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blog.naver.com/0412jeong/223757164566
또다시 돌아옴.
《ØKSE》, ØKSE
9 August 2024 / Avant-Garde Jazz, Experimental Hip Hop
라이브 세션 중심의 재즈 랩은 언제나 맛있죠. 그럼에도 재즈의 분파만큼 재즈 랩 역시 다양한 맛이 있을 텐데, 덴마크에서 모인 ØKSE는 아예 작정하고 아방가르드 재즈로 가버립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밴드 캠프 앨범 소개 글에서 말하듯) 익스페리멘탈 재즈 프로젝트에 힙합 출신의 피처링 보컬들을 기용하는 거죠. 신디사이저나 샘플러를 다루는 멤버도 있고, 아예 일렉트로닉 뮤지션도 있는 만큼 드럼과 색소폰,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격렬한 재즈 위에 각종 전자음이 더해집니다. 랩이 나올 때는 랩이 주목을 받을 수 있게 적절히 자리를 비워주고, 랩이 끝나면 악기 세션들이 각자 날뛰기 시작하는 구성이 조화로워요. Backwoodz 소속이라 그런지, 빌리 우즈 하면 생각나는 침침하고 건조한 톤도 눈에 띄고요. (실제로 빌리 우즈와 E L U C I D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익페 힙합 계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실험적이고 급진적이라 못 듣겠다고 여기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합니다. 재밌고 신선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은 앨범이에요.
《REVELATOR》 E L U C I D
11 October 2024 / Experimental Hip Hop, Abstract Hip Hop
사실 제 취향은 건조하고 빽빽하고 어쩌면 미니멀한 빌리 우즈나 그리젤다, 더 내려가면 RZA보다는 꽉 차고 사이키델릭하고 다소 과잉됐다는 감까지 있는 이들에 가깝습니다. RTJ와 칸예, 근래에는 페기가 떠오르네요. E L U C I D 역시 본작으로 이 대열에 기꺼이 합류한 듯합니다. (연관성이 있다는 게 아니고 그냥 취향이라는 소리.) 강렬하게 귀를 긁는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축으로 음침한 앱스트랙과 혼란스러운 사운드 콜라쥬를 능숙하게 배합하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동시에 E L U C I D 본인을 뻑뻑하게 흑백 처리한 앨범 커버처럼, 음산하고 시커먼 분위기와 저음의 랩이 중심을 잡고 응집력을 유지해요. 장르에 관계없이 "익스페리멘탈"이라는 푯말을 단 작품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균형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실험을 쏟아 내면서도 잡동사니 더미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만드는 능력. 《REVELATOR》로 E L U C I D는 자신의 역량을 확고히 증명한 것 같습니다.
《Interference Pattern》 E L U C I D
30 December 2024 / Sound Collage, Experimental Hip Hop
라고 하자마자 사운드 콜라쥬 갈겨 버리기. 《REVELATOR》 이상으로 과감합니다. 앰비언트, 인더스트리얼, 사이키델리아, 뉴에이지에 아방가르드 재즈 등을 시종일관 교차합니다. 그렇게 만든 비트라고 할지 음악이라고 할지 하여튼 소리들이 맥락 없이 끊기고, 등장하고, 뒤섞입니다. 그 안에서 보컬, 랩 등이 부서진 퍼즐 조각들을 마구 뿌려놓은 듯 나타나고요. 그럼에도 굉장히 몰입감 짙은 사운드 콜라쥬를 만들어냅니다. KHL의 w/HOM 19호에서 자카님이 말했듯이, 흐릿한 시도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포스트-힙합'이라는 장르 개념에서 한자리 차지할 만한 작품이에요. 하나의 앨범으로서의 탄탄함은 《REVELATOR》에 비하기 어렵지만, 저는 이렇게 맛탱이 간 음악이 좋더라고요ㅎㅎ.
https://hiphople.com/fboard/30970689
《Accompanied by a Blazing Solo》 Cities Aviv
16 August 2020 / Drumless, Experimental Hip Hop, Abstract Hip Hop
Cities Aviv, (경력은 좀 더 길지만) 2020년대 들어 이쪽을 파는 리스너들에게 제법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보통 《GUM》이 먼저 떠오를 것 같은데, 1시간 24분이 너무 부담스러운 관계로 《Accompanied by a Blazing Solo》로 시작했습니다. 칩멍크나 재즈 랩, (정체가 불분명한) 힙너고직 등 익숙한 접근과 이제는 익숙한 드럼리스적 작법으로 멜랑꼴리하고 부유감 있는 사운드를 조성하는 솜씨가 좋습니다. 가면 갈수록 이 부유감과 몽롱함이 짙어지고, 그에 비례해 전형적인 힙합의 각도 무너져 갑니다. 우울하게 낮게 깔린 랩으로 읊조리는 랩도 유려하게 사운드에 녹아들어요. 그리고 약 38분 정도 길이의 하나의 트랙으로 되어 있지만, 각 파트가 꽤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어요. Cities Aviv라는 이름이 주는 압박에 비해 (통짜 트랙인 점을 제외하면) 접근성이 그리 낮지 않습니다. 힙합적 면모부터 익스페리멘탈한 측면까지 하나의 트랙이라는 구성 안에서 조화롭게 아우르는, 훌륭한 앨범입니다.
《"Working Title for the Album Secret Waters"》 Cities Aviv
25 October 2022 / Abstract Hip Hop, Drumless
분량과 접근성이 반비례하는 건가요? 역시 47분, 80분짜리 앨범의 절반에 육박하는 길이를 자랑하는 《"Working Title for the Album Secret Waters"》는 아무래도 접근성도 그만큼 좋은 것 같습니다. 칩멍크 터치에 기반한 드럼리스 비트는 여전하지만, 한결 따뜻하고 (가사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낙관적이라고까지 생각이 드는 톤으로 가득합니다. 꾸준하게 힙합의 각을 유지하기도 해요. 얼 스웻셔츠, MIKE와 sLUms, Standing on the Corner가 떠오르는 음악입니다. 접근성이 오른 만큼 무난해져서 대단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바이브 타면서 편안하게 재생하기 좋은 앨범입니다.
맛있어요
들어볼게 많구만
OKSE 빼곤 다 투메(?)지만... 구린 건 없으니 들어보십쇼
익페는 참 어려워
그래도 먹다보면 좋아지더라고요
항상 잘 보다갑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D
Cities Aviv 정주행 함 해야되는데
저도 처음으로 달리는 중임
Accompined by a blazing solo 참 맛있어요
9가 맛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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