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Ed Sheeran - Play 피치포크 리뷰 해석

title: DMX공ZA2025.09.18 17:03조회 수 127댓글 0

 

스크린샷 2025-09-17 173242.png

스크린샷 2025-09-17 173214.png

 

다시 예전의 Ed Sheeran—술에 취해 말썽 좀 부리고선 펍에서 비틀거리다 늦게 들어온 걸 사과하려고 달콤한 러브 송을 쓰던 그—이었다면 <Play>를 술게임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폭발을 은유로 쓸 때마다 한 잔. 별을 언급하면 기네스를 원샷. 진짜 주당이라면 천국 레퍼런스도 추가해도 되지만, 권하진 않겠다. 대충 서걱이는 계산만 해봐도 <Play>의 첫 20분 동안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13잔을 비우게 된다.

Sheeran에 대해 뭐라고 하든, 이렇게까지 게으르게 들린 적은 없었다. 커리어 첫 10년 동안 그는 ‘평범한 남자’라는 분장을 뒤집어쓰고, 실은 친구이자 협업자 Taylor Swift와만 비슷할 법한 용병적 야심을 숨겼다. 노숙과 마약 중독을 노래한 어쿠스틱 데뷔 싱글 “The A Team”을 발판으로 결혼식용 표준 레퍼토리 같은 두 장의 앨범을 내더니, 취향은 점점 ‘구린 듯 하지만 잘 먹히는’ 장르 융합으로 기울었고, 그 끝에서 “Shape of You”, “I Don’t Care”, “Bad Habits” 같은 하이리스크·하이리워드의 싱글들이 터졌다.

Sheeran의 ‘혁신’은 그의 지나치게 정상적인 사생활—고등학교 때 연인을 배우자로 맞고, 지금도 어린 시절 친구들과만 어울리며, 무대에서 배변 사고를 한 적이 있다고 떠벌린—이 다른 스타들보다 훨씬 대담한 모험을 가능케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그가 그라임과 댄스홀을 만지작거리거나 Cardi B가 “Ed got a little jungle fever”라고 랩하는 곡을 내놓아도, 사람들은 세계를 떠돌며 다음 1위를 노리는 ‘글로벌 트렌드 추격자’로 보기보다, 라틴 트랩, 힙합, 스톰프, 클랩, 헤이까지 스크롤 하듯 넘기며 은행으로 직행하는 ‘평균적인 리스너’의 대리인처럼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작 본인 말에 따르면 이제 그 동력이 없다. '팝은 젊은 사람들의 게임이고, 정말 간절해야 해요.' 그가 최근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저는 점점 한 발 물러나고 있어요. 가족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거든요.' 이는 팝이 오로지 젊은 사람들의 영역이 아님을 증명해온 SwiftMadonna 같은 스타들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Play>를 들을 때 더 공허하게 울린다. 2023년의 <->와 <Autumn Variations>가 2011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빌보드 200 정상을 놓친 뒤, 이번 앨범은 분명한 수세 모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통계를 집착적으로 챙기는 Sheeran에게는 악몽일 터다. 그는 <Play>의 문을 열자마자 “우사인 볼트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다짐한다. 동시에 그 피로가 앨범 전체에 묻어난다. 그는 애초에 자신을 띄운 두 개의 우물—결혼식 송, ‘글로벌’ 뱅어—로 다시 내려가지만, 초창기 인기를 견인했던 에너지와 유머는 실종 상태다. 야망과 반쯤 마음이 떠난 태도의 충돌, 그 결과는 그가 아니라고 줄곧 부인하던 그 이미지 그대로다.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정상을 사수하려는 계산만 남은 초정밀 팝 스타.

이 변신이 필연은 아니었다. 오프닝 트랙 “Opening”은 이상할 정도로 깐깐하게 굴며, 그의 삶에 생긴 새로운 마찰을 암시한다. 음악으로서는 거의 듣기 괴롭지만 메타텍스트로는 흥미롭다. 포크 어쿠스틱으로 낚시질을 해놓고선, 곧장 그의 최악급 랩으로 급선회한다. '이 세계에 휴식은 없어/난 "migraine skankin’’ 때부터 여기 있었지/쿨했던 적은 없지만 한물간 적도 없어.' Central Cee식의 연성 라임('ridicule/applicable/formidable')이 조금은 먹힐 법도 했지만, Swift 학파의 랩—구절 끝마다 억양을 올렸다 내리며 비트를 놓칠까봐 안절부절하는 방식—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가사는 솔직하다. 그는 틀어진 관계를 암시하고, '길을 잃었다'고 자문하며, '커리어가 위험지대'라 하고,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지만, 정작 무엇을 뜻하는지는 끝내 흐릿하게 둔다. 세계, 음악 산업, 자신의 인간관계에서의 위치를 진짜로 겨눌 수 있는 앨범의 서막이 될 수도 있었던 대목.

