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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피비알앤비 삼대장 이야기

title: [회원구입불가]HRBL2015.08.05 12:36추천수 23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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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피비알앤비 삼대장 이야기


2010년대 알앤비 씬에 불어닥친 가장 큰 변화는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성행이다. 최근에는 보편적인 알앤비 문법을 따른 트랙만을 수록한 앨범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특히 피비알앤비(PBR&B)라고 부르는 음악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타 장르 음악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눅눅한 질감의 드럼과 신디사이저 활용을 자주 하는 피비알앤비는 장르 씬에도, 메이저 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많은 이중 미겔(Miguel)과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더 위켄드(The Weeknd)는 피비알앤비의 긍정적인 흐름에 크게 기여한 아티스트다. 셋은 피비알앤비라는 단어로 묶이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며 성장해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피비알앤비계의 삼대장이라 불리는 세 아티스트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알려지기 전까지의 커리어


1985년생으로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미겔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Kaleidoscope Dream]의 성공 전까지 꽤 많은 굴곡진 시기를 거쳤다. 그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을 가까이 한 덕에 꽤 이른 시기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4년 블랙 아이스(Black Ice)라는 인디펜던트 레이블과의 계약이 뮤지션으로서 미겔의 첫 발걸음이다. 하지만 서두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언급했듯 그는 그 시기에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2006년 “Getcha Hands Up”이라는 이름의 곡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했을 뿐이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Getcha Hands Up”을 두고 미겔은 자신이 우스꽝스럽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당시 그의 고충이 짐작된다. 그렇게 싱글 발표 후 그는 자신의 첫 번째 레이블과 결별한다. 그리고 얼마 후 미겔은 또 다른 기회를 맞는다. 바로 2007년 이뤄진 자이브 레코즈(Jive Records)와의 만남이다. 당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미겔에게 자이브 레코즈는 큰 행운이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듯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했다. 자이브 레코즈는 미겔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블랙 아이스가 계약 위반 건으로 미겔에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미겔은 완성한 앨범 [All I Want Is You]를 약 2년 넘게 발표하지 못한다. 그 사이 미겔이 어셔(Usher),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 등의 결과물에 참여하긴 했지만, 자신의 작품을 내놓지 못했으니 그리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미겔에 비하면 더 위켄드는 괜찮은 편이다. 비록 가정사가 그리 순탄하지 못하지만, 그는 할머니 곁에서 사랑받으며 자랐다. 더 위켄드 또한 알앤비, 소울, 힙합, 훵크뿐만 아니라 인디 락과 펑크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을 접하며 성장했다. 이후 그는 클럽을 다니며 공연을 통해 내공을 쌓는다. 사실 더 위켄드의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은 프로듀서 제레미 로즈(Jeremy Rose)와의 만남부터다. 그는 어두운 알앤비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 위켄드에게 제안한 이다. 실제로 더 위켄드를 세간에 알린 “What You Need”, “Loft Music”, “The Morning”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의 성공은 이 세 곡을 유투브에 업로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곡가인 제레미 로즈는 공개하길 원하지 않긴 했지만 말이다. 


프랭크 오션은 한 번 좋은 흐름을 탄 뒤 승승장구한 경우다. 그 또한 어릴적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많은 음악을 접하며 자랐다. 이러한 배경이 프랭크 오션에게는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이는 청소년 시절부터 각종 허드렛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스튜디오를 빌려 가며 작업하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렇게 역량을 키운 프랭크 오션은 자신이 살던 루이지애나를 떠나 LA에서 지내면서 좋은 기회를 맞이한다. 그는 친구네 스튜디오에서 데모 테입을 만들고 이를 LA 전역의 음악 업계 관계자에게 돌린다. 데모 테입은 프랭크 오션을 프로듀서로서 활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후 그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브랜디(Brandy)와 같은 아티스트의 곡에 참여하고, 비슷한 시기에 오드 퓨처(Odd Future)에 합류한다. 결과적으로 LA는 그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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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션 


미겔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덕션에는 일렉트릭 기타의 적극적 활용을 비롯해 락의 요소를 많이 가져온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지향하는 다수의 음악가가 신디사이저를 중심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반면에 미겔은 리버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거나 드럼 배치 방식으로 곡을 꾸민다. 몽롱함이 많이 가미된 피비알앤비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밝은 색채도 그의 프로덕션에서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한 곡안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있고, 일렉트릭 기타 등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여러 시도를 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자막 M/V] Miguel - Simplethings


