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er, The Creator가 <CHROMAKOPIA>가 발매된지 1년이 채 안 되어 새로운 앨범 <DON'T TAP THE GLASS>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매우 짧막한 예고 기간과 함께 말입니다. 사실상 깜짝 발매라고 해도 되겠네요. 아무튼 제 최애 아티스트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만에 컴백한 것은 기쁜 소식이 아닐 수가 없겠지요. 물론 컴백이 짧은 기간 안에 이루어진 만큼 큰 기대는 안고 있지 않았지만요.
<CHROMAKOPIA>가 발매되었을 적에 제가 했던 예상이 있었는데요, "<CHROMAKOPIA>는 Tyler의 <Mr. Morale> 앨범 같은 격이고, 자연스레 Tyler의 차기작은 <GNX>와 비슷한 양상을 띌 것"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상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Tyler가 <CHROMAKOPIA>에서 Kendrick을 크게 샤라웃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Tyler가 Kendrick을 자신이 따라갈 예술가상으로 두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본작의 첫 인상을 보아하니, 어느정도 맞아 들어간 걸 수도 있겠네요. <GNX>가 Kendrick Lamar의 반짝거리는 웨스트웨스트를 향한 찬사였다면, <DON'T TAP THE GLASS>는 옛 시대의 음악들과 자신의 음악적인 에너지에 대한 Tyler의 찬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음악 이야기로 넘어가봅시다. 첫 번째 트랙 "Big Poe"는 초장부터 본작이 충실하게 따를 음악적인 목표를 핀으로 딱 박아주는 듯합니다. 그루비한 힙합 비트에 에너지컬한 Tyler와 Pharrell의 보컬이 돋보이죠. 이 트랙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DEATHCAMP"와 "RUN"과 같은 Tyler의 전작 <Cherry Bomb> 사운드입니다. 즉, 난잡한 느낌이 적잖이 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기 언급한 트랙들에 비하면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통통 튀는 90년대 댄스 팝 프로덕션이 분위기를 달궈주는 "Sugar On My Tongue"가 등장합니다. 일단은 프로덕션은 정말 정말 제 취향인데, Tyler의 후렴구나 벌스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트랙부터 토크 박스를 이용한 90년대 올드 힙합 느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 다음은 "Sucka Free"에요. 이 트랙도 후렴구가 상당히 부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벌스도 마찬가지구요. 물론 프로덕션은 제 기대치를 충족시켜줬습니다. <CHROMAKOPIA>에서 보여줬던 백 보컬도 나쁘지 않았네요.
이어지는 것이 간주곡 느낌의 "Mommanem"과 그를 잇는 "Stop Playing With Me"입니다. 일단.. "Mommanem"은 대체 왜 집어넣은 트랙인지 잘 모르겠어요. BPM이 점점 빨라지면서 다음 곡이 전개되기 전에 분위기를 달구다가는 갑자기 "Stop Playing With Me"에서는 BPM이 낮아지고 다른 느낌의 사운드가 시작됩니다. 그냥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구성이에요. 차라리 "Mommanem"을 풀 버전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5번 트랙까지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의 시작을 끊는 "Ring Ring Ring"부터는 분위기가 힙합적이고 신나는 느낌에서 감성적이고 유연한, 익히들 알고 있을 <IGOR>, <Flower Boy>로 대두되는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Tyler식 네오 소울이 첨가된 힙합 트랙들로 무드가 바뀝니다. 이번 트랙은 이미 먹어본 듯한 익숙한 느낌의 트랙이어서 그다지 큰 실망은 없었지만, 그래서 또 큰 반전이나 새로운 면은 찾지 못했네요.
후반부는 전부 따스한 트랙들로 이루어졌다고 말씀드렸는데, 7번 트랙 "Don't Tap That Glass / Tweakin'"만 전반부의 흥을 이어갑니다. 아, 그리고 무려 Tyler의 두 곡이 한 곡에 들어간 트랙이에요. 역사상 모든 Tyler 앨범의 '10번 트랙'은 믿고 듣는 명곡이었는데, 과연 본작에서는 어땠을까요? 우선 파트 1 "Don't Tap That Glass"에서 보여준 피아노 건반 위 힙합 비트에서 보여준 Tyler의 퍼포먼스는 힙합 본연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파트 2 "Tweakin'"은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곡 전환도 조금 아쉬웠구요.
