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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함께하는 앨범 인증 2] Simon Critchley - 자살에 대하여

title: yeule돈없는길치 Hustler 18시간 전조회 수 339추천수 7댓글 21

자살.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죽음이란 존재는 늘 우리의 곁을 지키며 맴돈다.

익숙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감각이다.

 

두려움에 굳은 몸을 이끈채 수십개의 선을 그려낸다.

검붉은 선혈이 터져나왔다.

하얗게 퍼져나가던 핏방울은 종이 조각들을 불태웠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였다.

종이는 그을음 하나 없었다.

다만 타오르기라도 하듯이, 붉은 물방울들이 수십개의 선의 형태로 번져나갔다.

 

이 감각이 죽음이려나. 

이 감각이 아픔이려나.

 

이 감각이 행복이려나.

이 감각이 사랑이려나.

 

그 이질적인 감각은 내게 속삭였다.

그 감각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난 타인에게 의지한채 살아가고 있었다.

가늘게 떨려오는 손은 칼을 쥔채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가 언제 끝날지 기다리고만 있었다.

일주일이, 한달이, 일년이 언제 끝날지 기다리고만 있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행복했다.

 

행복했나?

 

.

.

.

 

짙은 열등감이 느껴진다.

 

 

2025.04.02.

 

 

 

 

 

 

 

 

오늘 추천할 책은 Simon Critchley의 자살에 대하여다.

우울증이 꽤 심하게 찾아왔을 때 이 책을 자주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 감정을 어떻게 표출할지 몰라서 타인에게 기댔고 타인은 그런 나를 떠나갔다.

우울은 물감처럼 번지기 마련이기에, 떠나가는 이들을 붙잡지 않았다.

무기력했고 우울했고, 모든 걸 끊어내고 싶었다.

 

동시에 공허가 찾아온단 사실이 겁났다.

타인이 무서웠다.

내 자신이 무서웠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집은 부유했다.

아버지는 의사였고 어머니는 약사였으며 가족과 친적 모두 명문대에 가고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특출난 재능도 없었고 공부를 그닥 잘하는 것도 아니였으며 지금 역시 고2라는 어린 나이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음에도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친구들은 내게 의대 집안이니, 부자니 부르고는 했지만 난 그게 항상 싫었다.

내게 가족은 이룰 수조차 없는 꿈 같았고 그럴 의지도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내게 기대하는 게 많았다.

하지만 난 그들은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그 사이 내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이 바로 Simon Critchley의 자살에 대하여다.

이 책은 자살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게 해준다.

 

 

이성과 합리성, 자유의지로 자신의 죽음까지도 능히 관할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계몽주의 시대의 인간관은 이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순수한 이성적 존재가 아니며 그 의지는 꽤 자주 자발적이지 않다. 우리는 각기 숙고하지만 같은 결론을 내지 않으며, 의지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 다름을 우리는 개인의 '선택'으로 부르며 존중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존중하므로, 더는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아도 된다. 명철한 이성과 불굴의 의지로 죽음을 껴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분명한 선택에는 위엄까지 서린다. 하지만 현실에는 선택이라는 불리되, 실상 선택하지 않는 죽음이 훨씬 더 많다. 세상이 등을 돌리고 수많은 절망이 쌓이는 가운데, 의지가 꺾이고 존엄이 짓밟히는 경험이 쌓이는 가운데 죽음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극단적 선택'이라는 불리는 사건들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누군가 극단까지 떠밀려갔다가 우리의 세계를 차라리 포기했다는 사실 앞에서는 어떤 생각도 하기 어렵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그의 선택이므로 우리는 어찌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세계는 다시 무사하다. 그런데 누군가 저 극단을 홀로 선택했던 게 아니라 우리의 세계가 너무 이미 너무 많은 극단들로 채워져 있던 건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언제든 극단으로 내몰릴 수 있지만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세계의 실상이 드러날까 봐, 우리의 무사함이 의문에 부쳐지는 순간이 올까 봐 그렇게 당혹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자살의 문제는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선택으로서의 자살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자살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살로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자살은 극단으로 채워진 이 세계를 폭로하며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을 마주하고 사유하게 한다. 이 책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얄팍한 말로 덮어버리는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자살에 대하여 中]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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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자작시와 한줄 리뷰도 써야하지만 인상 깊었던 구절과 간단하게 이번주에 도착한 앨범 사진만 올리고 글 마치겠다.

다음달부터 가능하다면 이 시리즈를 제대로 써보고 싶다.

댓글은 자주 달지 몰라도 아마 한달간 글은 더 쓰지 못할 것 같다.

조금 무기력하기도 하고 약간 지쳤다.

 

어쩌다 그냥 고민 글이 된 것 같긴한데 다음엔 밝은 글로 돌아올테니 기대해주시길~ 모두 좋은 하루 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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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될 시에 삭제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rZdl3Kqg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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