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IBI [EVE : ROMANCE]
https://youtu.be/aIZuClBZy9I?si=RTuPkeMcJ61QxRxJ
BIBI - Real Man
밤양갱으로 엄청난 히트를 치고 해당 곡이 앨범에 수록된다고 했을 때와 앨범의 주제가 로맨스라고 했을 때 나는 모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밝은 사랑노래가 잔뜩 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의 곡들이 많으면 내 취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음악과는 상관 없을 수 있지만 연기로도 인정받은 만큼 그녀는 대중적인 인기에 더욱 집중하지 않을까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기분좋게 빗나갔다. 물론 밝고 귀여운 곡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꽤 묵직하고 진한 분위기에 섹슈얼한 은유들을 잔뜩 담은 앨범이 나왔기 때문이다. 너무 좋았다. 직관적으로 너무 좋았다. 사실 데뷔 초부터 비비의 팬이었지만 앨범은 아쉽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이 앨범은 그녀가 뛰어난 음악가임을 공고히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중가수가 다루기 힘들만큼 성적인의 사랑에 기반한 표현들을 발칙하고 재치있게 풀어내면서 곡마다 다른 분위기에 맞게 보컬을 활용하는 그녀는 자신의 중심이 음악에 있음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2. shinjihang [NONG]
https://youtu.be/PsoOGbkKgZw?si=eLhdL-p6Z1FEJ9ja
shinjihang - BREATHE feat Fisherman
스윙스가 이끄는 에이피 알케미(AP Alchemy)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처음 접한 신지항은 내게 아무런 데이터가 없었다. 다만 랩을 너무 잘했다는 거. 그게 가장 큰 인상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래퍼로서 활동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알앤비 앨범으로 데뷔 할 것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노래할 때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심지어 앨범의 모든 곡에 작사, 작곡, 편곡, 악기 연주는 물론이고 믹스와 마스터까지 모두 스스로 해냈다. 말도 안돼. 곡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전위적인 모양새인데 이게 어설프지 않다. 그래서 화려한 편곡들 사이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의 탄생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심지어 알앤비뿐만 아니라 랩도 잘하는데 다음엔 어떤 걸 가져올 지 기대를 안할 수 없다.
3. 윤다혜 [개미의 왕]
https://youtu.be/_vPxnBbB73g?si=ei-Hbb9YAVGjg3Cx
윤다혜 - 신 시티(Sin City)
알앤비가 리듬앤블루스인 만큼 리듬에 가장 집중한 앨범처럼 느껴졌다. 앨범 초반부에 쉴새없이 달리는 빠른 리듬에서도, 중반부의 미디엄 템포에서도, 후반부의 락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리듬을 자유롭게 녹여냈다. 사실 주제부터 독특한 제목(ex. 그녀는 손가락 금붕어)에서 보이다시피 가사에도 재미있고 창의적인 의미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그것까지 챙겨 듣지는 못했다. 아마 들으면 들을수록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만 같은데 그저 사운드만 청취한 것같아 아쉽다. 아마 날 잡고 한번 더 제대로 듣지 않을까 싶다.
4. Dijon [Baby]
https://youtu.be/jTuAgBRFR2Q?si=66OjKqhSZZuO36eu
Dijon - my man
장르의 범주를 떠나서 가히 올해 최고의 앨범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내게는 후술할 제인 리무버(Jane Remover)의 앨범과 호각을 다툰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알앤비만의 펑키한 사운드를 제 멋대로 정립한 디존은 아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창성을 선보였다. 마치 프린스(Prince)의 유전자가 담겨있는 듯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거나 단순하게 계승한 것 또한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마치 돌연변이가 태어난 장면을 목격한 듯했고 수많은 알앤비 아티스트들이 이로 인해 벽을 느꼈을 듯하다. "어쿠스틱하며 펑키하고 올드스쿨하지만 신선하고 세련됐다." 라는 장황한 미사여구가 어울리는 앨범이라면 이해가 될까. 당신이 어떤 장르를 좋아하던 이 앨범은 반드시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 앨범은 단순히 올해의 명반이 아닌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영원한 명반이 될 것이다.
[K-POP 및 기타 장르]
1. NMIXX [Blue Valentine]
https://youtu.be/m77BT9Rwt3E?si=tqqYcAT1NoSgatve
NMIXX - Reality Hurts
단언한다. 올해 최고의 케이팝 앨범이다. 그동안 엔믹스는 믹스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정립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쳐왔다.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섞는다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겐 낯설었고 그렇기에 오글거린다거나 노래가 이상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혹자는 그룹 명에도 명시된 "믹스(MIXX)"를 버려야 성공할 것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던 엔믹스는 가장 일반적인 대중들을 향해야 했을 것이기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Fe304 : FORWARD]를 통해 각성한 뒤 본 앨범을 통해 마침내 믹스팝이라는 장르를 정립했다. 그들은 팝그룹으로서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젠 곡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도, 심지어는 팔리지 않을 법한 장르라 할 지라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2번트랙부터 시작되는 초반부의 곡들은 굉장히 파워풀하고 실험적임에도 그들은 망설임없이 뛰어든다. 타이틀곡인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처럼 말도 안되게 템포가 변하는 곡이 이제는 정체성이 되었다. 케이팝 그룹으로서 가장 레드 오션이었던 분야를 개척한 그들이기에 다음 행보가 더더욱 기대된다.
