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어떤 것에 잘 의의를 부여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은근히 '최초'라는 타이틀에는 꽤 연연하는 저입니다. 그렇기에 바이닐 러버인 저로서는 제 인생 최초의 LP가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나 <Norman Fucking Rockwell!>, 하다 못해 <Ready to Die>쯤 되길 바랬는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제 바이닐 버지니티는 <Blonde>가 가져가고 말았네요.
사실 전 <Blonde>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channel ORANGE>를 <Blonde>보다 선호해왔었고, 심지어는 그 흔하다는 '블론드 들으면서 눈물 흘리기'? 저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Blonde>를 인생 앨범 중 하나로 선정할 정도로 특별히 여기는 이유는 아마 <Blonde>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질감 때문이 아닐까요? Nikes를 재생하자마자 온몸을 휘감는 그 특유의 공간감, Ivy와 Pink + White의 낭만적인 노스탤지어, Self Control의 아련한 아웃트로, 그런 거 있잖습니까. 아무리 제가 무정한 냉혈한이라도 이미 만인에게서 인정받은 그 가치를 반복해 탐구하다보면 그 진가가 보이지 않을래야 안 보일 수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의도친 않았지만, 전 <Blonde>에 상당히 뭣같은 추억이 있는 사람입니다. 수능이 끝나고 집에 칩거하던 시절, 그리고 엘이 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저는 성인으로서 맞이하는 새해를 <Blonde>와 함께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의 첫 시간을 Nights의 비트 체인지와 함께 맞이하는 로망, 음악 팬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법한 순간이겠죠. 전 오후 11시 반에 앨범을 재생했고, 그렇게 2023년은 제게 감상적인 첫 모습으로 남으려는 찰나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제 쓸 데 없는 창의력이 발현됐죠. 저는 순간 친구들과 술집에 모여 흥겹게 성인이 된 것을 기념하는 20살들,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모여 새해를 맞는 20살들, 그리고 어쩌면 찬란한 야경의 불빛 사이에서 달콤한 성인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20살들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오직 느껴지는 건 방 안 침대에 홀로 앉아 음악이나 듣고 있는 저 자신이었네요. 이어폰에서는 White Ferrari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했을 때, 가슴 아린 상처는 <Blonde>라는 이름으로 남아버렸네요. Yes, I was just fully fucked up.
그리고 약 1년 후, <Blonde>는 뻔뻔한 얼굴로 재방문해 제 또 다른 처음을 앗아가버렸네요. 이른 아침의 굳어버린 머리로는 차마 표현하기 힘든... 묘한 기분입니다. 글에서 묻어나오다시피 좀 감상적입니다, 그냥. 아, 그리고 바이닐 질감이 되게 예쁘네요. 골프공 대가리를 계속 이런 질감으로 봐야한다니...
난 리스탁 되자마자 시켰는데... 난 북미 사는데… 난 못 받았는데… 내껀 아직 미국에 있다는데…
Nikes는 곡 들으면서 3D를 느낀 거의 몇안되는 곡같음
공간감이라는 말이 진짜 ㄹㅇ
저도 오늘 옵니다 히히
히히 저두
이 앨범에서 프랭크오션의 목소리가 다 튠조작 되어있는 것이 대한 이해를 도와주실 글이나 댓글을 부탁드리기에 가장 적절한 분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흰밥 딱 놓고 밥 한숟갈에 블론드 한번보고 하면 좋습니다
글 되게 잘쓰셨네요 추천 누르고 가요
블론드와의 좋지않은 추억 공감 되네요..
저는 블론드 LP처음 풀린 날 무지성 구매 박았었는데
뜬금없이 주문 취소돼서 그때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급 빡쳐서
결국 안사긴 했는데 이 글을 보니까 갑자기 또 사고싶네요
애증의 골프공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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