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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CunninLynguists - A Piece of Strange 리뷰

title: Mach-Hommy온암6시간 전조회 수 175추천수 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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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nninLynguists - A Piece of Strange(2006)

*풀버전은 w/HOM Vol. 30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30

 

https://youtu.be/HxEYbgtkBYw?si=LPuM3Y_uIIQi8Tle

 

I hear 'em talkin 'bout Southern folks can't rhyme
Some of y'all must be out your God damned mind

CunninLynguists, “Since When?” 中

 

“사람들이 남부 놈들은 랩을 제대로 못한다고들 하는데, 너희들 몇몇은 정말 정신이 나갔나보군.” 여정의 시작을 선포하는 “Since When?”에서 CunninLynguists는 도발적으로 대답한다. 그 강렬한 선언으로부터, 이미 우리는 언급되지 않은 최초의 질문 — 그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 정체를 알아내게 된다. ‘남부는 의식적인 주제를 다룰 수 있는가?’ 포주와 향락의 땅, 남부 힙합은 막대한 영향력과 성공을 대가로 언제나 사실과는 먼 오명에 시달려야만 했다. 말 그대로 폭력적인 경쟁을 이어가며 나날이 MC로서의 역량을 키워가던 동서부에 비해 남부 전체의 성장이 다소 더뎠던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남부에 탁월한 MC들이 부재하다고 단언할 순 없었다. Scarface가 힙합 역사상 최고의 서정시인 중 한 명임을 부정할 만큼 용기있는 자가 있겠는가? Bun B와 Pimp C가 포주적인 주제를 논한다고 해서 그들의 역량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남부의 저력을 과소평가하기 전에, 그 Biggie조차 ‘Not from Houston but I rap a lot’이라 말했던 사실을 되새기자. 그리고 André 3000이 공표했듯, 남부는 분명 할 말이 있었다. 그 정신은 21세기에 이르러 블링 에라의 시류와 크렁크에 완전히 지배된 메인스트림이 아닌, 언제나 그렇듯 언더그라운드의 시인들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CunninLynguists도 분명 할 말이 있었다.

 

이제는 다소 진부해진 언급이기까지 하지만, A Tribe Called Quest의 영향력은 동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들은 재즈에서 영향 받은 힙합을 의식적인 작가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규정했고, 모든 지방에서 그로부터 영향받은 아티스트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2000년대 언더그라운드는 놀라울 정도로 활발했다. 어떤 이들은 더 재즈적인 음악을 만들었고, 더 이상 기성 힙합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음악을 시도하기도 했다. 조명받지 못한 래퍼들의 ‘문학적이기 위한’ 욕구는 이내 추상성 탐구까지 도달했고, 그들은 마이크와 턴테이블만으로 정말 엄청난 것들을 구축해냈다. CunninLynguists도 그런 흐름에서 탄생했다. 2MC 1PD. 급작스런 결성과 멤버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클래식 체제다. 그러나 그들의 얼터너티브 힙합은 기성 재즈 랩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Will Rap for Good]의 시작을 알리는 “Lynguistics”은 Tchaikovsky를 샘플링하는 기염을 토하지 않았는가? 이들의 음악은 더 공간적이고 영화적이었다. 언더그라운드의 한정된 자원만으로 이들은 새로운 힙합을 개척해내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Kno가 있었다.

 

