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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묻거나 답할 때, 알아야 할 몇 가지 것들

ILoveNY2024.01.16 10:41조회 수 329추천수 1댓글 2

(1)

 

네. 총 맞았다가 살아돌아온 국힙 평균 리스너 1입니다. 맞은 곳이 이리저리 쑤셔서 아무런 글도 안 올리고 있었는데, 역시 관종은 관심을 먹고 살아야 하는 건지 엘이 글을 찬찬히 보다가 글 하나를 써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리 왔습니다.

 

주제는 '장르'입니다.

 

(2)

 

팝, 락, 힙합, 디스코 같은 '큰 장르'들도 있지만, '익스페리멘틀 힙합', '얼터네이티브 힙합', '얼터네이티브 락' 같은 조금 더 '작은 장르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내려가면, 마이크로장르라 불리는 더더 작은 장르들도 있죠.

 

여하튼, 그래서 '장르'가 뭐냐, 물으면 전 '이름표'라 부르고 싶습니다. 

 

과일 가게 간다고 해봅시다. 뭔가 상큼한게 먹고 싶을 때, '레드 바나나'든 '필리핀 바나나'든 바나나라는 이름표/장르가 붙은 건 안 살 겁니다. 대신 '레드 오렌지'나 '캘리포니아 오렌지'나 그런 것들을 사겠죠. 오렌지가 없다? 그러면 비슷한 감귤류인 제주도 귤이나 한라봉 등을 사먹겠죠. 그러다가 자몽을 사먹으면, 상큼한 맛에 더해져있는 쓴 맛 때문에 기대가 산산조각 날 수도 있을 겁니다. 

 

장르명도 대충 이런겁니다. 

대중과 창작자 사이에서 서로 1 대 1 DM을 주고 받을 수는 없으니, "제 노래는 대충 이런 겁니다!"라는 이름표를 붙여놓는 것이죠. 그러면 대중들도 '오 그러고보니 저번에 먹은 캘리포니아 오렌지가 맛있었는데 이번에는 호주산 한 번 사먹어볼까?' 이리 생각해보는 거고, 창작자도 '오 오렌지가 잘 팔리는데, 나도 한 번 오렌지를 재배해볼까?' 이리 되는 겁니다. 

 

(3)

 

그런데 이름표를 붙이는데 "모두가 합의한 일관되며 과학적인 법칙"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 제가 말하고 싶은 점입니다.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 맨날 싸우잖아요? 이 다툼의 원인이 전 우리가 '채소'라 생각하는 뭉뚱그린 이름표와 '과일'이라 생각하는 뭉뜽그린 이름표가 딱딱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라 칼 같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봅니다.

 

장르명에서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익스페리멘틀 힙합"과 "얼터네이티브 힙합"이라 생각합니다. 

 

익스페리멘틀 힙합은 말 그대로 "실험적인 힙합"입니다. 일반적인 사운드/형식이 아닌 힙합은 모두 익스페리멘틀이라 불릴 수 있는 셈이죠. 과일 가게 비유로 돌아오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과일이 아닌 "동남아 수입 과일" 코너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먹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심심한 포카리 맛이 나는 용과와 달콤하고 크리미한 망고의 맛은 천지 차이입니다. 

 

익스페리멘틀 힙합도 이와 같습니다. 다 같이 익페라 불리지만, 생각보다 아티스트 간의 사운드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https://youtu.be/87xS4cgTf68?si=HcytZPqjwKUekbNz

 

샘플들을 어지럽게 엮고, BPM이 빠르고 글리치와 노이즈가 사방에서 나오는 창녀 겁주기도 익스페리멘틀 힙합이라고 불리고

 

https://youtu.be/O0XtMGmSUDk?si=CSQ6sUlOxsP9574A

 

기타가 전면이 나오는 포스트 락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Injury Reserve도 익페라 불리고

 

https://youtu.be/ewRjZoRtu0Y?si=B31TNp6_RbD1abYu

 

EDM(빅룸 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자극적인 신스에 방그라/브라질/라틴 리듬을 얹은 MIA의 음악도 익페라 불립니다.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우리가 통상 아는 힙합 사운드와 "거리가 멀다는 것" 말고는 이 세 가지 음악이 엄청난 공통점은 없습니다.

 

이러면 뭔 문제가 생기냐,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망고가 뭔 과일이죠?"라고 물을 때 "동남아 수입 과일이요."라고 대답을 들으면, 아 뭔가 좀 다른 맛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겠죠. 근데 "동남아 수입 과일"이 뭔 오렌지 같은 것인줄 알고, 동남아 수입 과일은 죄다 달콤하겠다 생각해서 용과를 사먹으면 대참사가 일어나는 겁니다. 

 

(4)

 

정리.

 

디스코, 하우스, 테크노, 힙합, 락, 하드락, 메탈처럼 "음악적 특징"에 따라 붙인 장르명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디/얼터네이티브/익스페리멘틀 힙합-락-팝 등등은 "동남아 수입 과일"처럼 "우리가 평상시 먹던 것과 다름"이라는 뜻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저 코너에 있는 것들은 맛이 제각기 다르겠죠.)

 

(얼터네이티브도 생각해보면, "대안적" 즉 그때 주류적 사운드와 다르다는 것이지 생각해보면 각 아티스트마다 사운드 차이가 꽤 크죠. 힙합만 해도, 팝적인 센스가 넘치는 브룩 햄튼과 재즈 힙합/붐뱀인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가 다 얼터네이티브도 묶이니깐요.)

 

그러니 장르명을 묻고 답할 때, 이런 걸 좀 생각해보면 좀 더 원하는 것을 잘 찾기 않을까 싶습니다.

망고 비슷한 걸 먹고 싶었는데 동남아 코너에서 용과 사오면 기분이 좀 슬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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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개인적으로 익스페리멘털, 얼터너티브보다 곤란하다고 느끼는 이름이 아트 팝 혹은 아트 록 ㅋㅋ 너무 무책임한 이름인데 이 명칭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는 경우가 있긴 해서 난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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