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ye West - Late Registration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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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 Registration>

<The College Dropout> 이후 Kanye West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앨범 커버의 곰돌이와 세 앨범을 함께 하게 된다.

<Late Registration>은 학교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의 Skit에서 ‘졸업식에 쓰일 곡을 마약에 관련된 얘기로 만들어 왔느냐’고 화를 낸 남성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다시 학교로 올 줄 알았다며 그를 비웃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자고 있는 Kanye에게 ‘Wake Up Mr. West!' 라고 호통을 침과 동시에 다음 트랙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전작에서는 Skit과 다음 트랙의 내용이 연결되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사운드만 연결되고 내용은 서로 크게 관련이 없다.

또 어떤 차이점들이 있을까?

이번 앨범과 전작의 차이점은 우선 칩멍크 기법의 사용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대신 Frank Ocean의 <Blonde>, Mac Miller의 <Swimming>과 유작 <Circles>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Jon Brion과 함께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앨범의 사운드를 구성한다.

베이스라인과 드럼 위에 소울 샘플이 루핑 되고, 그 사운드를 감싸주는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연주는 트랙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준다.

이는 Kanye West의 압도적인 사운드 층을 느낄 수 있는 5집의 초석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피처링 아티스트들 또한 조금 더 풍부해졌다. 물론 1집에서 보았던 이름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Maroon 5의 보컬 Adam Levine, 여성 소울 싱어 Brandy, Kanye의 사장님 Jay Z와 뉴욕의 왕 타이틀을 두고 죽일 듯이 서로를 디스 했던 Nas가 앨범에 보탬이 되어주었다.

앨범에서 인상 깊었던 곡들을 뽑아보자면 이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는 "Touch The Sky", "Gold Digger", "Crack Music",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 같은 조금 더 강렬하고 경쾌한 사운드의 트랙들이 끌렸다.

하지만 오늘은 소울 샘플과 오케스트라 악기 연주의 조화가 인상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My Way Home", "Roses", "Bring Me Down", "Hey Mama" 같은 곡들이 더 귀에 들어왔다.

항상 앨범을 통째로 들을 때마다 내가 가장 좋아하거나 내 마음에 와닿는 곡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앨범이 명반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기준에 있어서 Kanye의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모든 앨범이 내게는 명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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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선 "My Way Home"은 영혼의 시카고 출신 단짝 래퍼 Common의 Verse만 있는 짧은 트랙이다.

Gil Scott-Heron이라는 음유시인의 곡의 샘플 위에 자신 그리고 흑인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Common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Common을 ‘재미없는 랩을 하는 컨셔스 래퍼’라고만 생각했었던 나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경험을 요새 들어 Common의 랩을 들을 때마다 하고 있는 것 같다.

"Roses"는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Kanye가 느낀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 음울한 감성의 트랙이다.

간호사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Kanye를 보고 ‘자신의 티셔츠에게 사인을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이야기는 스타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는 대중들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

트랙 후반부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Patti LaBelle 및 Tony Williams의 소울도 곡의 킬링 포인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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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g Me Down"은 현악기의 연주의 웅장함과 Brandy의 음색이 잘 어울리는 곡이며, Kanye는 안티 팬들과 자신이 힘들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성공하고 나서야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Dawg, if I was you, I wouldn't feel myself, Dawg, if I was you, I'd kill myself’ (임마, 내가 너였으면, 스스로 그렇게 당당하지는 않았을 거야, 임마, 내가 너였으면, 난 자살했을 거야) 라고 강한 비판을 날리는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이었다.

마지막으로 "Hey Mama"는 Kanye가 어머니 Donda West에게 감사와 존중을 표하는 내용의, 듣고 있으면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곡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만국 공통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서툴지만 나름의 감성이 있는 Kanye의 싱잉도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앨범에서 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전작과 거의 비슷했다.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아직도 차별이 만연한 흑인 사회.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에서는 Sierra Leone이라는 지역에서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 고생하는 흑인들의 모습을 미국 사회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그 밖에도 "Heard' Em Say"에서는 'Before you ask me to go get a job today' / 'Can I at least get a raise of the minimum wage?' (내게 직장을 구하라고 말하기 전에 적어도 최저 임금 이상만 월급으로 주면 안 돼?) 같은 라인으로 미루어 보아, Kanye는 여전히 평등을 원하는 흑인들의 목소리를 앨범에서 대변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이야기들. "Hey Mama", :Roses" 같은 트랙들에서 어머니와 할머니 등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Kanye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늘어놓고 있다.

"Drive Slow"에서는 성공하기 전 자신의 모습들을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힙합에서 빠질 수가 없는 단골 주제인 술, 마약, 보석, 돈, 성공 등에 관한 이야기들.

"Crack Music"이라는 트랙이 있을 정도로 마약에 대한 이야기들을 노골적으로 늘어놓고 있으며 "Addiction"에서는 ‘Why everything that's supposed to be bad make me feel so good?’ (왜 나한테 안 좋은 것들이 날 기분 좋게 하는 걸까?)라는 가사처럼 성공을 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술, 마약, 돈, 여자에 관한 Kanye의 생각들을 확인할 수 있다.

("Crack Music"과 "Addiction"은 흑인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마약 문화를 반어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Kanye의 컨셔스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네요.)

기억에 남는 가사들이 있다면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에서 Jay Z의 커리어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간단하지만 가장 힙합스러운 라인이 있다.

‘I'm not a businessman I'm a business, man’ (난 사업가가 아냐, 내가 사업이라고)이 그 주인공인데 당시 Jay Z는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으로도 꾸준히 번창하고 있었기에 더 멋이 철철 넘쳐흐르는 가사였다.

Kanye의 가사 중에는 다양한 시상식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던 앨범의 싱글 "Gold Digger"의 2절에 나오는 '18 years, 18 years' / 'She got one of yo kids got you for 18 years' (18년, 18년이야 네 자식을 낳아서, 널 18년이나 붙잡았어).

이 가사에는 한국과 관련된 루머가 있는데, Kanye가 국제 학교를 다니던 도중 한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보통 다른 나라의 언어를 가장 쉽게 익히는 방법은 그 나라의 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Kanye도 그 공식을 따랐는지 한국의 욕을 배웠고, 그걸 "Gold Digger"에 인용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사실 굳이 18년이라는 가사를 쓸 맥락이 없는데 나온 걸 보면 어느 정도 그 소문에 신빙성이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인터뷰한 기록이 없어서 사실이라고 단정 짓기에 조심스럽다.

Kanye에게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먹히지 않았다.

2005년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서 <The College Dropout>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베스트 랩 앨범을 수상했고, 올해의 앨범에도 노미네이트되었다.

힙합 부문에서는 상을 아예 독식했는데, "Gold Digger"로는 베스트 랩 퍼포먼스 상을, "Diamonds From Sierra Leone"으로는 베스트 랩 송을 수상하며 Kanye West가 힙합이라는 장르 내에서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지를 세상에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밖에도 평단이라는 모든 평단에서 극찬을 받으면서 그를 향한 기대는 나날이 늘어갔다.

과연 Kanye는 이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트렌드에 한 발 앞서는 선두주자가 될 것인가.

학교 시리즈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Graduation>을 통해 그의 행보를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