하지만 <Play>는 단호하게 그 길을 택하지 않는다. “Opening”의 주제를 건드릴 때조차 결과물은 기막히게 감상적이다. 서랍에서 10년 전 휴대폰을 발견했다는 설정의 스톰프-클랩 발라드¹에서, 그는 '죽은 친구들과의 대화/전 여자친구들한테 온 메시지들'을 나열하다가 '이건 과거에 남겨두는 게 맞는 듯'이라고 결론짓는다. '남아 있지 않은 친구들을 떠올리면 압도적인 슬픔이 몰려와'라는 라인은 그가 얼마나 문자 그대로만 쓰는 작사가인지 다시 확인시킨다. 자기 객체화도, 자가 진단도 없다. 그 흔한 경험을 그냥 읽어주는 낭독. 그는 현재 휴대폰 없이 산다고 했지만, 만약 있었다면 지금 대부분의 폰이 '사랑으로 가득하지만 혐오로도 가득'하다는 걸 알았을 거다. (구글 AI에 ‘쇼, 돈 텔’ 예시 몇 개만 물어봤어도.) 물론 이런 얕은 분석은 오래 못 간다. 브릿지에 가면 그 폰은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어쨌든 과거를 캐서 영감을 얻어보려는 “Old Phone”은 최소한 Sheeran에겐 낯선 축에 든다. “Camera”에서 그는 One Direction에게 줬던 “Little Things”의 ‘결점마저 사랑해’ 클리셰로 회귀한다('너 자신이 아름다움이 넘친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사실이야'), 동시에 2015년 히트 “Photograph”의 전제를 뒤집는다. '이 순간을 담는 카메라는 필요 없어/오늘 밤 네 모습을 평생 기억할 거야.' 그런데 이쯤 되면, Eric Clapton 키드의 궁극적 로망은 결국 “Wonderful Tonight” 따라 하기 아닌가? 또?

체크리스트 채우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Play>에는 “Perfect”의 덜한 후예 격 “In Other Words”와 “Thinking Out Loud”의 사촌 “The Vow”가 있고, “A Little More”는 전형적인 Sheeran식 이별 노래—너무 독기를 품어 반감만 키우는—의 연장선이다. '널 미친년이라 부를 순 없어/진단명 붙을 수도 있으니까' 같은 대목은 우리가 이미 알던 두 가지 사실을 재확인한다. 그는 전 연인들에게 베풀던 ‘유명한 공감’은 끝내 자신에게만 아낌없이 쏟아붓고, 펀치라인은 여전히 끝까지 못 살린다.

다행히, 그리고 아마도 비인기 의견일 수 있지만, 비백인 음악 전통을 끌어올 때 Sheeran이 가장 생생해진다는 내 믿음을 증명하는 싱글들이 있다. “Azizam”(페르시아어로 ‘나의 사랑’)은 Ilya의 미세한 변주 리듬과 전통 이란 악기 결이 맞물리며 “Shape of You” 이후 가장 끈끈한 후크 송을 만든다. 펀자브 슈퍼스타 Arijit Singh과의 합작 “Sapphire”, Jayesh Kathak의 경쾌하고 최면적인 타불라 리듬 위에 지은 “Symmetry”도 손이 많이 타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South of the Border”의 심각한 크린지를 밀어붙이던 바로 그 몰입으로 결국 설득한다. (디아스포라가 아닌 인도 본토 청자들도 열광할 게 거의 확실해 보이고, “Sapphire” 뮤직비디오에 인도의 톰 크루즈라 불리는 Shah Rukh Khan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계산에 넣기도 전의 일이다.)