Kno의 음악적 공로는 종종 그룹 전체의 예술적 성과로 환원되곤 하지만, 그가 2000년대 힙합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가장 독특한 음악 세계를 건설한 프로듀서라는 사실을 부정해선 안될 것이다. 여느 힙합 프로듀서가 그러하듯 그의 음악은 턴테이블에 기반한다. 샘플링을 하고 스크래치를 삽입한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미덕을 충실히 계승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았다. Organized Noize가 Outkast나 Goodie Mob 프로젝트에서 구사한 공간감 창출 기법을 자신만의 기술로 흡수하고, 재즈적인 색채를 강조하거나 당시 유행하던 칩멍크 소울을 접목하는 등 극히 인디적인 창의성을 발화했다. 그렇기에 CunninLynguists는 Outkast나 Goodie Mob의 21세기 버전 아류로 남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온전한 오리지널이었다. 그리고 [A Piece of Strange]는 Kno에게 프로듀싱의 전권이 주어진 최초의 CunninLynguists 음반이었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제작기 탓에, [A Piece Of Strange]는 밝혀진 샘플의 양이 적은 편이다. 때문에 비트의 어떤 부분이 샘플인지, 혹은 실물 악기의 소리인지 상상력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재즈 랩과 네오 소울 프로덕션 사이에 흐르는 라틴 재즈 기타와 인도 음악은 본작이 과연 순수히 턴테이블리즘에 기반한 결과물인지 의문을 들게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본작은 밴드 사운드에 근접할 정도로 프로덕션의 모든 요소가 연주적으로 화합하기에, 명료히 분간할 수 없을 뿐더러 소리의 근원을 추측하는 상상력조차 길을 잃게 된다. 분석자로서는 미궁을 맞이한 기분이나, 감상자로서는 이 음반의 음악적 경지가 독보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철저히 라이브 어쿠스틱처럼 들리는 인트로 “Where Will You Be?”조차 사실 George Benson과 Earl Klugh의 “El Mar”를 샘플링한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순간 맞이한 기분 좋은 막연함을 체감할 수 있겠는가? 물론 프로덕션적으로 명료한 대목도 존재한다. “Since When?”은 “Loving Time”의 강렬한 사이키델릭 소울 사운드를 기반으로 드럼과 백그라운드 보컬, 위압적인 기타를 차례차례 쌓아올리며 오프너로서의 기능을 대폭 증강한다. “Caved In”의 네오 소울 프로덕션은 CeeLo Green의 참여만큼이나 매력적이고, 칩멍크 소울 트랙인 “Hourglass”와 “Beautiful Girl”은 원곡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 누구도, 역사상 최고의 재즈 랩 트랙 중 하나인 “The Gates”의 풍성한 공간감을 다 헤아릴 순 없을 것이다.

 

이처럼 Kno가 [A Piece of Strange]를 총괄하며 이전과는 격이 다른 수준까지 극적인 힙합 프로덕션을 구축한 이유는, 당연히도 본작이 그들의 경력에 있어 가장 진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컨셉 앨범이다. 이제 CunninLynguists는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인간성을 탐구하고, 이들의 음악은 하나의 랩 오페라로 거듭난다. 실없는 말장난은 자취를 감췄고, 배틀 랩 경력으로 취득한 능수능란한 호흡만이 남아 이들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벌스와 코러스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Deacon the Villain의 그루비한 플로우는 특별히 기술적이려는 노력 없이도 앨범 전반의 서사에 일정 수준의 역동성을 부여하고, Natti가 그의 랩을 보조하며 빈틈없는 호흡을 만든다. 활약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각자의 기능에 충실히 임하는 안정적인 구조이다. 물론, Deacon의 라이밍이 더 능숙할지언정 Natti가 매번 Deacon에게 밀리기만 하는 구조 역시 아니다. “America Loves Gangster” 등에서 그는 Deacon보다 훌륭한 벌스를 구사하는 등, 보조로만 남지 않는다. 이들의 가사는 쉬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은유로 장식되었고, 불필요한 공격성을 배제한 채 오직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비판적 시각만이 존재한다.

 

Life's an unfed beast that eats bread and meat
That's either your cash or your corpse
So I just pray that the Lord helps me last through these wars

CunninLynguists, “Caved In” 中

 

질문이 전제된다. 자기소개도 더할 나위 없이 위력적이었다. 본격적인 탐구는 “Nothing to Give”부터 시작된다. 도시의 암면은 참혹하고, 서술은 검열이란 것을 모른다. 강도와 살인, 매춘과 부정부패는 일상처럼 자행되고 사회는 비의도적으로 그런 구조를 형성한다. “Caved In”에서는 그런 환경에서 힘을 잃어가는 불안정한 정신이 CeeLo Green의 보컬로 표현된다. 반인륜적인 환경 속에서 영혼들은 상처받으나 어떻게든 생존 의지를 다진다. 생지옥을 버텨내기 위해 택한 것이 “Hourglass”의 섹스와 “Beautiful Girl”의 마리화나라는 사실은 또 하나의 지독한 역설이다. 인간성의 파멸을 종용하는 세상에서 인간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의식을 무디게 만들며 인간성을 파멸시켜가고 있다. 피치가 올라간 보컬은 Kanye 타입이라기보다도 Quasimoto 타입에 유사하다. 말 그대로의 ‘사이키델리아’가 음악과 정신을 모두 잠식해간다. 청자조차도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없도록 흥에 취하게 만든다. 그저 들이마시며(Inhale) 현실에서 최대한 도피하려 할 뿐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현실은 자신을 철저하게 가둘 뿐이다. “Brain Cell”, 몸도 정신도 감옥에 감금되었다. ‘Living in a world no different from a cell,’ Inspectah Deck의 목소리는 하나의 정언이 되고, CunninLynguists 전원은 해답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화살촉은 창살을 만든 국가에게로 향한다. 미국이란 어떤 나라인가? 처음부터, 어쩌면 끝까지 폭력과 떨어질 수 없는 나라가 아닌가? “America Loves Gangster”, 어쩌면 힙합에서 수도 없이 접했을 개념은 이들의 음악에서 전혀 다른 무게감을 갖추게 된다. 이미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든 갱스터리즘과 그것을 동경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미국의 폭력성이 죄악을 양산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리고 폭력성은 유일한 문제가 아니다. 구식적인 사고에 자리 잡은 인종차별은 “Never Know Why”의 안타까운 스토리텔링으로 구체화된다. 조금이나마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은 법이고, Immortal Technique은 그 회한의 정서를 정확히 포착해낸다.

