게 장난스럽게 날려쓰듯 하면서도 정말 깊은.. 이게 20대 빈지노의 가사를 분명 근간에 두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주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14 08:21
    @strul0409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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