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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se - Let God Sort Em Out 리뷰

title: Mach-Hommy온암4시간 전조회 수 303추천수 7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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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se - Let God Sort Em Out(2025)

https://www.youtube.com/watch?v=URlPXepBZdo&pp=ygUGY2xpcHNl

*풀버전은 w/HOM Vol. 25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25

 

※ 본 리뷰는 w/HOM의 ryuzimoto님과 함께 집필했습니다. Just Like Push and Mal.

 

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클립스(Clipse)는 오랫동안 말을 아꼈다. 우리는 그 오랜 공백을 잊힌 이름이라 여겼고, 한때의 영광이 지나간 자리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허나 그것은 어쩌면 기다림의 또 다른 형태였는지도 모른다. 16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이에게는 기억 속 한낱 먼지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되새김으로만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서사로 남는다. 클립스에게 그 시간은 죄와 신념, 형제애와 거리, 고요와 재시작이 교차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긴장의 나날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그 끝자락, 힙합이 가장 산만해진 지금 진한 울림을 퍼트리려 하고 있다. 그들이 전하려는 것은 미화된 과거를 넘어서는 찬란한 현재다. 코카인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닌, 마치 복음을 낭독하듯 묵직하게. 클립스는 다시 말하고 있다. <Let God Sort Em Out>은 분명 그 시작이다.

 

"Malice, he think he hard, tough guy of the clique

And Pusha, he walk around like he swear he the shit"

You right on both counts, bitch, Clipse is us

Clipse, “Virginia” 中

 

클립스의 컴백은 그 중대성만큼이나 오랜 유예를 두고 기획되었다. Ye가 충실한 신의 사도를 자처했을 때, No Malice는 동생의 부름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부정한 지 7년 만에 기꺼이 다시 클립스의 이름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푸샤 티(Pusha T)는 형제 간의 재회, 그 이상의 것을 보았다. Thornton 형제가 같은 트랙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그것이 예전처럼 함께 랩을 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했으니. 견고한 솔로 디스코그래피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푸샤 티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은 언제나 형과 함께 했을 때였다. “Grindin’”으로 점심 시간마다 모든 학교의 책상을 뒤흔들었고,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함께 베이프 유행을 주도하던 때엔 그들이 멋의 기준을 주도할 수 있었다. <Hell Hath No Fury>는 그 자신들조차 두 번 가지진 못할 힙합 클래식이었다. 설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퍼렐은 뒤에서 가만히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푸샤 티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형제의 귀환을 선포하는 트랙이 되었다. Labrinth의 교회에서 다시 한 번 악의를 가진 채 더욱 원숙해진 플로우와 관점을 간직하며, 그렇게 푸샤 티와 말리스(Malice)는 다시 클립스가 되었다.

 

14년 만의 공식 귀환. 힙합 매니아들에게 있어서는 Gallagher 형제의 재결합보다도 반가울 이들 듀오의 컴백 앨범 제작은 루이 비통 디렉터의 권력을 뒤에 업고 진행되었다. 과거 스트릿 패션의 유행에 일조했던 그들이 하이엔드적 마케팅 기조를 밀고 나가며 명품 브랜드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은 퍼렐계 인사들이 할리우드에서도 JAY-Z 세력의 최측근이라는 — 절반 정도는 음모론에 근접한 의심을 초래케 하지만, 그것이 꽤나 효과적이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컬렉션 런웨이마다 짧게 공개되는 스니펫은 셀럽들의 손을 타며 인터넷 유저들에게 유출되었고, 명품 소비 심리는 과거의 팬들이 마음속에 품던 노스탤지어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클립스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렇게 때가 무르익었을 때, 그들은 이내 지상으로 내려와 2개의 싱글을 발매했다. A COLORS SHOW와 Tiny Desk, 그리고 수많은 매거진 인터뷰에 참여하고 산업의 거물들을 스스럼없이 디스하며 공격적인 홍보를 이어나간 클립스. 연차가 축적되며 아티스트를 둘러싸게 된 환상을 브랜드 산업적인 프로덕션으로 포장하고, 가장 적절한 시기에 그것을 소비자들의 앞에 실물로 제공한 경이로운 수준의 롤아웃이다. 클립스와 그들의 신보에 대한 호오에 무관하게, <Let God Sort Em Out> 발표는 단순한 앨범 공개를 넘어 하나의 무브먼트로 승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가장 중대해지는 것은 단 하나이다. <Let God Sort Em Out>이 ‘클립스의 컴백’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걸맞는 수준의 실물인가? 한껏 비대해진 기대감과 위상을 순수한 랩 앨범으로서의 카타르시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유일하게 확답을 내린 장본인은 푸샤 티와 말리스뿐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본작에서 감히 클립스의 래핑이 부족하다는 언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데뷔 당시부터 이미 완성형에 가까웠던 그들의 랩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가히 마스터 클래스로 돌아왔다. 푸샤 티의 명료한 딜리버리와 소름끼치도록 예리한 라인을 써내리는 능력은 현존하는 래퍼 중 비할 이가 전무했고, 솔로 커리어 동안 그의 괴력적인 플로우는 코크 랩의 경쟁자들을 모두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강점을 정확히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역량의 소유자가 바로 옆에 한 명 더 있는 것이다. 그런 둘이 오랜 회포를 풀고 다시금 한 몸처럼 움직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Purple Tape의 그것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푸샤 티 솔로의 흔적이 많이 잔존해있음에도,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차지하는 이는 말리스이다. 푸샤 티의 랩이 기술적으로 부족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말리스의 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원숙하고 치명적이며, 푸샤 티는 그런 형을 위해 구태여 <DAYTONA> 수준의 플로우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Listen, you are not I, cross T's, dot I's

