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L - The Big Picture
풀버전은 w/HOM Vol. 10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92x82v-QRkRUoSek03WeewHuUfUrMZfc/view
안타깝게도 일찍이 세상을 떠난 힙합의 재능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세어본다면, 새삼 빈민가 출신의 래퍼들이 주구장창 주장하는 '환경의 위험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빅 엘(Big L)은 위의 대표 격 인물이다. 순수히 래퍼로서 타고난 재능만을 다루자면 다섯 손가락 내의 인재임이 명백하나, 할렘의 우범성과 어처구니없는 오해 탓에 총격으로 사망한. 짧게 보면 4년, 아무리 길게 봐도 겨우 7년이라는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그 압도적인 랩 실력, 단 하나뿐이다. 극히 예리한 버전의 Nas, Shady의 전신(前身). 역대 최고들과 비견되어도 손색 없는 랩 스킬과 정체성은 엘 사후에도 수많은 세대의 팬들을 결집시킴과 동시에 JAY-Z의 입지를 끊임없이 위태롭게 만들기 충분했다.
반면 바로 그렇기에, 빅 엘의 이른 사망은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그가 살아 직접 앨범 몇 개를 더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그가 라카펠라와 계약을 무사히 체결했다면 그는 어떤 위상의 래퍼가 되었을까? 작금의 유망주들에게 그가 줄 선물 같은 벌스는 얼마나 걸출한 것이었을까? 다행히도, <The Big Picture>는 그러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만한 사후 앨범으로 설계되었다. 90년대 말과 새천년 초의 힙합 명가 로커스 레이블이 빅 엘의 미발표곡들을 구매해 음반의 형태로 재구성한 본작은 사후 발매된 정규작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The Big Picture>가 1집 <Lifestyles Ov Da Poor & Dangerous>에 비해 가지는 이점은 충만한 오락성이다. <Lifestylez Ov Da Poor & Dangerous>는 전설적인 래퍼의 데뷔 앨범으로서 손색 없는 랩 명반이었으나, 빅 엘의 랩을 제한다면 D.I.T.C. 크루 특유의 건조한 음악 스타일 탓에 흥미를 쉽게 잃을 수도 있다는 약점 또한 내포하고 있었다. 때문에 <The Big Picture>는 빅 엘의 생존을 가정했을 때, 그의 차기작으로 떠올릴 만할 모습과 가장 가까운 결과물로 완성된 듯하다. 비운의 천재를 총애하던 힙합의 마에스트로들이 최상급의 비트로 그에게 조의를 표한 것이다. Gang Starr의 DJ Premier부터 Pete Rock, Ron Brownz, Ron G와 Lord Finesse, Showbiz까지 뉴욕 씬을 주름잡는 비트메이커들이 최고의 래퍼에게 걸맞는 비트들을 선물한 결과, 본작은 음악적으로 전작에 비해 훨씬 흥미로운 결과물로 갈무리되었다. 드럼의 타격감은 강화되었고, 샘플 연주는 훨씬 역동적이다. 인트로의 에너지를 이어받으며 앨범의 시작을 강렬히 선포하는 "Ebonics (Criminal Slang), "Move Me" 샘플로부터 기묘한 광채를 내는 비트와 빅 엘의 완벽한 랩 스킬이 조화를 이루며 그의 새로운 대표곡이 된 "Flamboyant" 정도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프로듀서 중에선 DJ Premier의 활약에 주목해볼 만하다. 인트로에서 빅 엘의 죽음을 추모하며 말 그대로 'Finest'한 비트를 선물한 그의 앨범 내 비중은 예상 외로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본작에서 가장 중대한 순간은 Preemo의 비트가 장식한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적 감각은 그 어떤 이와도 비교 불가하다. 한편 게스트들의 활약도 평균 이상의 성과를 보인다. 든든한 지원자 Fat Joe, Gang Starr의 또 다른 반쪽 Guru, 심지어는 "Deadly Combination"의 역사적인 피쳐링 2Pac까지, 비단 빅 엘 본인 외에도 앨범의 랩 엔터테인먼트는 유독 충만하다. 그리고 이 모든 점을 종합했을 때, "Platinum Plus"는 <The Big Picture>의 베스트 트랙이라 찬사받을 만하다. Preemo의 고급스러운 비트 위 엘의 타이트한 랩마저 압도하는 Big Daddy Kane의 야성적인 플로우는 힙합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
전작의 전설적인 라인들이 남겼던 충격과 아이코닉함은 없지만, 더 원숙한 플로우와 화려한 비트들이 그 자리를 대체함으로써 본작은 배로 흥미로워졌다. 모두가 '빅 엘'하면 <Lifestylez Ov Da Poor & Dangerous>만을 기억할 때, <The Big Picture>를 가린 저평가의 먹구름을 걷어내면 또 다른 결의 빅 엘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당신이 알고 있었던 빅 엘보다도 훨씬 만족스러운 빅 엘을.
8.1/10
최애곡: Platinum Plus
-The Big Picture (Intro)
-Flamboyant
제가 빅 엘의 1집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도 있지만, The Big Picture, 이 앨범 정말 좋다니까요.
랩이며 비트며 전작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골든 에라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 안 들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은 들어보시길.
저도 Platinum Plus 진짜 많이 들었어요
빅엘 좋아하는데 이건 안들어봤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 Lifestylez Ov Da Poor & Dangerous보다 이걸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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