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Drake - For All the Dogs 리뷰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2023.10.09 16:51조회 수 2072추천수 11댓글 14

1.jpg

Drake - For All the Dogs

 

이미 드레이크에 대해서라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모두에게 익숙한 점, 이 글에서는 서론은 잠시 접어두고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당신은 For All the Dogs에서 고대하던 Old Drake를 찾았는가?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니까, 분명히 앨범 속에는 Old Drake의 향기가 묻어 나오는데 이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대체 Old Drake가 뭐냐는 것이다. 나는 이 단어를 정의 내리는 일 자체도 이상하다. 내 기억 속의 드레이크는 지금껏 꼭짓점을 잡아늘린 적은 있어도 이 테두리를 찢고 나가본 전례가 없는 사람이다. 드레이크에게 Old/New의 차이가 레퍼런스나 방법론, 의외성 짙은 프로듀서처럼 가시적인 실체가 아니라는 거다. 굳이 따지자면 Old Drake라 부를 수 있는 순간은 Take Care이나 Nothing Was The Same, 혹은 If You're Reading This It's Too Late 정도가 될 텐데, 드레이크는 이미 과거의 음악들을 그 이후의 과거에서 거듭 답습하며 여기까지 왔다. 또 한 번 굳이 따지자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던 그 당시와,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하는 현재에 나타나는 기량 차이일 뿐이다. 칸예가 Donda를 발매한 것은 Yeezus 정도의 음악을 만들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현재의 칸예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이 Donda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For All the Dogs가 특정한 순간, 혹은 시기를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드레이크의 과거부터 현재를 개략적으로 회고하는 의미라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실제로 이 앨범은 드레이크의 그 어떤 앨범을 꺼내 들어도 익숙한 곡을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대동소이하다. 또한 40가 드레이크의 레퍼토리를 충실히 재현하면 보이원다와 또 다른 프로듀서들이 부족한 개성을 보완하는 역학관계로, 앨범의 형식마저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or All the Dogs에는 이전의 앨범들은 할 수 없었던 유의미한 이야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물론 그 이야기가 낙관적일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그대로다. 드레이크의 퍼포먼스도, 40와 보이원다, 그리고 왕성하게 활동 중인 프로듀서의 이름으로 가득 채운 크레딧도, OVO의 라벨도, 80분이 훌쩍 뛰어넘는 Length도 여전하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라고는 40와 드레이크가 들을만한 음악을 만들지 못하는 데에 있다. 본작에서 40는 총 7곡을 매만졌는데, 이 중에서 프랭크 오션의 "Wise Man"을 샘플링한 "Virginia Beach"와 선공개된 싱글 "Slime You Out"을 제한 모든 곡을, 정확히 본작의 아쉬운 지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Calling For You"에서 두 번째 벌스로 넘어가는 인터루드의 촌극과 그 흐름은 생각보다 자연스럽지만, 정작 변주된 비트의 모멘텀이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다소 처지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Tried Our Best"와 "Drew A Picasso"는 전형적인 드레이크 표 멜랑꼴리 힙합으로(평균을 하회하는) 간단히 재단할 수 있고, 그 외 40가 참여한 다른 곡도 마찬가지의 처지다. 오히려 40가 참여하지 않은 40스러운 "What Would Pluto Do"가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보면, 40와 드레이크의 이별을 권해도 전혀 무례할 것이 없어 보인다. 매번 베이스 같은 역할을 하며 앨범을 안정감 있게 지탱해 주던 40의 곡이 본작에서는 이유 없이 싫어하던 사람에게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주라던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데, ‘드레이크의 음악은 일단 다 지루하다’는 성의 없는 비판을 그 어떤 의견보다 유효하게 만드는 데 한몫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개성을 담당하던 쪽의 약진이다. 부드러운 하드코어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절묘하게 배합시킨 "First Person Shooter"이야말로 New Drake를 표상할만한 곡으로 보이고, 가스펠에서 채집한 피아노 샘플을 재지하게 녹여낸 "Amen"은 분명 드레이크스럽지만 이것이 새로운 유형의 음악인지 충분히 고민해 볼 정도의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앨범 내 최고의 순간은 40도, 보이원다도 아닌 Conductor Williams의 손에서 탄생한 "8AM in Charlotte"이다.

