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은 주체할 수 없는 창작욕에서 비롯된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특정한 서사나 장치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그저 음악 자체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이전의 "Cherry Bomb"이나 "Call Me If You Get Lost"와 유사한 색감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명확하다. "Who Dat Boy"나 "NEW MAGIC WAND"처럼 한 번 들으면 귀에 박히는 뱅어트랙이 이번 앨범에는 없다. "Ring Ring Ring" 이후 이어지는 네오 소울 계열의 트랙들 역시 분위기는 좋지만, 뚜렷한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한다. 또한 프로젝트의 길이, 담고 있는 메시지, 음악 자체의 무게들이 이전작들에 비해 한층 가볍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들 중 하나이다. 이번 앨범은 타일러가 과거의 클래식한 힙합과 알앤비를 자신의 스타일로 리믹스해 보여주지만, 리스너에게는 "IGOR", "Flower Boy", "Call Me If You Get Lost"의 열화판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자전적이고 무게감 있던 "CHROMAKOPIA" 이후 곧바로 발표된 이번 신작은 반가우면서도, 그의 정점을 경험한 리스너들에겐 다소 아쉬운 퀄리티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이 실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가벼움은 "CHROMAKOPIA"라는 무거운 앨범을 마무리한 후, 다시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나타난 가벼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는 또 다른 타일러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트랙 퀄리티만을 놓고 보자면 결코 수준 이하라고 할 수 없다. "Ring, Ring, Ring", "Don't You Worry", " I'll Take Care of You"와 같은 트랙을에서 보여주는 네오 소울의 맛은 타일러만의 느낌을 십분 보여주었다.
결국, 이번 앨범은 타일러가 작정하고 만든 일종의 이지 리스닝 프로젝트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음악적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했지만, 그저 마음 편히 엉덩이를 흔들기에는 어딘가 2% 부족한, 그런 작품이었다
점수:6/10
+) 그저 많은 감상 중 하나이며 여러분의 감상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저랑 비슷하게 느끼셨네요 ㅋㅋ
갑작스러운 발매인 만큼 다들 기대 안하고 들어서 오히려 평가가 널널해진 것 같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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