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sDeeKid - Rebel 🥷

2025년의 영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은 마침내 하나의 목소리를 얻고 있는 듯합니다. 드릴과 레이지의 뜨거운 열기, 클라우드 랩의 몽롱한 분위기, 그리고 저크 스타일의 타이트한 스네어가 혼합된 영국이라는 끓는 냄비속에서, 이제 새로운 이름들이 증기를 품고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열기는 이제 가히 본토 힙합 씬을 위협할 정도로 거대해지고 있지요. 그 열기의 북쪽 끝, 리버풀이라는 도시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그 열기 속에서 메이저 씬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EsDeeKid입니다. 물론 한 손에 <Rebel>이라는 강력한 한 방을 쥐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앨범은 EsDeeKid의 <Rebel>입니다.

EsDeeKid의 정규 데뷔 앨범 <Rebel>은 타이틀과 앨범 커버에서 알 수 있듯, 다루는 주제는 힙합의 오래된 레퍼토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자, 약, 돈 자랑, 자신의 험난했던 인생사 등. 하지만 그 흔한 소재들이 EsDeeKid 특유의 거칠고 자극적인 UK 악센트 덕분에 전혀 익숙하지 않게 들리는 것이 본작의 묘미입니다.

오프닝 트랙 "4 Raws"는 난자하는 베이스와 함께 앨범의 문을 강하게 밀고 들어옵니다. 거친 신스와 러프한 질감은 앨범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시작하는 듯합니다. 그 정체성은 다름 아닌 중독성 있는 UK 악센트와 저크 비트로 분출해대는 에너지이지요. 특히 "Rottweiler" 같은 곡이 그렇습니다. EsDeeKid의 특유 억양과 앨범이 지닌 생동감 있는 사운드가 만나 가장 이상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LV Sandles"입니다. 트랙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EsDeeKid의 랩인 것 같아요. 아니, 이 트랙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에서 가장 빛나는 것 같네요. 타격감에 올인한 킥 드럼 저크 사운드 자체보다 더 강력한 인상을 주니 말 다 한 거죠. 리버풀 억양이 딜리버리에 강하게 묻어나며, 그것이 전반적인 리듬 흐름에 또 다른 활기를 부여합니다. 본 트랙과 앨범의 기이한 사운드에서도 단단한 발성으로 뱉는 묘한 래핑이 매번 기민하게 그 비트를 가르며, 그 안에서 날것의 감정이 튀어나오는 랩을 구사하고 있지요. 앨범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입니다.

본작의 사운드 구축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은 당연히 본작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Wraith9일 것입니다. 뜨거운 저크 프로덕션을 정말 잘 구현해내지요. 곡들이 전체적으로 베이스가 강조된 저크 뮤직, 808 프로덕션인지라 모두 유사한 것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곡마다 부가적으로 다른 요소가 가미된 점에서 아쉬움을 덜 수 있었네요. 

<Rebel>은 짧고, 무엇보다도 거칠고 지저분합니다. 물론 그 속성들이 EsDeeKid라는 캐릭터를 선명하게 만들어내지요. 그가 본작에서 선사하는 분노에 찬 저크 프로덕션, UK 악센트 래핑은 힙합의 본질적인 듣는 즐거움, 타격감을 정말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가 언젠가 더 긴 호흡으로, 더 정제되고 진화한 사운드로 귀환하더라도 본작이 주는 날 것의 에너지는 잊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최종적으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영국 힙합 씬이 점점 본토 힙합의 아성을 위협해오는 듯하네요.

요즘 자주 뵙네요. 본 리뷰는 철저히 제 개인적인 감상평일 뿐입니다! 물론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과 댓글은 국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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