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힙합은 점점 더 하드코어해지고 있었다. Public Enemy의 전투적인 정치의식, N.W.A의 직설적인 분노, Boogie Down Productions의 거리 철학까지… 당시의 래퍼들은 대개 강렬한 메시지를 무기로 삼았다. 하지만 뉴욕 퀸즈 출신의 네 청년은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다. A Tribe Called Quest. 그들은 말 그대로 ‘여정(Tribe)’을 시작하려 했다. 싸우는 대신 대화를 택했고, 소리 지르기보다 속삭이듯 랩을 했다. 그리고 그 첫 여정의 기록이 바로 이 앨범, People’s Instinctive Travels and the Paths of Rhythm이다.
-부드러움으로 완성된 실험
이 앨범은 당시 어떤 힙합 앨범보다 부드럽다. Q-Tip의 루즈한 보컬과 낮게 깔린 재즈 샘플은 따뜻한 오후 햇살처럼 느껴진다. Push It Along으로 시작되는 여정은 이미 기존 힙합의 ‘공격성’과는 다른 방향이다. 이 트랙부터 Footprints, Luck of Lucien, After Hours까지 이어지는 초반부는 Tribe 특유의 세계관과 음악적 색을 설계하는 데 집중한다. 미니멀한 드럼 패턴, 재즈 루프, 그리고 느슨한 래핑은 당시 기준으론 실험적이었다. 가장 유명한 트랙 중 하나인 Bonita Applebum은 섬세한 감정 표현과 센슈얼한 분위기로 여전히 사랑받는다. 여성을 대상화하지 않으면서도 매혹적인 러브송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ATCQ의 진짜 혁신이었다. 또 I Left My Wallet in El Segundo는 스토리텔링의 미학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단순한 해프닝을 여행기처럼 풀어낸 이 곡은 힙합의 이야기 방식이 꼭 무겁고 진지할 필요는 없다는 걸 증명했다.
-Tribe의 메시지와 철학
앨범은 단순한 “재즈 힙합”을 넘어선다. Tribe가 추구했던 것은 ‘음악으로 생각하는 방식’ 자체였다. Description of a Fool에서 Q-Tip은 어리석은 선택과 무지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기성찰’이라는 힙합에서 드문 키워드를 건드린다. Youthful Expression에선 젊음의 자율성과 자유로운 상상을 긍정하고, Ham 'N' Eggs에선 식습관을 유쾌하게 꼬집는 등, 일상의 사소한 소재까지도 사유의 계기로 삼는다. Tribe에게 있어 리듬은 단지 박자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고, 그들의 음악은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었다. 힙합이 반드시 무거워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그럼에도 철학적일 수 있다는 걸 이 앨범은 증명해냈다.
-시작이 곧 혁신이었다
비록 이후 The Low End Theory나 Midnight Marauders 같은 걸작들에 비해 이 데뷔작은 덜 다듬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People’s Instinctive Travels and the Paths of Rhythm은 낯설고 실험적이며, 무엇보다 순수하다. Q-Tip, Phife Dawg, Ali Shaheed Muhammad, Jarobi가 처음 모여 만들어낸 이 앨범은 마치 스케치처럼 거칠지만, 그 속에 그려진 세계는 오히려 더 넓고 자유롭다. 35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이 앨범은 여전히 신선하다. 이것은 그저 한 그룹의 데뷔작이 아니라, 힙합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보여준 지형도 같은 작품이다. 그들의 본능적인 여정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리듬의 길’이다.
지금까지 재즈힙합에 미쳐있는 리스너였습니다.
+++Tribe 형님들 게이트폴드 버전도 내주십쇼
내가 그것을 차도 되겠는가?
Can I kick it?
킥?
개추 들어봐야하는데 ㅜ
지금 당장 들으러가도록
솔직히 이런 양질의 리뷰를 보고 개추를 누르는건 필수라고 생각해요
당대 다른 힙합 앨범들과 이렇게 비교하면서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알려주시는 거 너무 좋아요
개추박고 감
좋죠
이 앨범은 사랑이다
이 시리즈 계속 해주세요!!
Bonita applebum 띵곡중에 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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