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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클라우드 래퍼, 그 끝에 6ix9ine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2.04 09:40추천수 6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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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조회수 오백만 뷰를 기록하기까지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웬만한 베테랑 아티스트도 기록하기 힘들다는 유튜브 천만 뷰를 달성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위켄드(The Weeknd)나 드레이크(Drake) 같은 슈퍼스타들의 얘기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사운드클라우드 래퍼’ 식스나인(6ix9ine), 그리고 그의 노래 “Kooda” 얘기다. 그는 분명 현재 미국 힙합 씬에서 가장 인기 많은 래퍼 중 한 명이다. '난 잘 모르는데?'라고 하며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렇다면 식스나인은 누구고, 왜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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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클라우드의 최종 보스


앞서 식스나인을 사운드클라우드 래퍼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가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한 지는 약 세 달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어떤 특정한 범주로 분류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 들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래퍼들인 텐타시온(XXXTentacion), 릴 펌(Lil Pump)과 다소 흡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행동과 표정에서는 텐타시온이, 형형색색으로 염색한 머리에서는 릴 펌을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식스나인을 소재로 한 밈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대표적으로는 ‘지금껏 많은 사운드클라우드 래퍼를 봤겠지만, 얘가 최종 보스다’라는 밈이 있다. 그만큼 식스나인은 존재 자체로 SNS에서 바이럴되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외적인 부분에서만 파급력이 있는 게 아니다. 음악적으로도 텐타시온, 릴 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식스나인은 종종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니요(Ne-Yo)와 비교한다. 하나, 전반적인 결을 보았을 때, 냉정하게 그들의 음악과 절대 비슷하지 않다. 완급 조절이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 톤의 래핑이 주된 편이다. 식스나인의 음악을 듣다가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으면 모든 게 심심하게 들릴 정도다. 이러한 랩 스타일은 자신이 어릴 적 많이 들었다고 밝힌 헤비메탈 밴드 파크웨이 드라이브(Parkway Drive)에서 기인한 거로 보인다. 단, 독특한 지점이 있다면, 대표곡 "GUMMO", "Kooda"가 듣기와 다르게 사실 프로덕션 자체가 대단히 로우파이한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텐타시온처럼 귀가 먹먹할 정도로 뭉개진 베이스를 쓴 것도 아니고, 릴 펌처럼 싸구려 느낌 물씬 나는 미디 소스를 쓴 것도 아니다. 식스나인의 음악을 로우파이하게 만드는 건 오직 그의 목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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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뒤덮은, 아이러니한 상승 곡선


강렬한 음악만큼이나 식스나인이 그려내는 삶의 궤적도 대단히 거칠고, 거칠다는 말만으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시쳇말로 빡세다. 그는 헤로인 밀매도 모자라 자신 소유의 마약 스토어를 운영했었다. 한때 동료였던 래퍼 트리피 레드(Trippie Redd)를 포함해 무고한 사람을 폭행하기도 했었다. 범죄 전과가 있는 건 당연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식스나인은 미성년자를 성적인 퍼포먼스에 이용하며 크게 지탄받은 바 있다(링크). 미국은 미성년자 관련 범죄에 대해 사회적, 법적으로 대단히 엄격한 편이다. 2007년, 에이콘(Akon)은 식스나인과 흡사하게 미성년자를 무대로 올려 성적 행위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가 공식적으사과 바 있다(링크). 힙합이든 아니든 간에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문제시되는 사안인 셈이다. 식스나인 또한 현재까지도 팬들과 매체 사이에서 구설에 오르는 중이다. 아이러니한 건 이 와중에도 그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만 가는 중이다.


