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앨범을 감상할 때 그 앨범에서 느껴지는 색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칸예 앨범들로 예를 들자면,
3집의 창의적인 샘플링으로 이루어진 밝고 기분 좋은 에너지와 그의 자신감.
5집에서는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 괴로우면서도 그 고통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함에 황홀함을 경험했고,
10집은 정리가 안된 것 같지만 공통적으로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보컬들의 조화가 절조되고 경건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VULTURES 1은 그런 의미의 색깔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깔아주는 베이스 라인에 타달싸의 목소리로 고급스러움을 첨가했지만 '듣기 좋다~' 정도였고 큰 감동을 준 곡은 없었어요.
Talking에서 노스의 벌스는 나이와 참여한 의미를 감안해도 듣기 별로였고,
호평이 많은 CARNIVAL도 그냥노창의 No One Likes Us에서 먼저 받은 충격 덕에 딱히 신선한 트랙은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진화한 카티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FUK SUMN이나,
괜스래 미소를 짓게 만드는 YG파트(카우벨이 아니라 웃음벨임 ㄹㅇ)가 있는 DO IT 등 괜찮은 트랙들은 있었습니다.
GOOD (DON'T DIE)의 2000년대 향수 자극하는 틴에이저 락 반주나
올드스쿨 비트 위에 조용하게 가사를 읊조리는 KING도 꽤 좋았습니다.
BACK TO ME는 이 트랙의 스니펫 때문에 벌쳐스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에게 중요했는데
이번 앨범 베스트로 꼽을 정도로 잘 뽑혀서 기분이 좋네요. 다 듣고 나면 뷰리풀빅티디벝네이키드워먼만 기억나지만...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트랙의 배치들이 훌륭합니다.
인트로 빌드업으로 시작해 Talking - BACK TO ME - HOODRAT 으로 초반부 구성 탄탄히 해주고,
중반에 지루할 수 있는 구간에 적절한 피쳐링진과 BURN 같은 짧은 트랙들로 환기 잘 했고.
가장 핵심적인 뱅어인 CARNIVAL 후에 BEG FORGIVENESS - GOOD (DON'T DIE) - PROBLEMATIC - KING으로
안정적인 마무리까지, 예상 외로 부드럽게 흘러가서 조금 더 고평가 받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이번 앨범으로 Ye 형님 디스코그래피 수명 연장 정도는 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참고로 저는 DONDA > VULTURES 1 입니다 이게 정배인거 알제~
Best Track : BACK TO ME, BURN, GOOD (DON'T DIE), FUK SUMN, DO IT
Worst Track : Talking, P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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