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13OO - by Denzel Curry (2018)
자신의 내면 깊은곳에 자리한 어둠을 마주한적이 있는가?
그 어둠을 마주하는 시기와 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그 어두운 이면을 마주할수밖에 없다. 오래전에 겪었던 떠올리고 싶지않은 기억, 세상을 살아가며 겪게 된 원치않는 상황, 정신과 몸 모두를 무너뜨리는 극심한 고통 등등, 이러한 악몽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의도치 않게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TA13OO는 이러한 내면 깊은곳에 자리한 악몽을 음악이라는 형태로 형상화해낸 작품이다. 덴젤커리는 작품의 화자로서, 자신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기억들과 분노를 여과없이 보여주며 말그대로 감정을 표출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형태는 타부가 각각의 액트로 분리됨으로서 잘 나타난다.
타부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누어지는데, 몽환적인 팝랩의 테마를 띠는 act1, 어두운 트랩의 테마를 띠는 act2, 공격적인 트랩메탈의 테마를 띠는 act3가 타부의 구성이다. 이러한 액트들의 구별은 앨범이 흘러감에 따라 커리의 감정 변화와 함께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각 액트별로 주 테마가 다른 이유도 감정선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인것이다.
팝랩테마를 띠고있는 첫번째 구간, act1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트랙들이 나열된 구간이다. 붕뜨는듯한 잔잔한 사운드, 그리고 이러한 사운드에 적당한 무게감을 더하는 드럼 비트는 청자가 작품에 집중하도록 할뿐만 아니라, 감상하는데에 큰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들을수있도록 돕는다. 다만, act1의 이야기는 이러한 사운드에 비해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고있다.
인트로 트랙, TA13OO에서 커리가 화자로서 이야기하는 '9살 때부터 정상이 아니었던 아이, 5살때 성폭행을 당한 아이' 에 대한 가사는, 커리가 덴젤커리 본인이 아닌, 앨범 TA13OO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볼수있다. 자신의 내면 깊은곳에서 '금기(Taboo)' 로서 자리하고 있는 끔찍한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서는 커리 본인이 아닌 또다른 화자로서 이야기를 전해야하기 때문이다. 커리는 이러한 자신의 악몽을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트랙 13LACK 13LOONZ와 CAZH MANIAC을 통해 정신적 고통과 휘황찬란한 삶의 허무함을 이야기한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다소 감정적인 가사를 통해, 커리는 앨범의 몰입도를 극도로 상승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CAZH MANIAC 이후 ZUMO로 접어들자, 커리는 내면에 자리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이전 트랙들과는 달리 공격적인 분위기를 띠는 ZUMO 이후부터, 앨범은 급격히 어두운 분위기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이전에 보여주던 몽환적인 사운드는 없이, 공허하고 텅빈듯한 사운드 위 공격적인 트랩비트와 드럼만이 울리는 모습을 보이며, 커리의 랩 또한 점차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ZUPER ZAIYAN ZUPERMAN을 시작으로 MAD 1 GOT 1T까지 자신의 축적한 부와 명성에 관해 이야기하던 커리는, act2의 후반부로 접어들며 정신적 고통과 사회에 느낀 분노를 표출해내기 시작한다. ZIRENZ에서의 사회에 대한 회의감과 분노의 메시지, CLOUT COBA1N에서의 정신적인 고통과 고뇌의 메시지를 이야기한 커리는 내면의 분노를 본격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act3에 접어들며, 앨범의 분위기는 가장 어두운 테마로 빠져들게 된다. 이전의 드럼비트들과는 달리 무겁고 날카로운 트랩메탈 비트가 공격적인 사운드와 함께 울려퍼지며, 커리의 랩 또한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띠는 형태를 보인다. 이전에 이야기한 고통을 뒤로한채, 커리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이들, 그리고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이들을 향해 서슬퍼런 경고를 날린다. 더이상 자신이 내면속의 고통에 연연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린 커리는, 자신이 모든것을 끝장낼 '블랙메탈 테러리스트' 라는 말을 끝으로 작품을 마친다.
본문에서 차마 상세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타부는 감정선의 변화를 테마의 변화와 함께 감각적으로 뛰어나게 표현해낸 작품이다. 기억 저편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act1의 몽환적인 사운드, 악몽을 떠올리며 분노를 느끼게 되는 act2, 그 분노를 미친듯이 표출해내는 act3까지, 모두 커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각 테마에 맞는 피처링진의 적절한 활용과 프로덕션의 섬세한 차이 등등 타부는 세세한 점들을 보았을때도 상당히 잘 짜여진 작품이다. 특히 금기시된 기억을 다시 꺼내어본다는 중심 테마에 맞게, 각 액트의 사운드를 붕뜨는듯이 유지시키는 동시에, 장르에 맞는 비트와 프로덕션의 조정을 통해 사운드적 다양성을 구축해낸 모습도 크게 눈에 띤다.
이러한 뛰어난 프로덕션과 감정선의 굴곡을 예술적으로 나타낸 앨범의 구성, 그리고 심도깊은 가사를 통한 커리의 메시지가 하나로 합쳐지며, TA13OO는 비로소 명반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Light 9
good
개추
gamsa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개인적인 감상을 주축으로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앨범에 대한 사운드나 메세지, 서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뭘 어떻게 느끼셨는지, 어떤 감정, 경험들이 떠오르는지 그런 것도 써주시면 재밌게 볼 것 같습니다
간만에 써서 그런지 개인적인 감상이 좀 부족했네요
피드백 감사합니다!
별개로 글 진짜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전 언제쯤 글 같은 글을 쓸 수 있을련지
아닙니다 글 못써요…
압도적이네요
잘 읽었습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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