♬ 6ix9ine - GUMMO


여기서 힙합 안에서 통용되는 개념인 '스트릿 크레디빌리티'를 논거로 들이댈 수 있다. 래퍼들이그간 자신이 겪어온 거친 거리의 삶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그것이 진실임을 인정받았을 때, 리스너들은 열광했다. 반대로 투 체인즈(2 Chainz)처럼 음악 속 갱스터적인 면모와 반대되는 여리여리하고 유약한 면이 탄로 나면 순식간에 인기가 떨어지기도 했다(링크). 그러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아 래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거 같다던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데뷔한 지가 벌써 몇년 째인가. 또, 이제는 릴 야티(Lil Yachty) 같이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거나 아미네(Amine)처럼 '거리의 삶'과 멀어 보이는 래퍼가 성공하는 게 흔한 시대다. 오케이, 애초부터 그들과 식스나인이 각각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니 스트릿 크레디빌리티의 유무와 대중적 인기간의 상관관계는 차치해두자. 그래도 식스나인의 인기 요인을 이 맥락 하나로 간단히 퉁칠 수는 없다. 스트릿 크레디빌리티는 대체로 처절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저지른 범죄를 통해 쌓인다. 그 안에서 그가 저지른 단순 폭행과 미성년자를 동반한 성적 퍼포먼스를 옹호할 수 있는 논리는 없다.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용인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심각한 범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어느덧 과거의 개념에 가까워진 스트릿 크레디빌리티로만 현재의 인물인 식스나인을 해석할 순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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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삶, SNS, 그리고 분노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름대로 한 가지 가설을 내세워 본다면 식스나인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스트릿 크레디빌리티가 보다 여실히 통했던 시대와 2018년인 현재 사이에는 인터넷을 넘어 SNS라는 큰 매체적 흐름이 있다. SNS는 이제 그 자체로 새로운 맥락이 되었지만, 그로써 기존의 맥락을 파편화하고 해체했다. 다시 말하면, SNS를 통한 이미지와 텍스트는 전보다 더 단일하고 직관적여졌고, 그만큼 대중들은 이 모든 것을 즉시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하게 됐다. 이는 곧 SNS의 대상이 띄는 정체성과 행하는 행동이 진짜인지 아닌지 등을 체크해보는 일종의 검증 과정을 생략하게끔 한다. 그보다는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얼마나 인상적이고, 더 나아가 자극적인가로 판가름할 뿐이다. 즉, 인스타그램을 보고 식스나인과 그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사람은 나중에 몇 가지 사실을 알고 실망할지언정, 일단은 파격적인 비주얼과 괴상하다면 괴상한 행동에 매료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 6ix9ine - Kooda


또 한 가지 이유로는 차별에 대한 분노를 들 수 있다. 힙합 역사 내내 거의 그래왔지만, 최근 공격적인 성향을 표출하는 래퍼 대다수는 유색인종이다. 단순히 백인/흑인식의 이분법으로 볼 게 아닌 게, 식스나인을 비롯해 텐타시온, 릴 펌은 모두 유색인종이자 혼혈인이다. 그리고 근래 들어 미국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권이 출범한 이후로 그들에 대한 차별이 더욱 극렬해지고 있다(링크). 지도자의 언행은 곧 그 나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이전부터 지금까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공개적인 석상에서 꾸준히 내뱉었고, 이것은 현재 미국 사회 내에서 대단히 큰 아젠다가 되었다. 실제로 이 점이 래퍼들, 특히 계속해서 말하는 사운드클라우드 중심의 유색인종, 혼혈인 젊은 래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자신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공식화된 만큼, 그들도 음악 안에서 더욱 공격적인 형태로 분노에 가까운 정서를 표출한다고 볼 수 있다. 꽤 많은 이들이 그 분노로 응집된 노골적인 톤을 깊게 받아들이고, 어쩌면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감정의 배출구처럼 여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회에서 비슷한 차별을 받아온 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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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끝에 식스나인


엄청난 인기와 범죄 전과 외에도 식스나인에게 놀랄 만한 사실은 몇 가지 더 있다. 미국 나이로 스물하나지만 친딸이 하나 있다는 점(링크), 자신이 라이프스타일이라 부르는 ‘69’ 타투가 온몸에 200개 이상 새겨져 있다는 점, 그리고 음악을 하는 이유로 ‘사회의 차별과 괴롭힘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말한 점 등이 그렇다. 과거에는 에이즈 환자였던 친구를 위해 에이즈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에 앞장선 적도 있다. 이쯤 되니 '차별을 없애겠다'는 밝은 부분과, '범죄와 공격성'으로 얼룩진 어두운 부분이 공존하는 사이에서 무엇이 그의 진심인지 감도 잘 잡히지 않는다. 아마 향후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발표했을 때,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글ㅣUrban hip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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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1 2.4 13:51
    비트는 그냥 프로듀서 차이같은데..ronny j 랑 pierre 서로 스타일 개다름 로니는 완전 808로 때려부수고 피에르는 적절하게 하이퀄리티
  • 2.4 14:42
    @PRNCPspace walker
    적절한 표현이네여
  • 2.4 17:41
    궁금한게 백인인가요 흑인인가요 ?
  • 2.4 17:51
    @bompton
    아버지가 푸에토리칸, 어머니가 멕시칸입니다
  • 2.4 18:31

    미성년자를 퍼포먼스에 사용한게 아니라, 미성년자와 성교때문에 깜빵 갔다온겁니다. 보석으로 나왔고, 이번에 검정고시 패스 못하면 다시 들어가고요.

  • @CokeFiend
    아 그래서 어글리 갓이 GED에 돈 대준다니 어쩌니 한거군요
  • 2.5 01:11
    텐타숑같이 좋은 일하면서 범죄도 저지르네요 ㅋㅋ
  • 2.5 20:12
    나는 좀 별루다
  • 2.8 21:05
    인스타에 자꾸 뜨길래 누군가 했었는데 음악 들어보니 저도 릴펌보단 더 느낌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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