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er, The Creator - DON'T TAP THE GLASS
작고 소중한 존재를 전시하는 뻔한 문장이다. ‘유리창을 두드리지 마세요.’ 그 너머로 타일러가 전시되어있다. 어쩌고저쩌고. 예술가는 꽃처럼 피어나서는 말썽에 휘말리고 얽매이지만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게 진정한-
“X까! 넌 LL Cool J도 모르지?”
유리창을 두고 지켜봐야하는 건 두 종류다. 하나는 루브르에 박제된 코딱지만한 모나리자. 아니면, 사파리에 돈 내고 놀러온 당신을 도륙내고 물어뜯을 준비가 된 짐승. 타일러는 뱉고 뱉는다. 번식기 짐승마냥 욕망에 진하게 녹아있다.
가히 파괴적이다. Tyler에게서 여지껏 본 적 없는, 가장 야하고 직설적인 드럼 퍼포먼스다. 멈출 생각 없는 열 트랙의 비피엠. 열렬한 N.E.R.D의 팬보이답다. 밴드 사운드와는 조금 차이를 뒀지만 이건 In Search Of... 그 자체를 녹여낸 듯하다.
그러다가 중후반부를 향하면, 앨범이 통유리창 안에서 쉐도우복싱으로 벌인 가짜 난투극만은 아니게 변한다. 단적으로는 당장 "Darling, I"에서 봤던, 그 아름답고 편안한 알앤비/소울의 성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Ring Ring Ring", "Don't You Worry Baby", "I'll Take Care of You". 위상을 만든 인기 트랙들의 멜랑꼴리함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둘이 합쳐지면, 우린 칸예 웨스트와 퍼렐 윌리엄스의 팬보이가 클립스 대신 뽐낼 수 있는 둘의 이중조화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이중조화가 만들어온, 그러나 본류라던 둘에게는 없던, Tyler 그 자체가 비대한 몸집으로 정체성을 선보인다.
언젠가 봤던 모습이다. <CHERRY BOMB>. 어린 아이가 주체 못하는 감정으로 다 때려부수다, 노스탤지어에 잠기면 들뜨고 행복했던 모습을 되돌아보며 눈물 흘리는 모습.
<CHROMAKOPIA>는 ‘가면 안에 숨은 나’의 내성적이지만 깊고 애틋한 마음을 보여왔다. 맥락에서 본작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작년엔 다 큰 어른이 징징거리면서도 아프고 찡그렸던 기억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을 걸어왔다면, 올해엔 제가 어른인 줄 아는 꼬꼬마가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세상에게 덤비지만 서툰 몸짓과 숨길 수 없는 어리광에 피식대게 한다.
<CHERRY BOMB>의 전후로 세상은 그의 겉과 속 모두를 꺼내볼 수 있게 되었다. <CHROMAKOPIA>에 이어 <DON'T TAP THE GLASS>를 내놓은 이 연작은 마치 <CHERRY BOMB>의 후속작 같다. 그의 과도기를 상징하던 작품이, 이젠 어리거나 성숙한 둘 모두를 오가며 다룰 만큼 훌륭히 성장했다는 의미처럼 말이다.
어쩌면 제목 <DON'T TAP THE GLASS>의 이중성도 이런 의미일까 싶다. 언제나 유리창을 뛰쳐나올 준비가 되어있거나, 유리창 안에 보호해야 할만큼 연약하고 소중하거나.
@hoduarchive
그러니 이건 당연하게도 컨셉이 아니다. 2025년의 Tyler, The Creator다.
"그의 과도기를 상징하던 작품이, 이젠 어리거나 성숙한 둘 모두를 오가며 다룰 만큼 훌륭히 성장했다는 의미처럼 말이다."
이 말이 너무 좋네요 물론 타일러가 체리밤을 떠올리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을 것 같진 않지만, 마침 체리밤도 10주년이기도 하고..
머야 잊고 살던 내 타일러 최애작이 10주년이라니
글 진짜 잘 쓰신다ㅏ 바로 개추 박앗슴다
감사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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