I done disappeared and reappeared without a "voilà"

Clipse, “Ace Trumpets” 中

 

선공개곡이었던 “Ace Trumpets”에서도 말리스의 근소 우위는 피부로 느껴진다. 푸샤 티보다 훨씬 많은 팝 문화 레퍼런스와 다중 비유를 동원하며 “Drugs killed my teen spirit, welcome to Nirvana”, “Dressed in House of Gucci, made from selling Lady Gaga” 등의 역사적인 펀치라인을 남긴 말리스는 대부분 곡에서 “클립스에서 자신보다 형이 랩을 더 잘한다”는 동생의 발언을 몸소 증명한다. “P.O.V.”는 대표적인 예이다. 날카로운 전달력과 현인의 연륜이 느껴지는 라임으로 본인의 입지를 과시하는 말리스의 씬 스틸링을 비트 체인지마저 지지할 정도이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고전적인 클립스 스타일의 “M.T.B.T.T.F.”는 그야말로 제 2의 “Momma I’m So Sorry”이다. 지체 없이 아카펠라로 시작한 푸샤 티의 플로우는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비트 드랍과 동시에 Kool G Rap과 The Notorious B.I.G.의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앨범에서 랩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을 선사한다. 특히 ‘Twist and turn, these guns blitz and burn’으로 시작해 극한의 그루브를 양껏 이어가다 “The Bezos of the nasal, that’s case closed’이라는 강력한 코크 바를 시작으로 또 다른 패턴의 다음절 라임을 이어가는 흐름은 푸샤 티가 그저 형을 위해 대부분 무대에서 뒤로 물러난 것이지, 마음만 먹는다면 Biggie의 랩에 가장 근접한 이로서 얼마든지 위세를 떨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그럼에도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곡은 첫 번째에 위치해있다. “The Birds Don’t Sing”은 클립스가 과거의 공식을 고요히, 그러나 분명하게 탈피하고 있음을 알리는 곡이다. 그들의 가사에는 마약 미화와 은유적으로 표현된 거래 현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부모에 대한 기억과 상실에 대한 고백이 채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클립스는 이번 앨범을 통해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기려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형제는 마치 참배를 향해 걸어가듯 조심스럽게 시작하지만, 점점 더 무게를 실은 플로우로 내면의 심연까지 파고든다.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가족애의 가치를 역설하는 푸샤 티의 벌스도 인상적이나,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구시대적 부성의 가치를 긍정하는 말리스의 벌스는 올해 힙합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다. 그리고 형제의 차별화된 관점은 클립스로서 재결합해야 하는 이유까지 기적적으로 귀결되며 그들의 귀환에 극적인 타당성을 부여한다. 이는 경이로운 프로덕션 빌드업과도 정교하게 맞물린다. 서정적인 피아노 멜로디와 웅장한 현악, 그리고 신스 베이스는 벌스가 전개될수록 점층적으로 고조되고, 존 레전드의 보컬은 영적 깊이를 더한다. 바로크적인 블랙 가스펠을 연상케 하는 곡의 질감은 클립스가 단순한 회귀가 아닌 조금 다른 길을 택했음을 청자들에게 강하게 인지시킨다. 과거의 클립스가 The Neptunes의 미니멀하고 댄서블한 터치 속에서 거리의 그루브를 만들어냈다면, 지금의 퍼렐 윌리엄스는 그루브가 아닌 울림을 선택한다. 더 이상 춤이 아닌 사색을 유도하는 프로덕션으로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IH-4RbbOk&pp=ygUGY2xpcHNl

 