더 위켄드의 프로덕션은 여러모로 피비알앤비의 전형으로 비춰진다. 그가 노래하는 필드는 신디사이저를 기반으로 음산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러한 분위기와 악기 구성은 다수의 알앤비 아티스트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위켄드의 프로덕션이 타 아티스트와 비교했을 때 평이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의 프로덕션은 트립합(Trip hop)과 덥스텝(Dubstep) 등 전자 음악의 요소와 알앤비의 결합이 인상적이고, 이는 더 위켄드 음악의 개성으로 이야기할 만하다. 오히려 더 위켄드의 스타일을 타 아티스트가 흡수하면서 피비알앤비의 전형이 생겨났다고 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자막 M/V] The Weeknd - The Hills


프랭크 오션의 프로덕션에선 제일 먼저 안정적인 분위기가 눈에 띈다. 앞서 이야기한 두 아티스트의 프로덕션이 타 장르와의 결합이 두드러지면서 독특함을 자아냈다면 프랭크 오션은 서정적인 매력을 뽐낸다. 이를 위해 그는 다채로운 소리를 내는 악기 소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더불어 미니멀한 구성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비교적 소리를 가득 채우며 가끔은 과장된 사운드라고 느껴지는 미겔과 더 위켄드에 비해 프랭크 오션은 정제된 사운드를 구현한다. 그의 비트는 음울함을 품고 있으면서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즉, 정적인 매력을 기반으로 한 프로덕션이라 할 수도 있겠다. 


[자막 M/V] Frank Ocean - Pyram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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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미겔은 풍부한 울림을 전해주는 보컬리스트다. 그는 자신의 세련된 보컬 색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프로덕션에 알맞은 소리를 낼 줄 안다. 그는 코러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더불어 그가 노래하는 높은 채도의 프로덕션에 발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보컬을 구성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보컬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부분은 이따금 터져 나오는 샤우팅이다. 미겔이 선보이는 결과물의 프로덕션이 그렇듯 그의 보컬 또한 락에서 들을 법한 요소가 있는데, 이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때가 바로 격정적인 구간이다. 강한 에너지의 기타 사운드와 훌륭한 화학적 결합을 보여주는 미겔을 볼 수 있다. 


[자막 M/V] Miguel - Do You...


더 위켄드의 보컬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아티스트라면 단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다. 목소리의 톤이나 전체적인 창법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비교는 일반적으로 양쪽 모두에게 달갑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는다. 뮤지션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리 긍정적인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위켄드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일단 더 위켄드 자신은 마이클 잭슨과 자신이 함께 언급되는 데에 대해서 호의적인데, 무엇보다 비교 대상이 워낙 전설적인 아티스트라는 점 때문이다. 더불어 더 위켄드에게는 보컬리스트로서 타 아티스트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여럿 있다. 애잔함을 토대로 여러 감성을 담고 있는 보컬 톤, 어떠한 형태의 프로덕션에서도 본연의 소리를 내는 보컬 전개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면에서 여러 장르를 조합해 알앤비화 하는 프로덕션의 장점을 이어가는 데에 그의 보컬이 한몫한다고 할 수 있다.


[자막 M/V] The Weeknd - Often


프랭크 오션의 목소리에는 고유의 외로움이 담겨 있다. 덤덤한 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는 잘 다져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보컬을 구성해 노래하는 그는 깊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가성을 통해 음울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보컬 진행의 강약을 영민하게 컨트롤하는 면모도 그의 강점이다. 프랭크 오션은 기교를 부리면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려 하지 않는다. 적당하게 힘을 내고 소리를 조절한다. 그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절제미 일부가 프랭크 오션이 노래하는 방식에서 나온다고 해도 무방하다. 


