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 디스전 직후 켄드릭은 GNX를 발매했고 힙합팬들은 깜짝 놀랐다.
붓질 한 획에 피 흘리는 화백마냥 매 작품마다 심혈을 기울이던 켄드릭에게, 가벼운 뱅어 모음집을 옜다 세상에 툭 내놓는 행보는 낯설었기 때문이다.
이 GNX라는 일탈을 누군가는 실망스럽게 보고 누군가는 만족스럽게 봤다. 그리고 한 래퍼만은 명백히 후자에 속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그는 GNX 수록곡 Hey Now의 비트로 THAT GUY라는 노래 및 뮤직비디오를 공개해서 켄드릭에게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리스펙을 보였다.
필자는 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타일러는 2009년(Bastard)부터 2021년(CMIYGL)까지 2년마다 앨범을 내며 양과 질을 동시에 잡은 뛰어난 예술적 재능의 소유자다. 특히 FLOWER BOY부터 CMIYGL까지의 앨범 발매는 타일러를 시대의 탑에 올려놓았다. 이런 힙합 역사에 떳떳이 남을 큰 발자국같은 디스코그라피를 내는 데에는 타일러 본인한테서 몸부림치고 솟아오르는 예술적 영감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거다.
하지만 Chromakopia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이 1년 늘어난 발매 주기가 예술가로서 크든 작든 일종의 슬럼프를 증거한다는 것이 논리적 비약이 되는가? 3년이라는 시간 끝의 결과물에 만족하면서도 “타일러도 죽을 때까지 창작하지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개월 뒤, 켄드릭이 GNX를 세상에 내놓았다.
타일러는 켄드릭을 동료 예술가로서 존경한다는 건 명백하다 (“The biggest out the city after Kenny, that's a fact now”). 이 존경심에는 자신과 켄드릭이 매번 고뇌 깃든 창작을 하려 고군분투한다는 공통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창작은 영광스러운만큼 고되고, 무겁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켄드릭은 이 성향을 극복하고 GNX라는 작품을 냈다.
이 용감한 선택이 마침내 타일러로 하여금 THAT GUY를 만들고, Chromakopia를 낸지 1년도 되지 않아 DON'T TAP THE GLASS라는 앨범을 발매하는 데에 영감을 주었다.
만일 요 일련의 과정에 대한 뇌피셜이 옳다면, 켄드릭의 불꽃이 옮겨붙어 발매된 DON'T TAP THE GLASS는 어떤 앨범인가?
타일러의 음악은 향수의 감각에 의존하고 이 성향은 DON'T TAP THE GLASS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노스탤지어가 가장 명료하게 돋보이는 부분은 토크 박스를 사용한 부분이다. 토크 박스를 사용해 앨범 곳곳에 녹아든 변조된 목소리들은 80년대, 90년대 서부 지펑크의 영광을 연상시킨다. CMIYGL라는 전례가 있는만큼 타일러가 과거의 힙합에 사랑의 손짓을 보내고 있음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것은 과거 힙합 영웅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앨범 커버에서 두드러진다.
DON'T TAP THE GLASS에서, 이번 타일러의 캐릭터는 유리관 속에 갇힌 래퍼 피규어 장난감이다. (소위 말해 웅취가 풍기는 콧수염에서 올드 스쿨 래퍼를 표현하고 있음이 명백해진다.)
모든 타일러 앨범의 감상 포인트는, “그가 창조한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앨범의 사운드와 상호작용하는가”라고 생각한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초반~중반의 바운시한 드럼이다. 앨범 시작부터 “BODY MOVEMENT, NO SITTING STILL (DANCE, BRO)”라는 룰을 실현시켜주는 이 신나고 통통 튀는 드럼은, 근육질 피규어 캐릭터의 딱딱한 고무같은 질감과 부딪혀 쫄깃한 감각을 선사한다.
(근육질 피규어 캐릭터의 딱딱한 고무같은 질감과 부딪혀 쫄깃한 감각을 선사한다--- 필자에게는 이 표현이 앨범의 절반 정도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치 어떤 버튼을 누르자 유리관 속 피규어가 흔들리면서 장난감 컨셉에 충실한 음성을 내듯, 이 신나는 비트 위에 타일러는 “터프 가이”스러운 가사를 뱉는다.
