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루어볼 앨범은 Nujabes의 Modal Soul이다. 이 앨범을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누자베스가 누구인지 잠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누자베스는 일본의 힙합 프로듀서로, 깊은 음악적 이해와 폭넓은 취향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샘플링 기법을 구사한다. 그의 샘플링이 극찬받는 이유는 단순히 사운드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트랙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집어내어 음악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ruarian Dance’라는 곡은 Laurindo Almeida의 ‘The Lamp Is Low’에서 아이디어를 통째로 빌려왔는데, 이는 단순한 베끼기가 아니라 음악을 재창조하는 행위에 가깝다.
샘플링을 두고 누군가는 ‘창작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샘플링은 이미 존재하는 음악을 자신의 감성과 해석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누자베스의 샘플링은 그 음악의 중심부를 정교하게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어, 반복되는 비트임에도 결코 단조롭지 않다. Modal Soul은 그의 샘플링이 절정에 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을 대표하는 곡인 ‘Feather’와 ‘Luv(sic.) Pt3’는 누자베스의 비트가 서로 상반된 보이스 톤을 가진 래퍼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보여준다. 또, 인스트루먼트 트랙인 ‘Reflection Eternal’과 ‘World’s End Rhapsody’에서는 보이스 샘플과 독특한 사운드가 서서히 강조되고 증폭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이 앨범에서 누자베스 샘플링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전작과 달리 훨씬 부드러운 샘플을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드럼 비트의 투박함을 살리는 샘플링이 주를 이루었다면, Modal Soul에 이르러서는 따뜻한 톤의 샘플과 이에 걸맞는 피아노와 드럼 비트를 조화롭게 배치했다. 재즈의 즉흥성과 역동성을 따뜻하게 품어내며, 청자에게 봄날 같은 편안함과 생기를 전하는 앨범이 되었다.
이 앨범에 참여한 래퍼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뛰어난 랩 스킬이나 화려한 라임으로 청중을 사로잡기보다, 오히려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랩 스타일로 누자베스의 따뜻하고 투박한 비트에 어울리는 가벼움을 더했다. 때로는 라임 배치가 조금은 고전적이고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들의 존재 덕분에 Modal Soul은 더욱 언더그라운드 감성을 유지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들의 퍼포먼스가 청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앨범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한몫한다.
가장 인상적인 두 곡인 ‘Feather’와 ‘Luv(sic.) Pt3’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Feather’는 Yusef Lateef의 ‘Love Theme From "The Robe"’를 샘플링했는데, 반복되는 따뜻한 피아노 선율과 이를 단단히 받쳐주는 드럼 비트가 이 곡의 핵심이다. 또한 Cise Star의 다소 진부해보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라임과 Akin Yai의 안정적인 랩핑이 곡에 자연스러운 생기를 더한다. ‘Luv(sic.) Pt3’는 그의 영혼의 단짝인 Shing02와 함께했으며, ‘Feather’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피아노 비트가 주를 이루지만, 스크래치와 스킷 같은 힙합의 기본 요소들이 곡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최근 예술계에서는 창작자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매우 강조한다. 물론 창의성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샘플링을 단순히 ‘남의 음악을 훔치는 행위’로 폄하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샘플링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드러내고, 그 뿌리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적 유산을 재창조하는 방식이다. 어느 아티스트나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음악적 뿌리가 있기 마련이고, 그 뿌리를 샘플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자베스의 샘플링 뿌리는 바로 재즈다. 재즈는 즉흥연주가 큰 특징인데, 누자베스는 그 즉흥성의 순간 중 하나를 뽑아내어 루프라는 반복적인 형태로 영원히 남기고자 했다. 루프를 통하여 마치 한 장면을 무한히 재생하는 영화의 한 컷처럼 그 찰나의 감정을 반복해서 느끼게 하는 기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누자베스의 음악은 단순한 샘플링이 아니라 음악적 재창조라 할 수 있다.
누자베스의 유산은 지금도 후대 아티스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재즈 랩이 힙합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았으며, 누자베스가 개척한 길을 확장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순간의 음악을 영원으로 바꾸는 그의 방식, 바로 이것이 샘플링의 핵심임을 누자베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담: 요즘 글쓰기 실력 좀 늘릴겸, 앨범 리뷰를 제대로 해보았습니다. 재미로만 봐주세요. 반박시 님말 맞음
문단 사이사이에 공백을 넣어서 나누시면 가독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데 함 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잘보고 갑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