[자막 M/V] Frank Ocean - Bad Religion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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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미겔의 성공작 [Kaleidoscope Dream]은 여성에 대한 사랑을 소재로 하여 전개한 앨범이다. 이를 표현하면서 그는 단순히 직접 표현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혹은 섹시하게 꾸며내려 했으며 이를 훌륭히 해냈다. 최근작 [Wildheart] 또한 전체적인 결은 전작과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더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섹스와 사랑에 대해 노래했다는 정도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미겔의 가사에 대해 한 단어로 정리해보라고 하면 '기승전섹' 혹은 '기승전럽'이라고 이름을 붙이겠다. 미겔은 사랑에 대해 주야장천 노래하면 지루할 수도 있다는 점을 다채로운 비유와 특별한 소재 선정을 통해 해결하는 편이다. 미겔의 음악은 프로덕션에서도, 보컬에서도 섹시함을 품고 있다. 그리고 가사는 미겔의 섹시함을 정점에 이르게 하는 요소이다.


[자막 M/V] Miguel - Adorn (Live)


더 위켄드의 가사 또한 미겔의 경우처럼 프로덕션과 그 궤를 같이한다.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사운드처럼 그의 가사도 사랑에 대한 열망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무질서한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 가사 전개 방식도 프로덕션과 닮아있다. 흐름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칙적인 프로덕션처럼 트랙 속 화자의 시선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점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더 위켄드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의 가사였고, 이러한 특성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음악적으로 큰 변화를 꾀하지 않은 더 위켄드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데는 이렇듯 그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막 M/V] The Weeknd - Belong To The World


리스트 내 모든 아티스트가 그렇듯 프랭크 오션 또한 다방면에 뛰어난 역량을 갖춘 아티스트다. 프로듀싱도 곧잘 하고, 훌륭한 보컬리스트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데뷔작 [Channel Orange]가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사이다. [Channel Orange]에서 프랭크 오션은 사랑에 대해 노래하면서도 기존의 알앤비 아티스트와는 완벽히 다른 작사 방식을 택했다. 그는 대단히 영민한 은유를 통해 곡을 전개하며 이러한 면모는 청자로 하여금 음악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또한, 이는 프랭크 오션이 담아낸 감성을 온전히 느끼게 하기도 한다. 사랑 앞에서 진실된 자세를 취하는 트랙 속 화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다. 


[자막 M/V] Frank Ocean - Thinking Bout You



글│HRBL
신고
댓글 21
  • 8.5 12:52
    삼대장에게 찬양경배
  • 8.5 12:57
    정말 지겹게 언급되는 삼대장이지만 음악은 지겨울 수가 없네요. 잘 보고 갑니당
  • 8.5 13:12
    굿
  • 8.5 13:29
    잘읽고 갑니다
  • 8.5 13:46
    글 완전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삼대장에게 경배를 ...!!
  • K$
    8.5 16:36
    인정
  • 8.5 19:55
    차례대로 커리어 정점을 찍어가는듯 미겔빠였는데 이젠 위켄드빠
  • 8.6 01:29
    pink matter 한곡만으로도 오션을 미겔이나 더 위켄드랑 묶는건 예의가 아니죠^^ 안드레한테 안발릴 송라이터가 이 씬에 존재하긴 하는지.. 하지만 앨범을 안냈으니 같이묶여도 쌈
  • 8.6 02:05
    와 이렇게 쉽게 쉽게 몰입하면서 읽은 글 오랜만이네요
  • 8.6 02:06
    글 잘 읽었습니다. 처음으로 글써보네요.
    음악하는 입장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과거사에 매우 흥미가 있는데앞으로 이런 기획 기사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8.6 07:28
    좋은 글이네요.ㅎㅎ.* [자막 M/V] Miguel - Do You... 링크 수정해주세요 ㅎㅎㅎ
  • 8.6 10:04
    @잉꼬ooh
    수정됐습니다. 감사합니다.
  • 8.6 09:08
    전 미겔이 좋습니다!! 미겔 최고!! 미겔 짱!!
  • 8.6 10:33
    thanx
    I enjoyed reading ur article
  • 8.7 01:14
    좋은글!
  • 8.8 17:33
    글참좋다

    프랭크오션은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쓸쓸한 감성이 너무좋아요
  • 8.10 00:26
    솃댜 념 죠야얀~~~~!~!~!♥
  • 8.10 17:19
    트릴로지듣고 푹빠졌어요 ㅎㅎ
  • 8.10 23:01
    Swag!
  • 8.11 10:35
    위켄드 머리에 야쟈열매 맺힐 거 같아요
  • 5.22 20:33
    위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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