 

Tonedeff가 분한 “Never Know Why”의 아이 아버지는 “The Gates”에서 생사의 관문에 서게 된다. 그는 소방관이다. 동시에 혼혈아의 아버지이며, 앨범의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다. 화마를 헤치며 수많은 생명을 구해온 그였으나, 베드로로 분한 Deacon의 지적 앞에서 그는 무의미한 자기변호만을 택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보는 이 앞에선 욕망과 허영심, 피해의식을 차마 숨길 수 없다. 원죄는 지독하게 달라붙어온다. 결코 피할 수 없다. Arthur Brown의 심판이 울려퍼지는 “Hellfire”, 그는 현실의 불이 아닌 지옥불로써 단죄받는다. 혹은 정화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쪽이든 고통스러운 과정이나, 감내하고 그 이후를 보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어떤 모습일까? DJ Shadow 타입의 재즈 힙합 연주곡인 “Remember Me (Abstract/Reality)”는 추상적인 질감의 샘플과 현실적인 차원의 드럼 브레이크 간 세심한 악기 연주로 방황하는 현실 존재를 그려낸다. 이야기는 다시 서술자들의 몫이 된다. 삶의 비극을 이토록 극적으로 표현해낸 CunninLynguists이었으나, 정작 이들조차 그 삶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임을 체감케 하는 고차원적인 접근이다.

 

이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희망을 선사한다. “The Light”, 이처럼 어두운 현실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줄 가치는 무엇일까? 앨범의 주제가 Deacon과 Natti의 리드미컬한 래핑으로써 다시 한 곡 단위로 함축되고, 여운을 남기는 블루스 잼 선율 위 흐르는 노랫말은 하나의 결론만을 가리킨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것에 진실되게 임하는 것. 진실을 밝히는 것. 그리고 그 과제는 이미 [A Piece of Strange]의 지난 여정을 통해 한 차례 몸소 증명되었다. 이들은 현실을 직시했고, 감정과 소회에 진솔했다. 그것을 음악과 가사 양면에서 얼터너티브 힙합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여정으로 재구성했다. 말 그대로 랩 오페라, 힙합 음악의 형태로 담아낸 현실적 고찰이다. 진정 예술이 서사적으로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당연히도 이들의 작가주의는 무수한 호평을 받았다. Kanye West와 Pharrell Williams조차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나, 그 사실은 본작의 위대함을 증명하지 못한다. 오직 예술 그 자체만으로 설명된다. 2006년, 죽음을 앞둔 Dilla가 [Donuts]로 힙합 작법에 대격변을 일으키고 Clipse 형제가 가장 실험적인 코크 랩 음반으로 전국을 뒤흔들던 시절. [A Piece of Strange]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바꾸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예술 그 자체로 외로이 존재한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4157678905

 

2006년은 힙합 명반이 참 많이 나온 해였죠.
영원한 인스트러멘탈 힙합 클래식 Donuts부터 클립스의 최고작 Hell Hath No Fury, 루페 피아스코의 데뷔 앨범 Food & Liquor, 루츠의 Game Theory,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Fishscale까지...
그 중에서도 A Piece of Strange는 당해 최고작 반열에 들 만큼 훌륭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사 없이 들어도 충분히 명반이지만, 가사와 함께 청취해야만 본작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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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1 1시간 전

    듣기만 했었는데 이런 내용인지 몰랐네

    정말 가사를 찾아봐야 진가를 알 수 있겠군요

     

    잘 읽었습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40분 전
    @곡예

    저도 이번 기회로 컨셉 앨범으로서의 A Piece Of Strange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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