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 가지는 예상대로였습니다.
타일러 커리어의 MMTBS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많은 분들에게 논란이 되었던 Hey Jane의 가사는 제가 보기엔 픽션입니다.
타일러가 잘하는,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이 아주 잘 드러난 곡이고
타일러는 현재 애아빠가 된 게 아니라 오히려 애가 없어서 어머니한테 손주 압박을 받는 쪽에 가깝습니다.
쿨하게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사는 줄 알았던 타일러의 다른 단면을 보여준 앨범이고
이건 Noid와 Thought I Was Dead 같은 선공개곡에서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죠.
근데 이 앨범은 좀 시간을 가지고 보는 게 맞는 듯 합니다.
일단 이 앨범은 이전 디스코그래피들과는 너무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SORRY NOT SORRY 뮤직비디오에서 타일러가 이전의 자아들을 모두 박살낸 이유를 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단 기존의 타일러 음악 스타일의 혼합형 같다는 많은 분들의 평가와는 저는 조금 다른 평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 앨범은 타일러의 새로운 시도가 상당히 많이 보이는 앨범이고,
그 시도들의 시작점인 앨범이기에 오히려 과도기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앨범에서 샘플링의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진 모르겠지만 그 이전 어느 앨범들보다 신스 활용에 있어 굉장히 과감해진 게 느껴졌고,
이전까지의 앨범들이 전반적으로 따뜻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했다면 이번 앨범은 대체로 사운드의 채도가 선명해진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전에 비해 영화적인 구성을 취하는 곡들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IGOR의 경우는 앨범 전체의 흐름이 롤러코스터처럼 휘몰아치면서 앨범이 하나의 영화처럼 느껴졌던 반면
이 앨범은 아예 한 곡 안에서 마치 뮤지컬과도 같은 감흥을 주는 트랙들이 제법 보입니다.
그 부분이 앨범 커버랑도 뭔가 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무성 영화 시절 사운드트랙 생각이 좀 났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 앨범은 타일러의 또다른 Cherry Bomb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Cherry Bomb보단 무조건 평가가 좋을 것이고, 솔직히 제가 보기엔 이전 3연타 앨범보다 평가는 약간 낮아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다수에겐 3연타 앨범들과 거의 동일 선상의 퀄리티를 가진 앨범으로 평가될 듯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전의 3연타 앨범들과는 너무 많은 부분들이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Cherry Bomb이 이후의 3연타 앨범으로 향하는 과도기였듯
이 앨범은 타일러 Vol. 3를 향하는 과도기이자 시작점인 앨범으로 보입니다.
홀수해 법칙, 투트랙 10번 법칙이 모두 깨진 것만 봐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나요?
타일러 본인은 이 앨범이 전보다 박한 평가 받을거란 걸 아마 예상했을 겁니다.
그치만 당시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하게 있었기에 과감하게 변화를 택한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앨범을 안 내는 누구들과는 달리!!!!
이전까지 타일러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신디사이저를 활용해왔지만
이 정도로 신디사이저의 활용이 두드러진 앨범이 그 전까지 있었나 싶습니다.
언제나 타일러가 사용하는 악기란 다양한 사운드들과의 하모니로서의 역할을 해왔는데
이 앨범에선 '내가 이번엔 한 번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느낌의 솔로 연주 파트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 앨범에서 타일러가 보여주는 멜로디들이 약간 다듬어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타일러가 가창이 좋지는 못한 편인 건 맞지만 IGOR를 들었을 때 그 가창이 불편하단 느낌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근데 저는 이 앨범에서의 타일러의 가창은 뭔가..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은 구간이 종종 있습니다.
이전 앨범들에서 너무나 좋은 하모니를 보여줘왔던 타일러가 이런 느낌을 줬다는 건 그동안 타일러가 계속해서 본인의 comfort zone을 벗어나려는 시도들을 해왔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네요.
