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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Pimp A Butterfly — 나비 착취하기

GeordieGreep19시간 전조회 수 729추천수 1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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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drick Lamar - To Pimp A Butterfly


 2015년 3월, Kendrick Lamar는 To Pimp A Butterfly를 발매했다. 발매 당시 그것은 문화적 충격이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사운드를 통해 기록된 민족적 증언의 결정체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단지 '흑인 예술가의 자의식'이나 '소울풀한 힙합'으로 축소하는 것은 Kendrick이 추동한 정치적 에너지의 분산이다. 이 앨범은 본질적으로, 미국이라는 국가 안에서 흑인이 살아남는다는 것의 구조적 조건과 그 이면의 잔혹한 내력을 들추는, 음악의 탈을 쓴 해부학 보고서다.


 Kendrick Lamar는 이 앨범을 통해 '흑인은 어떻게 상품화되는가', '흑인은 어떻게 억압당하는가', '흑인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제기한다. 그는 개인으로서 말하지 않고, 사운드를 매개로 백 년이 넘는 시간의 집단 기억을 하나의 신경계처럼 엮어내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To Pimp A Butterfly가 등장한 2015년 미국의 시대상, 즉 인종 폭력과 미디어 통제가 절정에 달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 미국 전역은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들로 들끓고 있었다. 2014년 Eric Garner와 Michael Brown의 죽음은 거리로 시민들을 끌어냈고, '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는 그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기호가 되었다. Kendrick의 'Alright'이 그 운동의 현장에서 구호처럼 울려 퍼졌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We gon’ be alright"는 희망의 문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포위된 언어였다. 경찰의 방패를 마주한 가슴에서 나오는, 생존을 향한 협박의 문장이었다.


 그러나 Kendrick의 시선은 단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경찰 폭력이나 제도적 인종차별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억압이 어떻게 흑인의 문화, 정체성, 심지어 자기 인식까지 침식해왔는가를 추적한다. 'The Blacker The Berry'는 이 구조를 절정으로 밀어붙인다. 그는 해당 곡에서 "I’m the biggest hypocrite of 2015"라 선언하며, 흑인 내면에 내재된 자기혐오, 공동체 내부의 갈등,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이는 자기고백이 아니라, 백인 권력 구조가 흑인 공동체 내에 심어놓은 자기 분열의 장치들에 대한 고발이다. 해당 곡은 '흑인이 흑인을 죽인다'는 백인 우익의 진부한 레토릭을 재전유해,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적 책임의 기원을 되묻는다.


 여기서 음악 산업의 인종 정치학이 개입된다. To Pimp A Butterfly는 제목부터가 이 산업의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나비를 착취한다'는 은유는 단지 Kendrick 개인의 트라우마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흑인의 창조물이 어떻게 백인 자본에 의해 소유되고, 리패키징되고, 팔리는가에 대한 냉혹한 인식이다. 힙합은 흑인의 공동체 언어에서 출발했지만, 21세기에 들어 백인 소비자층에 의해 그 생존이 결정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Kendrick은 이 지점을 날카롭게 인식한다. 그는 King Kunta에서 흑인 주체가 '왕'이 되는 서사를 펼치면서도, 그 '왕국'이 실은 감시와 조롱이 교차하는 무대임을 드러낸다. 흑인 래퍼의 성공이 곧 해방이 아니라, 자기 신체와 정체성을 자본에 저당 잡힌 결과일 수 있음을 Kendrick은 알고 있다.


 여기서 그는 음악 산업을 하나의 네오플랜테이션으로 묘사한다. 노예제도가 법적으로 철폐되었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선택의 자유'라는 환상을 덧입힌 새로운 착취 시스템을 설계했다. 흑인 예술가는 자유롭게 계약을 맺고, 무대에 서고, 앨범을 낸다. 그러나 그들이 그리는 내용과 이미지, 심지어 그들의 분노조차도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환된다. 이때 Kendrick은 분노의 회수를 거부한다. 그는 분노를 분노의 채로 걸러낸다. 감정을 극대화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 그 자체를 기록하고 분해한다. 이것이 그가 동시대 래퍼들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Kendrick은 힙합을 자아 표현이 아닌 시대 분석의 도구로 사용한다.


 To Pimp A Butterfly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장르를 빌려 국가와 문명의 구조를 직접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흑인은 하나의 감옥 안에 있다'는 인식을 견지하면서도, 그 감옥의 재질이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Kendrick의 인터뷰에서 반복되는 말은 "진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고, 그 진짜는 단지 진실이 아니라, 통계와 뉴스로만 다뤄지던 흑인 억압의 감각적 실체를 복원하자는 외침이었다.


 2015년, 이 앨범이 발매될 때 백인 주류 평론계는 그를 '지성적이다' 혹은 '깊이가 있다'고 칭했다. 그러나 이 평가는 구조적으로 왜곡된 언어다. 그들은 Kendrick을 높이는 동시에, 힙합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역사적 깊이를 오히려 지워버렸다. Kendrick은 깊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깊이를 정면으로 드러냈을 뿐이다. 그것을 평론은 이례적인 것으로 취급했고, 이 역시 Kendrick이 지적하는 백인적 인식의 틀의 일부였다.


 그렇기에 To Pimp A Butterfly는 앨범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작동하는 흑인 서사의 재기록 장치다. Kendrick은 라디오용 히트곡을 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 앨범 전체를 하나의 사운드 아카이브로 설계했고, 그 안에 담긴 모든 악기, 모든 대사, 모든 침묵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축적한 폭력의 리듬이다. 그는 이 리듬을 지우지 않고, 증폭시킨다.


 마지막 트랙 'Mortal Man'에서 그는 2Pac의 육성을 호출해 대화를 나눈다. 그 장면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비현실은 너무 구체적이다. Kendrick은 투팍이라는 선배의 음성을 빌려, 역사와 현재가 끊임없이 소환되고 응답되지 않는 구조를 보여준다. 그 대화는 미완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 미완은 곧 현실이다. 흑인 해방 서사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그리고 Kendrick은 그 열린 페이지 위에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이 앨범은 정리되지 않는다. 요약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지를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이 구조에 대해 너는 어느 편에 서 있느냐."



예전에 썼던 글 재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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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19시간 전

    전무후무한 역사상 최고의 앨범. 영향력, 음악성 고트. 들을 때 마다 그 위대함에 압도된다

  • 19시간 전

    진짜 너무나 거대한, 음악이라고 한정 하는게 부끄러울 정도의 작품이죠

    잘 읽었습니다

  • 19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 잘 읽었어요 개추

  • 10시간 전

    제가 지금까지 읽은 이앨범 관련 국내 리뷰 중 가장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개추

  • 42분 전

    흑인음악에서 명반이 나올때마다 영어권에서 동양인 정체성을 눌러담은 앨범은 내가 못찾는걸까 아쉬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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