2. JENNIE [Ruby]
https://youtu.be/cXmYNmQ4BuM?si=eeGjn8bpyJguqqek
JENNIE - ZEN
블랙핑크로서 대한민국 최정상의 성과를 거둔 그녀는 이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룹의 성공도 있었지만 이는 YG식의 곡 구성이 뻔하다는 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달라야 했으므로 앨범 전체적인 기획부터 스스로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녀는 셀링 포인트를 해외로 향하되 본인이 한국인임을 포함한 스스로의 정체성도 잊지 않기로 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가사가 영어지만 그 안에 한국을 담았다. 동시에 "like JENNIE"나 "ExtraL" 같은 신나는 곡도 담지만 스스로 느끼는 쓸쓸함과 사랑의 아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동시에 본인이 벌어들인 자본과 명성을 음악에 다시 돌려주기로 마음먹고 두아 리파(Dua Lipa),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 도이치(Doechii)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아티스트들을 섭외한다. 케이팝 곡에서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의 시그니쳐 사운드가 나오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다. 편한 길이 뻔히 보였을텐데 그녀는 여전히 그녀의 음악을 잊지 않았다.
3. The Deep [KPOP B!TCH]
https://youtu.be/DRHijedvbi0?si=f-aSvVtqKSiGHGxi
The Deep - KPOP B!TCH
에피(Effie)와 같은 크루인 마이 언니즈(my unnies) 소속이다. 그 안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 본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을 2010년대로 돌아가서 가져왔다. 그 시절 걸그룹들(ex. 2NE1, f(x), 4Minute 등)에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녀는 그 시절 음악들에 EDM을 섞었다. 뮤직비디오의 컨셉부터 음악까지 그 때 유행했던 케이팝들이 잔뜩 들리지만 컨닝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과한 오토튠과 쉴새없이 변하는 그녀의 보컬 톤에 후렴에 사용되는 자극적인 사운드들은 이것이 왜 그녀만의 창의성인지 각인시켜줬다. 동시에 작사법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향해 그녀가 그 시절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승하고 팠는지도 알게 해줬다.
4. Sion [eigensinn]
https://youtu.be/4xW127hpdbc?si=LLS5kg7D8HiEkah3
Sion - avoid2
분명 알앤비, 소울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였다. 분명 그랬는데. 너무 뜬금없이 바꼈다. 하이퍼팝, 슈게이징, 덥스텝, 힙합 등등 수많은 장르를 갑자기 잔뜩 섞어왔다. 심지어 이 장르들을 너무도 깔끔하게 정돈시켜놨다. 또한 시온하면 먼저 떠오르는 중저음의 중후한 보컬이 그의 주무기였다면 그 자체가 없는 트랙도 있고 있어도 오토튠을 활용해 음가를 잔뜩 올려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마리오 카트나 소닉에 나올법한 음악도 꽤 많이 담겨있다. 예고도 없이 변해버린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 완성도가 뛰어나 놀라웠다. 이전엔 동료 아티스트였던 마미손(Mommy Son)이나 지올팍(Zior Park)의 조언에 따라 음악을 했다면 이제는 정말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 나서겠다는 그의 포부가 잔뜩 담긴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5. kimj [KOREAN AMERICAN]
https://youtu.be/ecX8_qu0kz8?si=KZ8sE3EIod3sdK53
kimj - Krazy with a K cuz like... #KOREAN
한국에선 에피의 프로듀서이자 크루 마이 언니즈(my unnies)를 함께하는 동료, 해외에선 투홀리스(2hollis)와 네이트 십(Nate Sib)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가 발매한 첫번째 정규 앨범. 그는 재미교포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동시에 덥스텝 장르에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긴 스크릴렉스(Skrillex)의 전성기가 자신의 뿌리였나 보다. 그렇게 그는 첫번째 정규 앨범을 하이퍼팝이 아닌 덥스텝으로 정한다. 빌드업 후 드랍되는 비트는 몸을 들썩이는 데 주저할 수 없게 만들어주며 꽤 많은 부분 삽입된 한국어는 이게 한국 앨범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준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 또한 싸이월드 시절 도토리를 지불해 스크릴렉스(Skrillex)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해뒀는데 그 시절이 떠올라 너무 반갑고 즐거운 앨범이었다.




킴제이도 코리안 스크릴렉스의 면모를 잘 보여줬죠 ㅋㅋ underscores, umru랑 한 트랙이 아주 좋았습니다
오 저도 그거 되게 좋아해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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