제가 보기에 이 앨범은 타일러의 매너리즘 때문에 듣기 지루한 게 아니라
오히려 타일러가 기존의 매너리즘을 오히려 탈피하려고 했던 첫 시도였기 때문에 듣는 우리들도, 어쩌면 만든 본인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뭔가가 탄생했고 그 전까지 홀수 해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앨범을 냈던 타일러였기에 이번에도 일단 부딪쳐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들으면서 '와 사운드 너무 좋다, 너무 잘 만들었다' 이런 느낌은 계속 받았지만
Flower Boy에서의 911/Mr. Lonely, IGOR에서의 Are We Still Friends?, CMIYGL의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
The Estate Sale에서의 Heaven to Me, 심지어 Cherry Bomb에서도 Smuckers 같이
한 번 듣고 계속 돌리고 싶어지는 곡들이 하나씩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에선 어떤 트랙이 저에게 그런 트랙이 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 부분은 다들 비슷하게 느꼈을 겁니다.
감탄은 나오지만 소위 말해 '킥'은 없는, 아주 이븐한, 텍스처가 다 부드러운 매쉬 포테이토같은, 혹은 안 익숙한 알 덴테 리조또같은
그런 너무나 특이하고 이상하지만 매력 있는 앨범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Brat Summer에서 Chromakopia Fall로 넘어가겠네 ㅋㅋ' 하는 마음으로 재생을 했는데
이 앨범은 BRAT이나 Imaginal Disk 같이 도파민 풀충전시키는 그런 앨범은 아니었습니다.
우린 지금 타일러의 변곡점을 감상한 것이고, 앞으로 타일러가 어떤 선택을 할지 계속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추가로 리스닝파티 타일러 스피치 영상을 봤는데 이번 앨범이 본인이 30대가 되면서 엄마가 어릴 때 해줬던 말들을 생각하며
'하 늙어보니 그 말들 얼추 맞네'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대의 큐트쎅씨한 타일러가 아닌, 날것의 타일러를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진짜 앨범 단위로 들어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앨범인거같아요
아무것도 기대 하지 말고 아무 텍스트도 보지말고 그냥 들어달라는 타일러의 인스타 캡션이 묘하게 다가오더라고요.
평이랑 별개로 신스 구성 미친듯
공감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hey jane은 어머니의 압박이라기보단
진짜 임신함 or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인거같음
앨범이 전체적으로 전~중반부에 본인의 정체성? 자아?에 대한 혼돈과 불안을 표현한거라 봐요
hey jane이 낙태해주는 회사라는데 이걸 봤을때에는 실제로 임신을 했다가 낙태를 한 사실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어머니의 압박을 다룬 곡은 Tomorrow입니다 Hey Jane과는 별개에용 실제로 이 앨범 만든 계기가 ‘남들 다 애도 있고 가정도 있는데 난 페라리 한 대 뿐이네’ 같은 생각들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고 Tomorrow에서 정확히 그런 내용의 가사가 나옵니다
픽션이라기 보단 낙태했을 확률이 높다 봄.
아이 언급이 한두번이 아니기도 하고 마지막에 아이를 가질 뻔했지만 난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는걸 보면.. 어쨌든 Jane 은 실존 인물이 맞는 듯요.
주제가 낙태인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픽션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저는 곡 자체가 실화라기보단 pregnancy scare에 대한 타일러의 생각을 담아낸 곡 같이 느껴졌어요 해외에서도 그쪽으로 많이 보고 있구요 아이에 관한 언급이 많은 건 이제 본인이 그걸 생각할 나이대인 점 + 아버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들이 어우러져서 계속 언급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럼 Almost had a mini me, I wasn’t ready
And she wanted it with me, I’m talkin’ heavy
Then we had to guarantee, ain’t no confett
은 뭘까요..??
근데 말씀처럼 타일러가 아직 애를 갖진 않았을 듯요.
사실 저도 그 부분 땜에 의아하긴 해요 ㅋㅋ 어쩌면 정말 낙태였을지도.. 그렇다고 타일러가 시원하게 응 나 그랬던거 맞아 하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결국 우리가 우리 나름대로 해석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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