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물 논란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요;
힙합 커뮤인 엘이에서 엉뚱한 예시를 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일단 전 모 미국 밴드의 열혈 팬입니다.
이들은 현재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는데 매 앨범마다 다채로운 시도를 해왔음을 알 수 있어요. 성공적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엄청난 욕을 집어먹었던 때도 (압도적으로)많았고, 골수팬들로부터 '변절했다'는 비난을 들었던 때도 있습니다. 뭐, 이 밴드의 22년차 팬인 저조차도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내리고 싶은 앨범이 있을 정도니까요ㅠ
쨌든 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앨범은 이들의 4집 앨범으로(본격적으로 욕먹기 전에 낸 앨범입니다), 논란이 된 베이스 믹싱을 감안하더라도 인생 앨범으로 꼽을 만큼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이 앨범에 대한 애정과 만족도가 워낙 크다 보니 솔직한 심정으론 이들의 커리어가 1, 2, 3, 4, 4, 4, 4, 4, 4, 4....로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요컨대 4집 이후의 앨범들 모두 이것과 비슷한 스타일의 사운드, 그리고 전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면 진짜 행복했을 것 같단 거죠.
하지만 동일한 스타일의 음반을 계속해서 생산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되기도 하고, 진보하지 못한 것이 되기도 하잖아요. 다른 한편으론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지점에서의 스타일을 계속해서 고수, 또는 보수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결국 청자 개개인에 달린 셈인데, 자기복제라 불리는 작품군들에 대해 엘이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 4가 예술적 영역으로 가장 적합한 모범답이고, 최고의 수준이라면 4로 계속 찍어내도 나쁜건 아니겠죠. 하지만 애초에 그게 가장 좋은 모범답이라고 쳐도 아티스트 본인이 항상 똑같은 답만 내는걸 지겨워할꺼라고 생각되네요. 돈 벌라면 청자들이 질려할 때까지 4로 계속 찍는게 답이고,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4가 정말 잘 뽑혔어도 그것에 엮이지않고 또 다른 실험을 하지 않을지, 한마디로 그냥 아티스트의 선택인거 같아요. 그래도 청자의 입장에선 전자가 훨씬 좋을거고, 전자일 때 돈을 갖다 바치겠죠... 그렇지만 저는 후자가 아티스트적인 면모로는 더 멋지다고 생각하네요 =3
생각해보면 저도 그래요.
사실 이들의 커리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건 5였었는데 이때부터 이미 골수팬들로부터 변절했단 비난을 듣기 시작했고요, 6집에선 밴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비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더랬습니다.
헌데 자기복제물이라도 4처럼 뽑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저도 실제론 지금까지
줄곧 그들의 변화 및 다양한 시도에 대해 비호하고 지지해온 쪽입니다(빌어먹을 8집 빼고요!).
이유는 사랑이 있으니까... 아니;; 음악에 변화를 주고 말고는 마땅히 아티스트 개인의 권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네요.
뭣보다 계속해서 도전해 가는 자세만큼은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해도 되겠지요.
일단 제겐 기타 솔로가 거세된 것만으로도 아웃입니다ㅠ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의 추종자라...
파워 메탈이고 뭐고 음반 전체가 무슨 게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어요ㅜ
제가 메탈헤드 출신인 건 맞지만 서든 락, 컨츄리, 블루스 다 좋아해서 오히려 얼터리카란 조롱을 달게 한 6집은 아끼며 듣습니다. 4-2-6-3집 순서로 좋아하거든요. 좀 일괄성 없는 취향이죠ㅎㅎ
하지만 8집, 8집만은...
밴드하는 친구 녀석이 있는데 그 친구도 메탈리카란 이름자를 지우고 보면 8집은 무척 파워풀하고 신선해서 좋아한다고 말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헤비하단 표현엔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과격함, 다른 하나는 묵직함.
전 메탈리카란 밴드가 가진 무게감에 매료된 터라 과격함만을 앞세운 8집에 사운드적인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기타 솔로의 부재가 가장 크지만요.
그나저나 힙합에서도 빠르고 현란한 랩보단 묵직한 랩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위에서 일관성 없다고 적은 것이 무색해 지네요ㅎㅎ
자기 스타일을 유지하며 발전하는거랑 자기복제는 엄연히 다른거니까요.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 순간 주변에서 반응이 좋았던 제 곡을 떠올리면서 그떄 처럼 해야 돼. 라는 강박에 빠져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노래가 몇 번은 먹히더라고 나중엔 진부하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잘 된 이후에 방황을 한 이유도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고 또 7집 8집 지나면서 반응을 이끌어 낸것도 기존의 것을 지켜내면서 발전하는데 성공해서 라고 생각해요.
두서없는 긴 글이지만 결론은 자기복제는 아티스트에게도 좋지 않는것 같고 장기적으로 보면 리스너들에게도 실망을 안겨다 주는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일부 팬들로부터 저항을 받는 건 감수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헌데 님 덧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자기복제란 것도 알게 모르게 관념적으로 작용되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예를들어 저는 6~70년대 하드락을 무척 좋아하는데(딥 퍼플이라는 하드 락 밴드의 공연을 보며 울고 온 1인입니다) 2000년대 이후로 결성된 밴드가 똑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들고 나온다면 구닥다리라며 외면할 것 같기도 하거든요.
언어화가 잘 안 되는데 '그 시점의 음악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여타의 다른 밴드들은 거침없는 시도를 계속하는 와중에 내가 사랑하는 그 밴드가 자꾸 4의 음악적 스타일만을 고수한다면, '그것의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게 들으며 똑같은 애정을 품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네요.
특히 멜로디를 자기 예전곡과 비슷하게 가져가는거 진짜 극혐이에요 ㅋㅋ 예술계의 자기표절이라고 할수 있겠죠
사실상 예전곡에 제목만 바꿔낸 수준으로 예전에 빨았던 꿀을 한번 더 빨아보려는 짓 용납이 안돼요
그런데 혹시 EconPhd님이 생각하시는 자기표절의 모습을 보여준 뮤지션이 있다면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좀더 미시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는거같은데, 표절만큼이나 자기표절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학계의 자기표절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님께서 지적하신 자기표절이란 뮤지션의 태도, 또는 상업성이란 부분과 직결되겠군요.
위에서 언급했듯 전 멜로디 패턴 처럼 세부적으로 생각하진 않아서 좀 더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체적인 방향성, 스타일, 구성 및 전개 방식 등을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님이 말씀하신 부분이라면 저 역시 주저없이 비난하게 될 듯합니다.
트렌디한 작업물을 요구하는 팬도 있고 트렌드와 무관하게 새로운 시도 자체를 응원하는 팬도 있고 저처럼 그 밴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채를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팬들도 있으니 뮤지션들이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은 전무할 것 같네요.
수백번 들어도 괜찮은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정도라면? 괜찮겠죠...ㅎ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수백번 들어도 여전히 아낄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란 것은 분명 제 안에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그걸 좋게 봐야할지 나쁘게 봐야할지를 가늠하게 하는 건 아티스트가 보여주는 태도에 있겠지요.
비유가 좀 그런데 전통의 맛을 고수하는 맛집이 있는가 하면 매번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퓨전 레스토랑이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한편으론 꾸준히 인정받아온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것의 어려움, 한계 같은 것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간결하게 답변 주셨지만 맞는 말씀이라 생각해요. 리스너들이 많을수록 제각각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음악을 요구하겠지요.
개인적으로 현상태를 유지, 고수, 보수하는 것이 퇴물의 조건에 부합된다 여기시는 것인지 궁금해서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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