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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에서 발매된 흑인 음악 앨범 중 가장 독특하고 뜨거운 작품을 하나 고른다면 단연 <HYPNOSIS THERAPY>(2022)일 것이다. 물론 짱유와 제이플로우는 와비사비룸이라는 이름 하에서 이미 독특한 영역을 형성해온 콤비이지만, 전자음악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거쳐 테크노와 하우스, 트랜스를 위시한 2000년대의 일렉트로니카를 수준높게 구현하였고 여기에 짱유의 에너제틱한 퍼포먼스가 더해진 결과, <HYPNOSIS THERAPY>는 단연 가장 힙스터적이면서도 가장 날것의 뱅어가 되었다. 이후 EP와 리믹스 앨범 등의 작업물은 물론 '머쉬룸 하우스' 등의 파티를 런칭하기도 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여세를 이어가려는 듯 1년여 만에 2번째 정규로 돌아왔다. 보다 영리한 장르적 확장과 보다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질감을 장착한 채 말이다.
전작에서는 짱유도 프로덕션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본작의 음악적 구성은 분업화가 좀 더 뚜렷한 편이다. 즉, 보다 전자음악적인 방향으로 사운드가 확장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전작에서 보여준 하우스와 테크노 이외에도 정글이나 드럼 앤 베이스("ACID RAIN", "JONGNO") 혹은 덥스텝("WDW") 등의 보다 과격한 서브 장르로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라 할 만 하고, 심지어 "FUZZ"에서는 일렉트로니카를 넘어 훵크 락의 영역까지 건드려보기도 한다. 이러한 확장을 거쳐 과격함 일변도였던 전작을 넘어 보다 유연한 완급조절로 흥겨움과 몽환 사이를 자유자재로 조율해내는 모습에서는 제이플로우의 장르에 대한 진일보한 탐구가 느껴진다. 이러한 다각화된 프로덕션에 짱유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더해지는지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정글 넘버들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급격한 타이트함이 잘 유지되어 있지만, 이외의 트랙에서는 오히려 칠(Chill)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플로우 형성이 더 돋보이는 편이다. 또한, 이러한 퍼포먼스가 불분명하게 믹싱되어 인스트루먼트에 녹아드는 모습이 두드러지는데, 그 결과 앨범이 필연적으로 지녀야되는 파괴적인 흥이 더더욱 증폭되었다. 한편, 최소한의 언어들을 이용하여 황금만능주의를 꼬집거나("PATOIS"), 옛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FUZZ") 더 나아가 자유를 제창하며 듣는 우리를 광란의 파티로 끌어들이는 앨범의 메시지 역시 버섯을 먹고 환각에 취하듯, 우리를 디오니소스적 쾌락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앨범은 팀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높은 수준으로 만족하고 있다.
전작들에 비해서 게스트의 비중이 확실히 늘어났고, 일부 트랙에서는 짱유보다도 더 큰 비중을 가져가기도 한다.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면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호흡이다. 전작에서부터 이어진 뉴질랜드의 한국계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은 혼성 베드룸 팝 듀오인 이무기 Imugi까지 끌어들이며 보다 확장되었고, 영국의 논바이너리 아티스트인 그로브(Grove)를 통해 국적이나 성별, 지향 등을 넘어선 보편적인 호흡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재키와이와 이윤정을 통해 자유분방한 펑크 컬쳐의 구시대와 신시대를 끌어들이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인데, 특히 오랜만에 등장하여 여전히 반항적인 페르소나를 드러내는 재키와이의 모습이 반갑게 느껴진다. 이러한 협업의 확장 속에서도, 심지어 일부 트랙들의 퍼포먼스적 주도권을 객원 아티스트들에게 양도했음에도 앨범에서 힙노시스 테라피의 음악적 주도권은 확고하다. 그만큼 제이플로우의 전반적인 사운드 디자인과 짱유의 퍼포먼스가 앨범을 틀어쥐고 성공적으로 분위기를 조율해내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서브 장르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이지만 특히나 전자 음악 씬은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디오테잎이나 글렌 체크, 요한 일렉트로닉 바흐 등의 주요한 인재들은 끊임없이 나왔으며, 이들을 통해 한국 전자 음악 씬은 생명력을 띠게 되었다. 힙합 씬에서 온 이방인들인 힙노시스 테라피 역시 성공적으로 이러한 생명력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영국 사운드시스템의 정신적인 제자인 이들은 2000년대 전자음악을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 이해도를 바탕으로 광란에 기반한 새로운 조류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환각제는 옛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원시 북아프리카 인들이 그러했듯, 장르 씬에 새롭고 영적인 환각을 심어주고 있다. 때로는 반사회적이고, 과격하며, 몽환적인 이들의 뚜렷한 개성으로서 말이다. 특히 <PSILOCYBIN>은 전작의 방법론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심도있는 연구와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더더욱 이 독특하고 강렬한 듀오는 날이 갈수로 더더욱 좋아지기만 하고 있다. 이 앨범이 그 증거다.
Best Track: FUZZ, JONGNO, PATOIS (Feat. Grove)
올해들은것 중 최고였음 조만간 씨디인증샷올려야지
전 베스트 트랙으로 ELEPHANT
종로 정글 종로 정글
올해 제일 강렬했던 앨범
올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
FUZZ
멋진 리뷰네요!
난 무한궤도속에서계속헤엄
ao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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