때문에 <Let God Sort Em Out>은 기성 클립스 앨범들과 다르다. 본질은 유지할지라도 사지가 다르게 태어난 운명이다. 그 차별성은 다소 산만한 프로덕션으로 비판받은 <Til The Casket Drops>의 존재를 과도기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실제로 본작의 프로덕션은 듀오의 대표작을 현대 버전으로 오마주하기보다는 3집에서 불완전하게 시도되었던 여러 음악적 장치를 정돈하고 맥시멀리즘 버전으로 개량한 것처럼 들린다. 본래 클립스의 전성기는 곧 The Neptunes의 전성기였다. 특수한 퍼커션 중심에 비주류 악기의 적극적인 사용이라는 — 단출한 구성을 갖춘 미니멀리즘의 정석과도 같았다. 하지만 퍼렐이 클립스를 마지막으로 프로듀싱한 지도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그가 주로 운용하는 원소의 종류도 교체되었다. 이제 래퍼들이 퍼렐을 찾을 때 바라는 것은 위협적인 신시사이저, 로우엔드 808 베이스와 건조한 스네어, 무작위한 보컬 샘플의 구성이다. 다행히도 퍼렐은 클립스의 앨범을 프로듀싱할 때 여전히 평소보다 노력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전작들에 비한다면 다소 산업적으로 정제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퍼렐이 더 이상 The Neptunes에 속해있지 않기에 Star Trak 사운드가 재현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Chad Hugo의 부재는 원인이 되지 못한다. <Hell Hath No Fury>는 퍼렐이 전적으로 프로듀싱했다. <Let God Sort Em Out>에는 “Momma I’m So Sorry”의 엽기적인 아코디언도, “Wamp Wamp (What It Do)”의 제 3세계적 타악기도, “Ride Around Shining”의 스산한 하프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점은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다. 그저 창의력의 고갈일 뿐이다.

 

특히 프로덕션 내에서 꽤나 높은 가스펠의 비중은 <Let God Sort Em Out>의 호불호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복병이다. 종교로의 귀의를 택하며 음악을 발표하더라도 철저히 크리스천 랩 앨범을 발매했던 말리스를 배려해 — 퍼렐은 그의 직속 합창단인 Voices of Fire를 동원해가면서까지 가스펠을 앨범의 진중한 톤에 녹이려 노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Kanye West가 <The Life Of Pablo>나 <Donda>에서 구현했던 것만큼이나 자연스럽지 못하다. 지금은 수정된 “So Be It Pt. II”의 비트는 전력을 다해 웅장하고 극적이려 노력하지만 원곡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So Far Ahead”에서 퍼렐의 노쇠한 팔세토 보컬은 견고한 클립스 형제의 랩에 비하면 처량하기까지 하다. 엔딩을 장식하는 “By The Grace Of God”은 바로 이전의 힙합 찬가적 전개와 극렬히 대비되며 종교적 구원을 노래하나, 앨범 전반에 걸쳐 보여주었던 클립스의 의기양양한 태도와 갑작스레 대비되며 신파적으로까지 느껴진다. 물론 반례도 존재한다. 종말론적인 분위기의 가스펠 합창을 운용하며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지펑크 신스와 쉴 새 없이 오가는 듀오 래핑으로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꾀한 “E.B.I.T.D.A.”는 훌륭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가스펠이 조금이라도 전면으로 나서는 순간 푸샤 티와 말리스가 견고하게 쌓아올렸던 앨범의 집중력과 톤앤매너는 우습게 붕괴되고, 한없이 힘을 잃고서 부양하기만 할 뿐이다.

 

대성당 파이프 오르간 레벨의 웅장한 신스가 돋보이는 “Let God Sort Em Out”와 Hans Landa를 언급하는 대신 Ab-Liva와 함께 Re-Up Gang 클래식으로 회귀한 “Inglorious Bastards”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날카롭고 섬뜩한 풍미가 옅어진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퍼렐 윌리엄스의 창의성은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부활한다. “So Be It”은 전성기의 퍼렐이라 한들 쉽사리 창조하지 못했을 걸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설적인 아티스트 Talal Maddah의 “Maza Akoulou”를 샘플링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지만, 이 곡의 진정한 핵심은 드럼이다. 전면적으로 역재생 처리된 드럼은 사운드의 흐름을 완전히 뒤틀어 놓는다. 리듬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미시감이 은은하게 도는 기이한 톤을 조성한다. 이 ‘역방향의 결’은 랩과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그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곡 전체의 음울한 정서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 예측 불가능한 구성은 곧 퍼렐의 치밀한 계산 아래 설계된 결과임을 직감케 한다. “So Be It”은 이질적이지만, 그렇기에 더 깊숙이 파고드는 비수처럼 다가온다. 반면 “Chains & Whips”은 퍼렐의 장기와는 정반대의 역량이 경이로이 발휘된 트랙이다. 골격 수준의 노이즈 샘플에 육감적인 베이스 라인과 저음을 잔뜩 머금은 구성, 여기에 Lenny Kravitz의 일렉트릭 기타가 마이다스 터치처럼 어우러지며 시종일관 위협적인 맥시멀리즘 프로덕션이 완성되었다.