 

내 생각에 이 곡은 드레이크에게 특정한 무언가를 바라는 것 없이 들려주는 대로 착실히 들어오던 온순한 팬들조차 본인의 숨겨진 취향을 발견하게 될 만큼 매력적이다. 분명 어느 정도는 흔한 요소들로 구성된 곡들도 드레이크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순간 마치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장기자랑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것을 보면, 일전에 언급했던 드레이크만의 특권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낯선 순간으로 인식하고서 귀를 기울일만한 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 충실한 과거의 재현을 떠나, 정작 드레이크가 모든 개들을 위해서 지금 현재에 무엇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만약 그 답을 트랩 비트의 "Fear Of Heights"나 공손하게 본인의 마이크를 Yeat에게로 전달한 "IDGAF", 라틴 할당제에 가까운 "Gently"와 판에 박힌 저지 클럽 "Rich Baby Daddy" 정도로 갈음한다면, 이제는 문제가 조금 심각해진다. 지금껏 미묘하게 밀고 당기며 앨범에 조금씩 남겨두던 미련이 사라진 것이다. "Jimmy Cooks"나 "You Only Live Twice"처럼 이후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순간이 생략됐다 - 유일하게 걸어볼만한 희망의 패가 그리젤다와 드레이크라면, 내 생각에 이번만큼은 끝까지 비관적인 분위기로 일관할 듯하다. 보이지 않는 드레이크의 하드 디스크 속을 바라보며 숨겨둔 무언가를 행복하게 상상하는 일, 다음 앨범은 왠지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 날선 감각과 재치 넘치는 순간들을 또 마주할 거란 흥분감,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맵시는 여전할 거란 안도감. 그러니까, 일단 이번보다는 나을 거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때문에 ‘더 좋은 멜로디 라인을 짜냈다면’이나 ‘더 신중하게 피처링을 선택했다면’ 따위의 쓸데없는 상상들이 아쉬움이 아니라 씁쓸함으로 남는다.

 

그럼 대체 For All the Dogs에는 과거의 재현과 생존 여부의 확인 이상으로 남은 것이 뭘까. 이 답은 어쩐지 팬들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는 드레이크의 인터뷰에 있는 것 같다. 드레이크의 음악보다 단순한 게 있을까? 있다면 그런 음악을 하는 이와 드레이크의 위상은 얼마나 다를까? 다르다면 이 다름을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이유가 뭘까? 모든 걸 차치하고, 대체 드레이크의 음악을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드레이크에 대한 망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이 꼬리가 근원의 바닥에 닿은 것을 알아채곤 한다. 그것은 보다 직관적인 형태이면서, 동시에 그럴싸한 답변을 내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드레이크의 음악을 왜 좋아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귀찮음이 자연스레 팝 차트 정복으로 이어지며 드레이크의 음악을 접하게 된, 그러니까 음악을 켜두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게 아니다. 보다 더 집착적으로 드레이크의 음악을 찾아 들으며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칸예 웨스트의 신보가 발매되기 전만큼 흥분했던 팬의 육체적 긴장상태를 아득히 넘어서서, 심지어 수면상태까지 이르게 하는 극도의 편안함, 처참한 반응과 평점, 리뷰창을 수놓는 부정적인 의견들, 그런 음악이 꿋꿋이 차트를 장악하는 모습을 괘씸히 여기는 음악 애호가들의 따가운 눈총, 그리고 드레이크의 때로는 찌질한 행동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레이크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아마 그에게 아무리 따지고 들던 정말 별다른 이유를 내놓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드레이크의 음악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레이크는 정확히 그런 팬들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 그것도 정말 많이. For All the Dogs는 20년대 3부작을 지나온 오랜 팬들을 위한 앨범이다. 그냥 그런 앨범이고, 드레이크는 이토록 팬들에게 진심이다.

 

https://blog.naver.com/nikesfm/223231928878

신고
댓글 14
  • 1 10.9 16:59

    마지막 문장의 '드레이크는 이토록 팬에게 진심이다' 라는 말이 참 자조적이고 역설적으로 들리네요.. 이제 드레이크에게 남아있던 음악성과 예술성에 대한 1%의 기대감조차 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여기 있는 대가리 깨진 드레이크팬은 이젠 그냥 체념하고 그의 낡은 음악책을 뒤적거리며 있다는 사실이 슬프네요

  •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글쓴이
    2 10.9 17:11
    @DannyB

    정확히 그런 의도였는데 바로 알아채셨군요. 사실 마지막 문단에서 지칭한 팬이 정확히 저이기 때문에 여전히 음악이 나오면 기대감을 갖고 찾아 듣겠지만, 그럼에도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공허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 1 10.9 16:59

    제게 이 앨범으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최고의 성과는 그리젤다 스타일의 메인스트림화입니다...

