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앨범] Joell Ortiz & Illmind - Human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15.08.18 13:51추천수 4댓글 2

joell-ortiz-illmind-human.jpg

Joell Ortiz & Illmind - [Human]

01. Human (Intro)
02. New Era
03. I Just Might
04. My Niggas
05. Six Fo’
06. Light A L
07. Lil’ Piggies
08. Latino, Pt. 2 (Feat. Emilio Rojas, Bodega Bamz & Chris Rivers)
09. Who Woulda’ Knew (Feat. Father Dude)
10. Bad Santa (Feat. Jared Evan)
11. Human (Outro)


[Human]의 등장은 일찍이 예견됐다. [House Slippers]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엘 오티즈(Joell Ortiz)와 일마인드(Illmind)는 지속해서 서로의 유대감을 강조해왔다. 두 아티스트는 각자 푸에르토리코 혈통과 필리핀계 미국인이라는 인종적인 특징을 공유했고, 이를 음악에 적절히 녹여내기도 했다. 그러나 친밀도와는 별개로 둘의 음악적 교감에 대해서는 그간 의문이 존재했다. "House Slippers"와 "Dream On"에서 드러난 시너지는 기대 이하였고, 평범함 그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해내지는 못했다. 당시 조엘 오티즈와 히트메이커즈(The Heatmakerz)의 궁합이 더욱 돋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둘의 1 MC 1 프로듀서 조합에 확신을 내리기는 더욱 어려웠다.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맞이한 [Human]은 결과부터 말하자면 준수한 작품이다. 혹자들은 킬링 트랙의 부재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조로운 흐름을 단점으로 꼽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를 상쇄할 만큼 두 아티스트는 준수한 호흡을 선보인다. 핵심적인 부분은 역시 프로듀싱이다. [Human]의 중심을 이루는 프로듀싱은 전반적으로 화려하지는 않다. “Human (Intro)"에서 "My Niggas"에 이르기까지의 초반부는 한 곡이 아니냐 싶을 정도로 통일감을 유지한다. 그 이유는 본 작을 이끄는 일마인드의 작법에 있다. 전체적으로 그는 다양한 변주와 실험적 시도를 추구하지 않았다. 일마인드는 다채로운 소스를 가져가기보다는 묵직한 드럼 킷을 중추로 단조로운 짜임새를 주조해 냈고, 그 진행 역시 최대한 간결하게 유지한다. 다양한 악기의 융화를 통한 세밀한 표현보다는, 큰 울타리를 제공함에 집중한 모양새다. 일마인드는 각 곡의 분위기를 연관성 있게 구성하고, 이를 유기적인 흐름으로 이어 붙인다. 

이렇듯 일관된 프로듀싱은 복합적인 서사를 준비한 조엘 오티즈의 랩에 확실한 조력자이자 든든한 배경이 된다. 기성 래퍼들에 대한 비판을 읊어낸 “Lil' Piggies”나 뉴에라(New Era) 모자에 자신을 상징하며 진정성을 드러내는 “New Era”처럼 강경한 내용이 돋보이는 곡과 "Bad Santa", "Who Woulda' Knew"처럼 개인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춘 곡 등은 서사가 상이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결을 같이 한다. 통일감 있는 프로듀싱은 조엘 오티즈라는 래퍼가 가진 가사적인 측면을 일정하게 조명하고, 모든 내용이 결국 동일한 사람의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게다가 일마인드는 심볼릭 원(Symbolyc One), 스카이주(Skyzoo)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앨범에 더하며 [Human]에 다소 부족했던 유연성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앨범의 또 다른 주인 조엘 오티즈는 이전 작보다 조금 더 담백한 어투를 구사한다. 몇몇 곡에서 다소 격양됐던 [House Slippers]와 달리, [Human]에서 그는 진중한 전달력에 초점을 맞춘다. 종종 선보였던 익살스러운 추임새 역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전 작에서 무던하게 드러냈던 무게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조엘 오티즈는 래퍼로서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도 똑같은 인간 중 하나임을 담담히 밝히고("Human (Outro)"), 의식 없는 래퍼를 어린 돼지에 비교하며 강경함이 부족한 이들에 대한 풍자를 늘어놓기도 한다. (“Lil' Piggies”) 다채로운 플로우와 테크닉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매 곡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조엘 오티즈의 중량감과 여유로움은 [Human]을 단단하게 조인다. 

♬ Joell Ortiz & Illmind - Latino, Pt. 2

러나 본 작은 아쉬운 부분 역시 명확하다. 앞서 큰 특징으로 언급한 통일된 프로덕션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Human]은 각 곡의 연결고리와 유기성을 강조한 나머지 앨범의 전체적인 파동이 과하게 평이한 편이다. 특히, 중간에서 악센트 역할을 해야 했던 "Six Fo'"와 "Latino, Pt. 2"는 총괄적인 흐름 앞에 그 매력이 다소 묻힌 듯하다. 텐션을 끌어올리고, 어느 정도 킬링 트랙의 효과를 이끌어야 할 곡들이 제힘을 못쓰다 보니 앨범은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지겹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기대를 모았던 "Latino, Pt. 2"는 많은 피처링진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큰 임팩트를 제공하지 못한다. [The Brick: Bodega Chronicles]에 실렸던 "Latino"의 후속이었던 본 트랙은 중구난방식의 구성으로 원곡이 가진 유연함을 크게 잇지 못했고, 도리어 통일성을 일정 부분 해치기까지 한다. 에밀리오 로하스(Emilio Rojas), 보데가 밤즈(Bodega Bamz), 크리스 리버스(Chris Rivers) 등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끌어내지 못했음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조엘 오티즈와 일마인드의 1 MC 1 프로듀서로서의 조합과 그 결과물은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보였다. 그러나 일장일단이 돋보였던 앨범의 특성상 [Human]은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확실히 본 작은 단번에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인 음반은 아니다. 그러나 천천히 그 흐름과 분위기를 음미하고, 내용적 진중함을 곱씹어 볼 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준수한 앨범 그 이상의 수식어를 수여할 수는 없지만, [Human]은 분명 재야에 묻히기에는 아까운 앨범이다.


글 | Beasel
신고
댓글 2
  • 8.18 22:07
    리뷰 잘 봤습니다 :) 이 앨범 나오자마자 들었는데 준수하다는 표현이 적당한거 같네요 아쉽긴하면서도 조엘의 진지한면모를 본 듣기 괜찮았던 앨범
  • 8.20 11:17
    리뷰 잘 읽엇어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