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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의 선곡 - 2018년 2월 2회차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2.19 15:29추천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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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2월의 두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여섯 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Lily Allen (Feat. Giggs) - Trigger Bang


<2주의 선곡>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절주절 쓰는 곳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하필이면 내 글이 항상 제일 먼저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사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작년 이맘때 크게 아팠고, 그 후유증을 올해 겨울에 똑같이 느끼고 있다. 몸 상태가 이렇다 보니 당연히 일이든 뭐든 잘 될 리가 없고, 훨씬 추워진 겨울 때문에 몸은 더 힘들다. 연휴조차 쉬는 느낌을 단 하루도 받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긴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도 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지만, 역시 쉬운 건 없다. 때마침 하는 일에 많은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어차피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것들, 혹은 지나간 것들에 관한 회의도 조금 느껴졌다. 그럴 때는 역시 나보다 더 큰 존재를 보며 뭔가를 배우고자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 곡은 릴리 알렌(Lily Allen)이라는, 영국의 팝스타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지닌 음악가의 곡이다. 세계적인 히트곡도, 공백기도 있었고, 화려한 재기를 도모했음에도 마땅치 않았던 적도 있지만,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과 정체성, 트렌드 사이에서 접점을 잘 찾아낸 듯하다. 이 곡의 차트 성적은 그럭저럭에 그치지만, 이제 다음 스텝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나는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다. 나도 인기나 성적보다는, 좋은 평판이나 화려한 성과보다는, 적어도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 내가 하는 일을 잘하고 싶다. - bluc







Kyle Dion - Brown


노래나 앨범 타이틀에 색을 나타내는 단어가 있으면, 색이 주는 이미지를 연상하며 곡을 들어보는 편이다. 나름의 예지력 테스트를 하는 셈인데, 요새 들어 꽤 높은 적중률을 기록하고 있는지라 덩달아 자존감까지 높아지고 있다. 그런 나의 예지력 상승을 자랑하기 위해 카일 디온(Kyle Dion)의 “Brown”을 소개한다. 노래를 듣기 전 카라멜과 초콜릿이 주는 달달함과 끈적함을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들어맞아 지금까지도 자주 듣고 있다. 연인과의 특별한 기념일이나 발렌타인데이와 같은 날에 들으면 더욱 좋을 거라 자신한다. – Geda








Princess Nokia - Soul Train

오랫동안 팝을 들어온 이들에겐 보즈 스캑스(Boz Scaggs)의 “Lowdown”으로, 힙합 마니아들에겐 메탈 핑거스(Metal Fingers)의 “Black Snake Root”으로 들릴 것이다. 메탈 핑거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엠에프 둠(MF Doom)이 보즈 스캑스의 곡을 샘플링해서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4년이란 시간이 흘러, 프린세스 노키아(Princess Nokia)가 보컬을 올렸다. ‘Soul Train’이라, 제목부터 클래식하다. 빈티지하고 클래식한 질감이 충만하다. 1970년대로 회귀하게 하는 마법 같은 사운드와 비주얼의 향연이다. - 류희성






Kendrick Lamar (Feat. Rihanna) – LOYALTY.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를 봤다. 하지만 보다시피 이번주 선곡은 <블랙 팬서> OST가 아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블랙 팬서> OST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점이 이 곡을 연상케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영화 속 어떤 대사 때문에 문득 이 곡이 떠올랐다. 스포를 방지하기 위해 적당히 말하자면,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넌 누구한테 충성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 대사가 머리를 때렸다. 어찌어찌 영화를 다 감상한 후, 집으로 가는 길에 “LOYALTY.”를 재생했는데, .‘Tell me who you loyal to’라는 켄드릭 라마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여태껏 무엇을 좇으며 살아왔던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새벽이라 그런지 집으로 가는 길은 안개로 가득했다. - L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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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솔 - 섬


인기 있는 류의 힙합이라면 대개 순간적이고 혼란스러운 맛이 있지 않나 싶다. 길고 깊게 숨을 들이쉬면 알 수 없고, 만들어낼 수 없는 즉석적인 그런 맛. 그래서 뭘 어떻게 써도 웬만하면 '세줄 요약 좀'을 외치는 요즘 시대에 잘 맞는가 보다. 삶이 어디까지 갈지라도 영원히 간다는 10대, 20대에 가장 좋아했던 음악은 힙합일 테지만, 가끔은 그 번잡함에 신물이 날 때가 있다. 한 2, 3여 년 전부터는 종종 그 알 수 없는 마음의 헛구역질을 할 때마다 포크를 찾는다. 사실 기타만 친다고 다 포크가 아닌 것만 알지, 정확하게 포크가 어떤 장르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하게 느끼는 건 포크처럼 속도를 죽인 채로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이 또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빨리 가도 사람의 정서는 남겨진 채로 느리게 흘러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달까. 많은 포크 뮤지션이 테이크아웃드로잉과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해 나서고, 젠트리피케이션세월호를 노래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움직이는 이들에게도 삶과 음악은 있어야 하니까. 무튼, 포크를 들으면 혜민 스님이라도 된 마냥 멈추면 비로소 못 보던 걸 볼 수 있다는 둥 뜬구름 잡는 이상한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혼탁한 세상에 뒤틀린 속을 차분히 어루만질 수 있어서 좋다. 최근에는 제주 처녀였던 강아솔의 3년여 만의 신작 [사랑의 시절]이었다. "섬"은 이 앨범의 시작이 되어준 곡이라고 한다. 외로움과 괴로움, 그리고 자괴감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던 중에 만든 곡이라는데, 가사도 쉽게 나오지 않았고 앨범 전체적으로도 몇 번을 쓰고, 고쳐 쓰고, 덮고, 들추고를 반복했다고. 그래도 그 길다면 긴 시간을 보냈기에 음과 음을, 말과 말을 오만하게 다루지 않고 스스로의 슬픔을 잘 보살필 수 있었던 거 같다. 소박한 1집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 어찌 보면 조금은 상투적인 2집 [정직한 마음],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두터운 감정의 폭이 휘감는 3집 [사랑의 시절]까지, 제주 사람 혹은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사람의 매서운 섬 바람 같지만 따뜻한 음악이 여기 있다. - Melo







YG (Feat. Sad Boy, AD, Bricc Baby) - Don't Come To LA

서부 갱스터 래퍼들과 식스나인(6ix9ine) 사이의 신경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멕시칸 갱스터 래퍼 스팽키 로코(Spanky Loco)가 식스나인을 비판한 걸 시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미스터 카포네 이(Mr. Capone-E)와 키드 프로스트(Kid Frost) 같은 OG들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식스나인도 이에 질세라 SNS를 통해 반격에 나섰지만, 설상가상으로 다른 서부 래퍼들의 심기까지 건들고 만 것 같다. YG는 싱글 “Suu Whoop”을 공개하며 식스나인을 무시했고, 같은 레이블 슬림 400(Slim 400) 역시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표했다. 블러드(Bloods), 수레뇨스(Sureños) 할 것 없이 뜻밖의 한마음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식스나인의 LA 공연이 ‘안전상의 문제’로 취소된 게 차라리 잘된 일 같기도 하다. 그가 그동안 얼마나 거칠게 살았든, 이번만큼은 자존심 버리고 'Don’t Come To LA'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 Urban hippie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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