    사람들아 8AM 좋았잖아... 그거 컨덕터가 만든 거야... 웨싸건도 듣고 마크호미도 들어봐... 헤헤...

    그러면... 붐뱁의 시대가 다시 올거야... 골든 에라 붐은 온다...

  • 10.9 17:03
    @온암

  • 10.9 17:06
    @온암

    ???: 요즘 붐뱁 누가 듣나요?

  • 10.9 17:07
    @온암

    에헤이... 할아버지 또이러신다... 요즘애들은 그런거 안듣는다니까요? 어서 밥이나 마저 드세요..

  •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글쓴이
    10.9 17:12
    @온암

    저도 이 앨범에서 다른 사람들한테 당당히 추천해줄만한 곡 하나 꼽으라면 딱 8AM이 될 것 같네요. 이정도로 매력적일 줄은 몰랐는데 이 곡 하나때문에 다른 프로듀서랑 이리저리 조합해보는 행복한 상상 한 5분쯤 즐기고 정신 차렸습니다.

  • 10.9 17:26
    @온암

    ㄹㅇ8am 듣고 그리셀다 아티스트 많이 찾아보고 있음

  • 1 10.9 17:09

    진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리뷰글 감사합니다…40의 존재를 앨범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네요^^ 약진하는 프로듀서만 데리고 왔어도…하다못해도 점프맨 만든 부민이라도…

  •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글쓴이
    10.9 17:16
    @앞날

    아마 그런 앨범은 20년대 3부작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앨범이 나와도 지금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는 게 팬으로서 참 묘하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 10.9 17:27

  • 1 10.9 21:16
  • 1 10.9 23:10

    근데 진짜 난 아무이유없이 드레이크 음악이 좋을뿐인 한사람이라서

    요즘같이 부쩍 서늘해진 날씨에 아무 무드에나 틀어놓기 좋은 또하나의 고봉밥을 내준 드레이크가 고마울 뿐이고.....

  •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글쓴이
    10.10 15:37
    @mhomiesteal

    저도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ㅋㅋ 생각해 보면 Honestly, Nevermind 처음 나왔을 때 꽤나 행복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다른 드레이크 앨범도 Her Loss 빼고는 다 질리도록 들은 것 같아요.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아이콘] Eminem, Starboy, A Great Chaos 아이콘 출시20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4.07.16
[공지] 회원 징계 (2024.07.02) & 이용규칙12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4.07.02
화제의 글 그림/아트웍 카티 그림12 title: Frank Ocean (2024)몬스터먹고싶다 16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최근에 구매한 음반들12 Wiwiiwiw 16시간 전
화제의 글 인증/후기 최근에 산 피지컬 모음10 어둠의타일러 10시간 전
164330 일반 한국에서도 모쉬핏 하는구나4 title: Travis Scott (UTOPIA)아니 2023.10.09
164329 음악 지듣노 (힙X)4 Parannoul 2023.10.09
164328 일반 퓨처 메트로 앨범이 나온다면14 title: Future대깨퓨처 2023.10.09
164327 일반 백인래퍼들 아쉽다ㅏ25 title: [로고] Shady Recordsshadyelawolf 2023.10.09
164326 리뷰 W/HOM 리뷰 (장문)12 title: Dropout Bear말론더위 2023.10.09
164325 일반 님들 추천쫌요17 텐타시옴 2023.10.09
164324 음악 군생활 444일 남은 공병의 오늘의 추천곡17 BillyWoods 2023.10.09
164323 음악 여러분이 제일 좋아하는 드레이크 앨범은 무엇인가요37 title: Kanye West (2023)아이돈라이크힙합 Hustler 2023.10.09
164322 일반 한글날 기념) 힙합으로 본 조선 붕당의 이해19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3.10.09
164321 일반 켄 칼슨(Ken Carson) 비공개 계정 agreatchaos 공개로 전환6 title: Kanye West (2)융린 2023.10.09
리뷰 Drake - For All the Dogs 리뷰14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 2023.10.09
164319 일반 판타노 이거 뭐임?5 title: Pusha TDestreza417 2023.10.09
164318 음악 스캇이 ㅈㄴ 잘하는거22 title: Kanye West (Donda)duvlove 2023.10.09
164317 리뷰 Armand Hammer - We Buy Diabetic Test Strips 리뷰6 title: The Notorious B.I.G. (2)온암 2023.10.09
164316 일반 오늘 한글날이니까3 title: Quasidolph샤브샤브 2023.10.09
164315 음악 와 808s & Heartbreak 진짜 줫된다9 카티는못말려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