I don't consent, I don't give fucks
You on my dick, nigga, get up
- Big Poe
Tell the bitches that you know
What you heard about me? (Uh-huh)
- Sugar On My Tongue
Got my jewels on, sure I'm strapped up
We don't know you, nigga, back up, uh-huh
- Sucka Free
That nigga gon' get clipped today
- Mommanem
물론 일차원적으로 터프 가이스러우면 그건 타일러가 아니다. IGOR에서도, WOLF에서도, 타일러의 캐릭터는 사람 좀 묻고 다니는 위험한 냄새를 보이지만 끝내 세심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남성임을 드러낸다. 그는 이 갱스터 피규어에도 로맨티스트적인 면을 부각시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든다. DON'T TAP THE GLASS는 사랑과 갱스터가 거의 반반의 비율로 섞여있다. Sugar On My Tongue, Ring Ring Ring, Don’t You Worry Baby, I’ll Take Care of You, Tell Me What It Is는 모두 사랑 노래라고 해도 좋다.
특히 마지막 세 곡에서 타일러는 전작 Chromakopia의 Like Him같은 곡에서 그랬듯 사운드를 부드럽게 풀리게 한다. 이 세심하고 세밀한 내면을 표현하려는듯. 그리고 이 후반부 세 곡이 DON'T TAP THE GLASS의 가장 아름다운 고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lqEKklWqs
당연하지만, DON'T TAP THE GLASS는 타일러의 역작이라는 느낌은 없다.
DON'T TAP THE GLASS는 짧은 시간에 영감을 휘발시켜 불태우듯 작업한 가벼운 앨범이니만큼 아쉬운 부분이 몇 군데 존재한다.
앨범에서 단연코 가장 거슬리는 점은 Mommanem에서 Stop Playing With Me로 넘어갈 때, Mommanem가 쌓아놓은 서스펜스를 실망스럽게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굉장히 살 떨리는 드랍을 예상하며 고개를 흔들다가 Stop Playing With Me의 비트 드랍에서 그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 여러분들의 기억에 남았을 확률이 높은 K-FLIP으로 예를 들자면 INTERLUDE에서 SELF HATE로 넘어가는 데에서 오는 트랜지션의 전율, 그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외힙만 듣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Metro Spider에서 I Can’t Save You로 넘어가는 전율을 상기시켜드리겠다). Stop Playing With Me 자체는 괜찮은 곡이지만, 트랜지션이 두 곡이 시너지를 내며 전율을 내야 하는 데에 반해 Stop Playing With Me는 두 곡 사이의 흐름을 끊어먹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곡 자체도 팍 식은 기분으로 들어야 하는 비극을 낳는다.
또, 타일러는 갱스터 피규어라는 새로이 창조한 캐릭터로 지펑크 토크박스같은 과거의 사운드를 빌려와 노스탤지어를 만들어 이번에도 자기 복제의 오명을 피했지만, 개인적으로 짧은 시간에 본인이 가장 재밌어하는 것들을 하다보니 별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앨범 제작을 한 듯한 티가 난다.
특히 빡센 랩 곡으로 시작해 중간중간 사랑 노래 넣으며 힘을 빼다가 끝내 부드러운 사랑 노래들로 앨범의 막을 내리는 것은 어떤 공식을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여기에는 어떤 주제 의식도 없거나, 있어도 타일러가 지금껏 했던 것들이라서 시시하다. 별 콘셉트 없는 앨범이라던만큼 전부 의도한 부분이겠지만, 아티스트가 평범함을 의도하면 리스너 역시 그 평범함에 실망할 자유가 있다.
타일러는 단지 앨범을 시작한 것과 똑같은 기계음으로 다음과 같이 건조한 수미상관을 만들 뿐이다.
I hope you enjoyed yourself (Bruh, bruh)
Maybe next time you could stay longer (Take your ass home)
The glass was not tapped (Call my mama)
Thank you, until next time
DON'T TAP THE GLASS는 유리관 속 피규어같은 앨범이다. 좋은 장난감처럼 예술가가 재미를 느끼면서 만든 게 느껴지고, 좋은 장난감처럼 별다른 주제의식이나 서사를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로맨티스트 갱스터 피규어의 잘 짜인 대사들, 그 재밌거나 아름답거나 한 지점들을 우리는 아이처럼 즐기며 춤 춘다.
켄드릭의 GNX가 보여주었듯, 이런 창작은 예술가의 자유이며 상당히 건강해보이기까지 한다. 필자는 타일러가 이 앨범을 작업하며 자유와 건강함을 느꼈었다면 만족한다. 좌우간 지 절친처럼 앨범 안 미루고 끊임없이 이런 수작을 내주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런 앨범들이 또 다시 TPAB나 IGOR같은 역작을 낼 도약의 발판이 되어준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7-8/10
구라에요 제가 썼음
어쩐지 깡통 냄새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개 잘 쓰네
이젠 진짜 사람이 쓴 거랑 지피티가 쓴거랑 구별은 모다겠네요
구라에요 제가 썼음
캬 강태공이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줄 알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깡통 냄새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
ai가 이정도 글쓰는 날이 오면
그때가 인간 망하는 날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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