 

Fuckin' with P, get somethin' immediate

Your soul don't like your body, we helped you free it

Then we wait for TMZ to leak it

It ain't no secrets, so be it, so be it

Clipse, “So Be It” 中

 

물론 Kendrick Lamar의 피쳐링 벌스가 아니었다면 “Chains & Whips”의 카리스마는 완성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비트를 잔혹하게 포식해버릴 것처럼 라이밍하는 그의 랩은 우려와는 달리 앨범의 태도를 훌륭히 대변하며 경쟁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더불어 “Nosetalgia”에서 ‘ten’으로 행했던 것처럼, 벌스의 중반부부터 ‘gen’으로 두운법을 사용하며 카타르시스적인 랩 엔터테인먼트와 오마주까지 충족한다. 물론 클립스의 신보에 참여하는 명예를 누리기 위해 달려온 퍼렐 키즈는 Kendrick뿐만이 아니다. 마침내 우상들의 앨범에 목소리를 남길 수 있게 된 Tyler, The Creator는 “P.O.V.”에서 데뷔 시절로 돌아간 것마냥 전력을 다 해 랩을 한다. 극성적인 팬심을 조절하지 못해 거의 100번에 걸쳐 재녹음한 그의 벌스는 끝내 그의 영웅들마저 초월할지 모른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의외로 가장 논란이 될 법한 게스트는 다름 아닌 “Chandeliers”의 Nas이다. 물론 완전무결함의 경지에 도달한 그의 랩 자체에 의심의 여지 따위는 없지만, 그의 등장에는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교조적인 의도가 느껴진다. <King’s Disease> 시리즈를 저사양으로 복제한 듯한 비트는 힙합헤드들을 90년대로 향하는 타임머신에 탑승케 하며 힙합 원론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승리감에 도취시킨다. ‘Show Don’t Tell’을 엄수하지 못하고 그 자신들마저 영광에 도취된,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효과만큼은 확실하다. 푸샤 티는 Elliott Wilson Experience에서 Jim Jones의 도발은 직접적으로 맞받아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최고 수준의 작사가들만이 앨범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Ye와 Travis Scott의 ‘남성적이지 못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며 전격적으로 디스하기도 한다. 이것은 극단적인 의미의 힙합 엘리트주의이다. 화합과 배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느와르 사업이다. 단편적으로 해석되기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Let God Sort Em Out>은 너무나도 거대하다.

 

‘This is culturally inappropriate.’ 이 앨범은 어떤 이에게는 최고의 복귀작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미적지근하게 들릴 수 있다. 평론가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린다. 유튜브 평론가 Anthony Fantano는 10점 만점을 주며 ‘모든 곡이 높은 완성도로 깊이 있는 의미를 전한다’라고 평가한 반면, Pitchfork는 퍼렐의 프로덕션을 주로 비판하며 비교적 낮은 점수인 6.5점을 매겼다. 이러한 평가 차이는 단순한 취향 차이를 넘어, 음악 평론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음악은 감정의 온도로 평가되어야 할까, 아니면 시대를 이끄는 실험성과 명확한 콘셉트로 판단 받아야 할까? 클립스의 새 앨범은 바로 그 경계에 서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예전의 자취를 따라가지는 않지만, 그 시절을 지우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 위에 자신들의 믿음을 새긴다. 이 앨범이 모든 이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읽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Let God Sort Em Out>을 두고 갈리는 평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음악에 대한 이해의 방식이 다른 만큼, 각자의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남아있다고 말이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3967193761

 

그 누가 2025년에 새로 나온 클립스의 신보를 틀자마자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사실 처음에는 기대치가 워낙 커서 그런지 실망했지만, 듣다보니 감상이 좀 달라졌습니다.

잘하는 부분은 여전히 무시무시하게 잘하고, 새로운 스타일도 나름 마음에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뚜렷한 단점 때문에 앨범을 평가절하하기에는 뚜렷한 강점이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랩을 좀 어중간하게 잘할 줄 알아야지, 이딴 식으로 잘해버리면 마음을 안 주기도 어려운 법이니까요 ㅋㅋㅋ

특히 후에 나온 깁스와 알케미스트의 Alfredo 2, 지드의 God Does Like Ugly 등 기대작들이 저에겐 개인적으로 더욱 기대 이하였다보니, 오히려 Let God Sort Em Out이 반사이익을 받으며 대한 평가가 수직상승했습니다.

세월이 얼마나 흘러도 자신들은 꾸준히 잘하고 위세 또한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 것 같습니다.

분명 한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특히 옛날 랩 매니아들은 이 앨범을 아주 반기니까요.

아, 그런데 중반부에 곡 제목 줄임말 3연타는 정말 나이 든 티 못 숨기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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