이후 전개되는 마지막 세 트랙들은 느낌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전술했듯이 그가 전작에서 보여준 네오 소울 느낌의 힙합 곡들이 이어져있어요. 약간 바뀐 점은 90년대 디스코, 댄스 팝 느낌이 가미되었다는 점? 물론 전 이 뻔한 곡들에 홀라당 넘어가버렸지요. 전 일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전반부보다 뻔한 맛을 보여준 후반부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Tyler가 직접 몇 번이고 언급했듯이, 본작은 그저 즐기라고 만든, 잠시 쉬어가는 앨범이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작 수록곡들이 신나지가 않는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Tyler의 <GNX>"라는 생각에 입각하여 처음부터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들어보고 있지만, 전반부를 비롯하여 당연히 신나지 않을 후반부까지. 저는 신난다는 느낌을 그다지 받지 못했거든요. 물론 이 부분은 개개인에 따라 감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네요.
앨범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트랙들이 전부 평탄하게 전개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전작인<CHROMAKOPIA>에서만 찾아봐도 "Sticky", "Thought I Was Dead"같은 웰메이드 뱅어 트랙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허나, 본작에서는 그런 느낌의 정말 끝내주는 뱅어 트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본작이 "엉덩이를 흔들라"는 앨범의 슬로건에 비해 너무나 아이러니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작을 평가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본작이 정말 충실하게 신나는 음악마저도 선사하지는 못 한다는 점입니다. 방구석 리스너로서 방구석에서 즐기려고 본작을 몇 번이고 재생해보았지만, Tyler가 직접 발언한 "춤 추면서, 엉덩이 흔들면서 들어라"라는 말에 비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본작은 그다지 파워풀하지도, 신나지도 않습니다. "그냥 흔들어라"라는 목적이었으면, 후반부의 감성적인 트랙도 잘 이해되지 않고요.
저도 물론 본작이 정말 <IGOR>나 <CHROMAKOPIA> 만큼의 서사나 장치, 집중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본작에는 서사나 장치가 특별히 존재하지 않지요. 하지만, 그저 즐기라고 가볍게 만든 음악이라기엔 그 '쉼'과 '즐김'의 영역에서도 본작은 음악적으로 영 힘을 쓰지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2.5점입니다.
https://rateyourmusic.com/~kmming_real
다들 WWE 그만하고 제 글을 읽어요
물론 추천은 좀 누르고..
이런 논쟁? 있을때마다 느끼는건데, 제가 상당히 잡귀인거 같네요. 벌쳐스 시리즈, 거나 앨범들, 최근에 나온 뮤직까지 불호 거의 없이 잘 들었는데.. 감상의 측면에서 이게 좋은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원래 예술이라는 게 다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만 레이의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보고 누군 감탄하기도 하지만 누구한테는 그냥 아무 감흥도 안 느껴질 수도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다고해서 작품을 느낀 사람이나 못 느낀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자신이 무슨 음악을 좋아하고 무슨 음악을 싫어하든 자신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전 대표적으로 매드빌러니를 그닥 좋아하지 않고
대신에 로직의 언더 프레셔를 미친놈처럼 좋아합니다
각자 느끼는대로 느끼면 되는거 아닐까요..
전 그게 맞다고 봅니다
헤헤 팔로우 했어요 Eminearl 받아주실 수 있나요?
환영합니다
뭔가 정제된 체리밤 느낌이었어요
방향성은 달라도 일단 지 하고 싶은거 다한 느낌?
가볍게 나온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면 편할 것 같아요~ 다만 리뷰나 댓글에서도 말했듯이, 앨범의 구성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듯해요.
물론물론 저는 극호. 타일러식 뱅어가 꽉차있다니 ㄷ.ㄷ
감상 자체에 대해선 일부 동의하나 틀린 부분이 있어서 말씀 드림.
BPM 은 곡 템포가 단순히 느리고 빨라지고를 측정하는 일시적인 기준이 아녜요. 그거랑 일절 상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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