이 트랙들에서만 Sheeran은 ‘대충 해치우기’를 벗어난다. 그는 앨범 마무리를 고아(Goa)에서 했다고 말했는데, 차라리 전곡을 거기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불꽃이 튄다. 물론 그는 2017년에 '난 정치쟁이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지만, 앨범 발매 하루 전 런던 도심을 11만 명이 넘는 극우 반이민 시위대가 뒤흔든 시점에 이란, 인도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내놓는 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피할 곳 없는 시간에 떨어지는 도피적 노래들. 영국에서 그만큼 ‘평범한’ 체면을 유지한 사람은 Sheeran뿐인지도 모른다. 사랑과 상업을 앞세우며 'Choose Love'를 외치던 비정치적 미덕은 이미 한참 전에 동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Play>는 “Heaven”으로 끝난다. 앨범에서 가장 탄탄한 곡 중 하나이자, 동시에 모든 문제가 응축된 곡. 한편으로 그는 '두 건 다 이겼다'고 “Opening”에서 랩하지만, 2023년과 2024년의 저작권 소송 승패와 별개로 그의 곡들이 다른 히트의 ‘미묘한 닮은꼴’로 들린다는 평판은 사라지지 않는다. “Heaven”도 Jason Mraz의 “I’m Yours”와 Charli XCX의 “Everything Is Romantic”을 연상시킨다. 다른 한편, 간결한 가탐(ghatam) 그루브와 ‘달콤하지만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가사가, 그가 ‘이젠 나이 들어 무리’라 말한 혁신과, 앨범의 다른 부분에서 곰팡내 나게 울리는 상투성 사이에 그나마 건강한 중간지대를 찾는다. 문제는, 귀가 밝은 이들이 그 반복 이미지를 더는 참아주지 않을 거란 점. '화학물질이 터져, 폭발해/매 순간이 펼쳐지며' 같은 구절이 떨어지는 순간, 더블 샷.

 


 

¹ 스톰프-클랩 발라드: 발 구르기와 손뼉 치기를 주요 리듬 요소로 삼아 원초적 에너지를 내는 편곡 위에, 발라드 특유의 서정적 가창을 얹은 형식. “We Will Rock You”(Queen) 같은 퍼커션 패턴을 느린 감성적 곡에 적용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신고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회원 징계 (2025.08.25) & 이용규칙9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8.25
[아이콘] billy woods & Dropout Bear 등 아이콘 출시 / 9월 아이콘 설문66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8.25
화제의 글 인증/후기 타워레코드가서 폭주했습니다23 tgl1128 2025.09.18
화제의 글 리뷰 어제오늘 들은 훌륭한 앨범 10개 [31]6 title: 털ㄴ업 (2)강로일 2025.09.18
화제의 글 음악 5 title: Aphex TwinZUNPA 12시간 전
20011 음악 GUCKKASTEN(국카스텐) 3rd ALBUM [AURUM] 'ROLLER' M/V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 2025.09.18
20010 리뷰 Ho99o9 - Tomorrow We Escape 리뷰 title: DMX공ZA 2025.09.18
음악 Ed Sheeran - Play 피치포크 리뷰 해석 title: DMX공ZA 2025.09.18
20008 음악 최근에 들었던 앨범들2 title: Kendrick Lamar (4)M.a.a.dCity 2025.09.18
20007 음악 오늘의 늦은점심 title: MF DOOM (2)부개도름 2025.09.18
20006 음악 Urban Fisher - 못 이기는 척 (Feat. TRADE L)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 2025.09.18
20005 음악 [MV] RAINBOW99, 윤재호 (YOON JAEHO) - 인왕산 1 (Inwangsan 1, Mountain of Seoul) /...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 2025.09.18
20004 일반 D4vd 이거 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요...8 title: Playboi Carti (MUSIC)Yeisdumbasf 2025.09.18
20003 음악 8, 9년 전에 유행했던 퓨처베이스7 title: Guy-Manuel de Homem-Christo (2)아라라기 코요코요 2025.09.18
20002 음악 BULGOGI DISCO - Give It All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 2025.09.18
20001 음악 [MV] 임재범 - 인사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 2025.09.18
20000 음악 EP.8 | 채영의 인생앨범 4선3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 2025.09.18
19999 음악 '다린' POC at LIVE @SENGGI STUDIO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 2025.09.18
19998 음악 굿나잇4 title: MF DOOM (2)부개도름 2025.09.17
19997 음악 The Deep 곧 첫 정규 뜸9 title: Tyler, The Creator (DON'T TAP THE GLASS)민니 2025.09.17
19996 일반 어? 아이묭 커버 이거... title: billy woodsRainymatic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