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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흉내인가, 혹은 신의 조롱인가 — Yeezus

GeordieGreep2025.04.04 12:36조회 수 2800추천수 26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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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Yeezus


 파괴는 때로 창조보다 세련된 형식이다. Yeezus는 그 증언이다. 본작은 음반이 아니라 하나의 폭력이다. 정확히는 신성모독이라는 양태로 현현한 음향적 신체, 즉 포르노그래피화된 신의 잔해다. Kanye West는 여기서 예수가 아니다. 그는 십자가에 못 박힌 후, 그 못을 뽑아 들고 예수를 부정하는 이단자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이 얼굴에는 경외도, 겸손도 없다. 오직 한 남자의 기형적 자아가 전류처럼 꿈틀거리며, 악기 대신 분노와 왜곡된 신음을 불러온다. Yeezus는 음악을 통해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소리의 자해로 말한다.


 본작의 첫 트랙 'On Sight'은 듣는 이에게 일종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무너진 신시사이저의 파편이 살갗을 찌르고, 박자는 전진이 아닌 탈주다. 미적 구성을 향한 어떤 시도도 여기선 낡아빠진 수치일 뿐이다. Kanye는 곡을 설계하지 않는다. 그는 곡을 훼손한다. 마치 각 트랙이 흉부를 절개하는 칼날 같고, 가사는 그 절개부에서 흘러나온 독성 혈장 같다. Yeezus는 무언가를 소리 내어 외치려 하기보다는, 말이 되기 직전의 울부짖음을 포획하는 데 전념한다.


 'Black Skinhead'는 드럼이 아니라 군화 소리다. 이는 리듬이 아니라 시위의 발소리이며, 구호가 아니라 비명이다. 그 속에서 그는 "God!"이라 외치지만, 그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아니, 응답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한다. 본작에서 Kanye는 믿음을 갈망하지 않는다. 그는 신을 협박하고, 조롱하고, 대체하려 한다. 'I Am a God'는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기계가 타자기를 두드리며 입력한 신의 오류 메시지다. 그는 하나님에게도 대기 시간을 요구하며, 그 시간의 끝에서 신의 껍데기를 자신에게 입힌다.


 그러나 Yeezus의 진짜 테러는 'Hold My Liquor'처럼 낮고 어두운 흐름 속에서 발생한다. 자의식은 여기서 흐느낀다. Chief Keef의 목소리를 빌린 그는 "I can't handle my liquor"라 말하면서, 이미 술이 아니라 정체성에 취해 있다. 그는 남성성, 흑인성, 유명세, 신앙을 부수는 동시에 그 잔해 속에서 자위를 시도한다. 이 앨범은 완결된 자아의 언어가 아니라, 파편화된 욕망의 카세트 테이프다.


 그리고 'Blood on the Leaves'. 공포. Nina Simone의 'Strange Fruit'이라는 거대한 흑인 역사적 메타포를, Kanye는 사적인 멜로드라마로 변조해버린다. 이는 예술적 배반일까, 아니면 예술 그 자체의 폭로일까. 그는 민족의 비극에 자기 연애담을 교차시키며, 역사와 사생활의 경계를 비틀고 짓이긴다. 여기서 Kanye는 윤리적 주체가 아니다. 그는 미디어로 살아 있는 자아, 즉 "이것이 나다"라고 말하는 감정의 블랙박스다.


 이 앨범은 가히 불쾌의 오르간이다. 그것은 쾌락의 회로를 지워버린 채 청자에게 하나의 실험을 제안한다. 네가 진정 나를 이해할 수 없다면, 날 숭배해. Kanye는 이 앨범을 통해 예수처럼 구원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신을 스캔하고, 그 이미지의 픽셀을 조작하며, 세상의 구세주가 아닌 서버 관리자처럼 행동한다. 그는 창조자가 아니다. 그는 리부터다.


 그리고 마침내, 'Bound 2'. 마지막 트랙. 이 곡은 갑작스레 뚫린 빛줄기처럼 다가오지만, 그 빛조차 이물감이 된다. 사랑이 등장하지만, 그 사랑은 회복이 아니다. 오히려 구겨진 욕망의 봉투 속에 끼워진 신기루다. 이 앨범은 결국 원형으로 회귀하지 않는다. Yeezus는 구조가 아니라 고장이다. 그것은 기도의 구조를 가장한 오류 코드의 연속이며, 경배가 아닌 디버깅이다.


 본작은 예배가 아니다. 이는 신의 껍질을 입고 나타난 인간이 거울 앞에서 외친 말이다.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나처럼 무너져라." 그리고 그 무너짐만이, 이 세계에서 진짜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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