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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es Aviv - [The Revolving Star : Archive & Practice 002]
2025. 10. 31
앱스트랙트의 더티 플레이팅은 예삿일이 됐다. 물밀 듯 쏟아지는 아방가르드의 분별은 그 정도의 유려함과 설득력에서 다가온다. 조금 매정하게 말하자면, 우울과 센치함을 주재료로 끓이는 감정이 진탕 쏟아지는 과정까지야 비슷하다. 그 속에서 금이 되지 못한 부산물들. 여과되지 않은 찌꺼기들. 뒤섞은 이물질들. 이 중 몇이 목 끝으로 넘어가는지에 달려 있다. 분위기 등락과 주제의 완곡 조절은 곧 잠기는 탄닌과 튀어 나가는 탄산에 비유할 법하다. Cities Aviv는 아주 부산스럽고 무질서하게, 그것도 90분 가량에 걸쳐서 흩뿌리며, 고개를 끌어당겼다 다시 밀어내며 오가는 시소 놀이로 몽롱하고 어수선한 스모킹 존을 그린다. 포화도와 원근감이 죽어가는 밀도 불균형의 대기권엔 색채를 잃고 살 둥 말 둥 빈둥거리는 흑백 필름이 있다. 전반적인 아우라는 재료에서 오는 억눌린 감정들이 장악한다. 무언가 터져나가고, 다시 뭉치고, 채우고, 잃고 그리고 내던지고. 양껏 버티고 남겨진 현기증 같은 맛이다.

Preservation & Gabe ‘Nandez - [Sortilège]
2025. 08. 15
유랑한다. 몰입의 전초가 된다면 어떤 곳도 주 무대로 삼는다. 다만 마피오소 랩이 본고장을 찾아가는데, 종착지가 예사롭지 않다면? 이탈리안 칸초네 스타일로 자아내는 저명한 집시들의 갈라 쇼 한복판이라면? Preservation에게는 늘 진중함을 기대하지만,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Sortilège]의 시나리오는 고개를 꺾으며 가만히 먼 발치를 바라본다. [Aethiopes]가 일찍이 정립한 이국적인 결여는 거리의 시다운 운문학과 융화한다. 사납고 잔혹한 언사는 얌전한 랩에 숨어들어 들짐승의 하울링이나 기폭물이 튀기는 불꽃을 연상시킨다. 부조화적인 조화는 침 삼키는 긴장으로 근육이 얼어붙는 억압을 조성하진 않지만, 계란에 숨긴 뼛조각처럼 의도적인 부작용으로 효율적인 역효과를 나타낸다. 이야기의 끝이 썩 교훈적이지는 않겠지만 작품은 자연스레 엔딩에서 오프닝으로 되돌아간다. 문학이 유명을 달리하고 악곡이 운명을 결정한다. Gabe ‘Nandez가 미래를 잃어가면, Preservation이 내일을 온존한다.

Mobb Deep - [Infinite]
2025. 10. 10
Legacy. Mass Appeal Records의 2025년 일환으로, 오랜 기라성들의 목소리가 다시 지금에 내리꽂혔다. Mobb Deep의 끝마무리에 이름값의 재전시는 그리 어울리는 지칭이 아니다. [Infinite]의 기시감은 또렷하지 않고, Mobb Deep은 유산의 진가를 재현하는 일 따위보다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다. [The Infamous]의 어스름한 기저 미학도 아니고, [Hell On Earth]의 건조하고 스산한 냉혹함도 아니다. “Against The World”의 소울 보컬 샘플 활용, “Taj Mahal”의 뒤틀린 루핑 컨트롤, “Clear Black Nights”의 어쿠스틱과 보컬 조화까지. Mobb Deep의 골자를 유지하지만, 작품 전신을 구조하는 대신 끝내 정리하지 못한 비전의 파편을 기워맞춰 자아내는 기록물이다. [Infinite]는 곧 마지막 총탄의 흔적이다. 퀸즈 브릿지의 로파이는 다음 드럼리스 세대로 넘어갔지만 Mobb Deep은 간직해 온 재창조로 마무리한다. 그들은 진정 ‘Infinite’한 존재로 남는다.

Boldy James & Nicholas Craven - [Late to My Own Funeral]
2025. 07. 11
베테랑의 길에 입성하는 값이 꽤나 비싸다. [Late to My Own Funeral]은 Boldy James의 16번째 스튜디오 작품이지만, 언제라도 굶주린 듯 꾸준하게 랩 필름을 캐스팅한다. 유별난 작품이느냐 하면 아니다. 메달과 훈장으로 삶을 깎아내는 Boldy James의 갱스터 랩 디자인은 때때로 뻔하다고 느껴질 만큼 여전히 직선적이다. 밑거름에 생경함을 불어넣는 프로듀서의 역량이 그를 좌지우지할 때, Nicholas Craven과의 합작 소식은 놓치던 눈길을 다시 한 번 잡아끈다. [Fair Exchange No Robbery]와 [Penalty of Leadership]. 그리고 본작에 이르러 점차 여리고 매끈해지는 프로덕션에 방점을 찍는다. 모질고 거침없는 랩이 칩멍크 소울 사운드에 닳고 문드러지면 그를 둘러싼 삶도 한꺼풀 벗겨질 듯 가라앉는다. 그러나 단 한 트랙, “Marrero”라는 여지가 남았기에, 내려치는 해머 프라이스를 끌어 안고서 끝물인 장례식장으로 입장한다.

John michel & Anthony James - [Egotrip]
2025. 05. 23
시대가 지고 다시 나타난 백팩커들의 자전이다. 굽은 길에 무거운 짐으로 나선 여행은 길고도 짧다. 그 일기는 대문자만으로 쓰여져 숨을 고를 시간이 마땅하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칩멍크 소울의 남발은 맹목적이거나 감동지향적이라는 비판이 제법 잘 어울리지만 괜찮다. 20년 전에 나온 청사진이 아직 유효한 이유는 모두들 눈물을 삼키거나 과하게 아끼기 때문이다. 고조적인 곡들이 예전만한 감동을 주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가족과 나 자신으로 다지는 회상이나 리바이벌이 아니어도 괜찮다. 휘몰아치는 메시지와 자그맣게 피우는 자기반성이 쇼맨십으로 벌인 연극 장치여도 괜찮다. 한 덩어리로 뭉친 처음과 끝 그리고 그 사이들을 바라볼 때, 37분이 지나면 세상 어딘가에서 저물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새 생명 하나가 보이지 않는가. 그게 작품을 만든 당신이든 당신이 아니든 괜찮다. 얼마나 전적으로 동의하는지와 무관하게, 이름 모를 신발을 신고 문 밖으로 나서는 누군가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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