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그.알: Curtis Mayfield - Superfly (1972)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2.09 06:02조회 수 740댓글 0

thumbnail.jpg

알앤비 음악 좀 듣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슈퍼플라이(Superfly)>다. 영화의 주인공인 목사는 마약상으로 투잡을 뛴다. 다소 파격적인 주인공 직업 설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는 조악한 화질, 둔탁한 화면 전환, 어색한 연기는 감상을 방해한다. 물론, 가장 먼저 인지되는 것은 영상이 아닌 음악이다. 이 영화에서 음악이 쓰인 방식은 다소 무식하다. 평소엔 아무런 소리가 없다가, 주인공이 장소를 이동하는 순간에는 무조건 등장한다. 향했던 장소에 도착하면 페이드아웃으로 음악이 마무리된다. 둔탁하게 곡을 뚝 끊어서 끝내버리기도 한다. 각각의 곡과 씬의 분위기는 일치하지만 허술한 편집 때문에 영상과 음향이 함께 흘러간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슈퍼플라이>를 보는 이유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의 명반 [Superfly]이기 때문이고, 영상을 제외한 채 감상해온 노래들이 영화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단순히 음악으로만 감상하며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굳이 영화까지 찾아보지는 않아도 될 일이다.

장르로 따지자면 <슈퍼플라이>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에 속한다. 섹스, 마약, 폭력 등 선정적인 주제를 다루는 B급 영화 장르인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Exploitation Film)의 한 갈래로, 흑인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슈퍼플라이>는 흑인 사회 내의 마약과 폭력을 과격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룬다. 조장하는 게 아니라, 게토의 어두운 현실을 반대하는 계몽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의식을 더 먼저 시도한 영화는 따로 있다. 다른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인 1971년작 <샤프트(Shaft)>다. 소울/훵크 뮤지션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가 사운드트랙을 담당했다. 같은 해에 마빈 게이(Marvin Gaye)는 인류애, 반전운동, 환경보호 등을 역설했던 [What's Going On]을 발표했으며, 이에 영향을 받아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는 인종차별, 마약 등의 문제들을 꼬집은 [Innervisions]를 1973년 발표하기도 했다. 

흑인들의 인식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1960년대 흑인 사회를 휩쓸었던 민권운동의 의식은 1970년대에 들어서, 개인이 직면한 문제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됐다. 영화/음악계 인사들은 작품 활동으로 이러한 의식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려고 했다. 커티스 메이필드 역시 1960년대 그룹 임프레션스(The Impressions)로 활동할 때부터 흑인들의 인권에 대해 노래해 많은 공감을 샀던 인물이었다.


643f4f136d88e1eeafb4b13ff2da0da9.jpg



물론, 이러한 사회적 의미 또는 주제의식만으로 [Superfly]의 성적을 설명하긴 어렵다. 팝 앨범 차트와 알앤비 앨범 차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1960년대엔 소울 그룹 임프레션스의 리더로 인기를 누렸고, 70년대엔 솔로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커티스 메이필드였다. 그는 밴드로 한 번, 솔로로 한 번, 알앤비 차트에서 넘버원을 기록한 적이 있었지만, 팝 차트에선 기록이 전무했다. 급기야 퓨전 재즈적인 성격을 띠는 "Give Me Your Love (Love Song)" 같은 곡 덕분이었는지, 재즈 앨범 차트에서는 2위에 올랐다. 싱글 “Freddie's Dead"와 ”Superfly"는 팝 차트와 알앤비 차트에서 각각 4위와 2위, 8위와 6위에 오르는 대형 히트를 기록했다. 재즈와 알앤비를 넘어 팝 영역까지 진출한 [Superfly]는 특정한 영역에 구속되어 있던 당시의 흑인들이 꿈꿨던 지향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커티스 메이필드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어두운 사운드에 담아냈다. 하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은 훵크다. 댄서블하고 직관적인 소리의 전형적인 훵크라기보다는 훵크의 관악기,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가 동원된 훵키한 소울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커티스 메이필드가 종종 선보였던 사이키델릭 소울과도 일정 부분 상통한다. “Freddie's Dead”과 “No Thing On Me (Cocaine Song)” 같은 곡에선 클래식 현악기를 동원하여 조금 더 매끈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렇듯 [Superfly]는 영화의 성공적인 사운드트랙 앨범이자 커티스 메이필드의 커리어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앨범이다. 하지만 이에 국한해서 설명한다면, 이 작품을 상당히 과소평가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Superfly]는 영화와 사운드트랙 요소를 넘어 1970년대 흑인들의 정신과 지향점까지 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 Curtis Mayfield - Superfly


글 | 류희성


  • 3

댓글 달기 WYSIWYG 사용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검색

이전 1 ... 7 8 9 10 11... 151다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