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1~2025.01.02
1. T.I. - Paper Trail
새해맞이 헬스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남부 힙합 음반 중 하나이자, 2000년대 메인스트림 힙합 앨범 중 어느 정도 순위권에 뽑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하거든요. 티아이만의 탄력적인 뱀 같은 플로우는 정말 맛있는 것 같습니다. 강렬한 신스를 앞세운 그 시절 남부 힙합 비트들도 나름의 맛이 있단 말이죠. 트랙 하나하나가 당대를 휩쓸었던 명곡들이기도 하고. 다만 중후반부에 갈수록 그 에너지를 이어가지 못해 항상 아쉽긴 해요. 그럼에도 들으면 언제나 힘이 생기고 열정이 솟아나는 앨범입니다.
2. Denzel Curry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들어도 들어도 언제나 담백하게 맛있는 앨범이에요. 음악적으로나 주제에서나 덴젤의 가장 성숙한 음반인데, 그러면서도 커리어에서 가장 다채로운 음악을 보여준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재즈 힙합, 트랩, 팝 랩, 심지어는 DnB까지... 그 모든 걸 총괄하는 덴젤의 랩도 너무 좋고요. 이전 앨범들처럼 화려하거나 야성적인 플로우는 아니어도, 랩에 무게감이 생겼달까요. 특히 컨셔스한 라인들에선 예전 같지 않은 진중함도 생겼고. 특히 이 앨범 이후에 낸 작품이 King of the Mischievous South Vol. 2라는 게 더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
3. Hieroglyphics - 3rd Eye Vision
델 더 호모 펑키사피엔이야말로 어쩌면 언더 힙합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닐까요? 1998년에 이 앨범을 내고, 2000년에는 Deltron 3030을 냈으니까요. 각설하고, 3rd Eye Vision은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디 음반을 빼놓을 때 절대 빠져선 안되는 작품이죠!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 좀 날린 MC들이 담합한 슈퍼그룹의 음반인 셈이니까요. 재즈 힙합의 영향을 짙게 받아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동원한 얼터니티브 힙합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래퍼들은 화려하거나 압도적이진 않아도 영민한 리릭시즘으로 언제나 빈틈없이 다채로운 어휘들을 수놓아요. 힙합 음반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들이 하나 같이 견고하게 갖춰진 앨범입니다.
4. Kool G Rap - 4, 5, 6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붐뱁 - 마피오소 랩 음반 중 하나입니다. 금속성의 붐뱁 비트와 압도적인 라임으로 가득 차있는, 그야말로 정석적으로 잘 만든 랩 앨범이죠. 사실 송폼이 전위적인 것도 아니고, 베이스와 드럼, 훅이 계속 반복되기에 그루브를 즐기는 데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조금 지루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래핑 하나가 모든 걸 다 커버합니다. 아마 순수히 래퍼의 역량만으로 쿨 지 랩을 능가할 MC는 그렇게 많지 않을 거에요. 80년대에 데뷔한 래퍼가 90년대에 와서도 미친 랩으로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플로우의 복합적인 수준이 가히 경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두터운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계속해서 라임을 전달하는데... 정말 최고입니다. 엘엘 쿨 제이, 쿨 지 랩, 큐팁, 나스, 파로아 먼치, 퀸즈 래퍼들은 왜 이렇게 하나 같이 미친 실력을 가지고 있죠?
5. J. Cole - Friday Night Lights
사실 제이콜은 정규보다도 믹스테입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규작들이 워낙에 심각한 수면제여야지... 제이쿨쿨쿨... 하암... 각설하고, Friday Night Lights는 정말 꽤 좋은 앨범입니다. 아마 2014 Forest Hills Drive를 제외하면 제이콜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도 가장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힙합 음반으로서의 매력은 2014 FHD보다도 좀 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아티스트 비트를 빌리기도 했고,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함 이새끼 비트만 계속 들으면 잠 옴 1시간이 넘어가도록 계속 랩만 하는데 확실히 랩 하나는 잘하거든요. 근데 이 당시에도 탑에 꼽힐 정도로 랩 실력이 미쳤냐? 그건 또 아닌듯요... 강세를 주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어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발성 쥐어짜는 것도 불호고요. 그래도 플로우는 콜이 참 잘 타요, 야성적인 맛도 있고. 게다가 오히려 요즘 비트보다 이때 콜이 만든 비트들이 맛있는 경우도 많아서, 한번쯤은 꼭 필청 믹스테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6. Ol' Dirty Bastard - Nigga Please
우탱의 와일드 카드죠. 더불어 앨범 단위로는 듣기 정말 힘든 래퍼이기도 합니다. 발성이며 플로우며 워낙에 특이해야지, ODB의 1집은 매니아들 사이에선 컬트적이어도 끝까지 듣기 꽤나 버거운 앨범이에요. 그래서 ODB는 2집에서 꽤나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데, 당시 부상하고 있던 프로듀서 듀오 넵튠스를 앨범 전반에 기용한 거죠. 즉, ODB의 2집은 퍼렐의 커리어 초기에 중요한 음반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퍼렐 특유의 상쾌한 비트가 약물과 보지 이야기로 점철된 래퍼 ODB의 괴랄함을 중화해주며 은근히 균형 잡힌 호흡을 만들어가요. 물론 Irv Gotti가 만든 괴상한 비트 위 미친 것처럼 랩하는 ODB도 참 좋고요. 2집에서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 ODB의 음악적 감각이 은근 앞서갔음을 엿볼 수 있죠? 살아있었다면 또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냈을까요?
7. The Marías - Submarine
지난 몇 년간 인디 씬에서 부상하기도 했고, 타일러의 Camp Flog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기도 한 LA 출신 밴드라 그를 계기로 생각나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확실히 기대 이상이더군요. 훌륭한 인디 팝 앨범입니다. 밴드는 커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베드룸 팝 장르의 풍미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듯 완벽한 프로덕션을 구축하고, 마리아의 보컬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오가며 마음을 녹이고 편안하게 해줘요. 거기에 디스코의 요소도 일부 녹아있어서 때로 댄서블하면서도 때론 내향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음반입니다. 라나 델 레이, 막달레나 베이, 와이즈 블러드 등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들어보세요.
8. The Jimi Hendrix Experience - Electic Ladyland
락 역사를 넘어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 중 하나로 꼽히는 명반 중의 명반, 명반명반대명반입니다. 옛날 앨범이니만큼 역시 길이가 상당하긴 한데, 그 길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놀라운 사운드로 가득합니다. 제가 일전 한 댓글에서 비기의 랩을 지미 헨드릭스의 위상에 빗대어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이 앨범을 다시 들어보니까 확실히 그럴 만하더라고요. 기타에서 지미 헨드릭스를 능가할 아티스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이거, 1968년작인데 지미 헨드릭스는 기타 사운드를 어떻게 이렇게 조정할 생각을 했을까요? 이게 사이키델릭의 절정이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이죠? 앨범 내내 보여주는 말도 안되게 현란한 연주는 또 무엇이고요. 모든 면에서 아이코닉합니다. 1집과 함께 단연 지미 헨드릭스 최고의 앨범이에요. 심지어 노래도 잘 부르다니, 락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위상을 대체할 아티스트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요원하긴 커녕 그냥 멍청한 소리로 느껴집니다.
Paper Trail 솔직히 아쉬움 ㅜ 비트도 그렇고..
그래도 2008년 음반들 중에서는 그나마 건질수 있는것 같네요
오 7번 뭔가 느좋이네요
들어봐야겠네요~
3rd Eye Vision은 좋은데 너무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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