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ff Mills - [Jeff Mills at The Liquid Room (DJ Mix)]
사랑이라는 표현으로, 147 BPM의 포-온더-플로어는 칼리지 커플들의 데이-오프 코스라고 상상해본다. 이렇게나 건조한 사랑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아무렴 어떤가. 해가 저문 뒤 쌀쌀한 가을 바람이 가볍게 겉옷을 스치는 저녁녘에,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 함께 거리를 거닐며, 조금은 어색하지만 모르던 영화나 음악 취향을 물어보며 함께 먹을 식사를 포장하고 돌아가는 그런 풋사랑의 장면들. 자막 없는 바다 건너의 영화를 보더라도 포옹과 키스엔 언어나 문법 따위가 없기에 사랑이란 제법 이름 붙이기에 나름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어떤 단어와 문장을 구사하더라도 드럼 비트 아래에선 모두 명명백백한 사랑이다. 브로스텝이라도, 프렌치 하우스라도, 디트로이트 테크노라도 말이다. “The Bells”를 반복과 강조로 보는지 복제와 되풀이로 보는지는 생각하기 나름의 영역이다. Jeff Mills의 초식이고, [Jeff Mills at The Liquid Room (DJ Mix)]의 초식인데, 그의 명성과 영예를 떠나서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제일 멋진 작품을 만들기란 언제나 존경과 경외의 대상임이 틀림없다. 그러니 적어도 나에겐 거장이 아닌 재주꾼이란 말로 갈무리하고 싶다.

Fatboy Slim - [You've Come a Long Way Baby]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주인공이 The Prodigy든, The Chemical Brothers든, 빅 비트는 언제나 실없고 꾸준하게 문을 두드린다. 감정의 벽은 진동의 주파수로 무너지며 고작 노크 따위에게 함락당하고 만다. ‘익살스럽다’는 작위적인 표현이 가장 덜 작위적인 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Fatboy Slim은 제일 가는 노크의 장인이다. 루프와 약간의 변주 아래 두 문장 내외와 반복의 반복으로 빼곡한 노랫말은 초면에 ‘안녕’ 그리고 ‘반가워’ 정도의 아침 인사를 건네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 순진한 풋내기는 낯가림이나 거리낌이 없고 다소 기상천외할 만큼 열심이다. 시커먼 장례식장 차림으로 줄자와 계산기를 가져다 대는 샌님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다. 목적은 단 하나. 말뿐이라도 눈꼬리를 찡긋대는 순간 웃음이 번지면 곧장 성공이다. 제 이름부터 말이 안 되는 두 단어의 조합인데, 누가 자꾸 댄스 음악에 논리와 인과를 끼워맞추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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